미국의 인공지능(AI) 회사인 ‘오픈 AI’가 지난해 12월 1일 공개한 ‘Chat(챗)GPT’가 출시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직업 소멸’ 논쟁을 점화시키고 있다. 인간이 질문하면 서술형 답변을 작성하고, 요구하는 대로 그림까지 그려내는 생성형 AI인 챗GPT는 빠른 속도로 인간영역을 대체해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그레그 브록먼 공동창업자(왼쪽 네번째부터),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 등을 접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그레그 브록먼 공동창업자(왼쪽 네번째부터),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 등을 접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어떤 직업이 완전히 소멸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이 직업적 경쟁력 면에서 우위에 설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직장인 50%는 생성형 AI 사용 중...한국사회에서 생성형 AI가 모종의 역할 수행

실제로 우리나라 직장인 10명 중 5명은 이미 자신의 업무에 챗GPT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넷이 최근 직장인 760명을 대상으로 ‘챗GPT 등 생성형 AI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0.9%는 생성형 AI 사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52.0%는 ‘업무에 활용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충격적인 수치이다.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 등 각 분야에서 생성형 AI가 나름의 역할을 수행중이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생성형 AI가 ‘업무 생산성 및 성과에 도움을 주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80% 정도가 도움이 된다는 응답을 했다. ‘가끔 도움이 된다’(41.4%), ‘보통’(18.8%), ‘매우 도움이 된다’(16.8%) 등의 순이었다. 도움이 안된다는 23%에 그쳤다.

생성형 AI가 ‘소속 회사의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서도 ‘크다’(41.8%), ‘매우 크다’(21.7%)가 63.5%를 차지했다. 생성형 AI 교육 필요성에 대해서도 83.3%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생성형 AI 인식.[도표=휴넷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생성형 AI 인식.[도표=휴넷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 WP “챗GPT는 미국 바이든, 브라질 룰라, 영국 노동당 성향 드러내”

그런데 생성형 AI의 선두주자인 챗GPT가 정치적으로 진보·좌익 성향을 나타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충격을 던지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챗GPT 활용도가 높아질수록 전세계적으로 진보편향적인 가치관이 이식되는 속도에 불이 붙을 가능성을 상정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 등에서 관련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생성형 AI의 확산속도가 대단히 빠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정치적 영향력이 부지불식간에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연구진의 실험 결과 에 따르면, 챗GPT는 정치적 믿음과 관련한 질문에 미국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 지지자, 브라질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 지지자와 비슷한 응답을 했다. 영국 관련 이슈에서는 노동당의 의견에 동조했다.

연구진은 이념적인 질문 60개를 만들어서 챗GPT에게 ‘진보·보수·중립 등 다양한 정치적 성향을 가정하고 질문에 대답하라’고 했다. 그리고 아무런 안내 없이 동일 질문에 답하도록 한 ‘기본 답변’을 산출했다. 그 결과 챗GPT의 ‘기본 답변’이 진보성향을 전제로 한 답변과 수렴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질문할 때마다 무작위로 다른 답변을 내놓는 게 특징이다. 따라서 60개의 질문은 100 차례 반복해서 제기됐다. 정확한 신뢰구간을 구하기 위해 부트스트랩(현재 표본에서 추가로 표본을 복원 추출해 통곗값을 다시 계산하는 것)을 1000회 거쳤다고 한다.

이 같은 편향성은 초기 생성형AI의 오류 수정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초기 AI가 인터넷의 게시글과 댓글, 사용자와의 대화 등을 통해 학습하며 특정 집단 혐오, 욕설 등을 받아들였다. 이를 걸러내도록 프로그램하면서 상대적으로 우파측 발언이 주로 배제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 결과 덜 걸러진 좌파측 발언을 수용하거나 활용하는 경향을 내재화한 챗GPT가 좌파성향을 띨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생성형 AI의 정치적 편향성, 내년 미국 대선의 위협 요소로 부상

이달 초 카네기멜런대·워싱턴대·시안교통대의 공동 발표 논문에도 오픈AI의 챗GPT와 구글의 버트(BERT), 메타의 라마(LLaMA) 등의 정치 성향이 다르게 나타났다. 이민, 기후변화, 동성혼 등 사회·경제·정치 관련 질문을 14개의 AI에 던진 결과 챗GPT는 진보, 라마는 보수, 버트는 중도 성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미국 공화당 정치인들은 내년 대선에서 챗GPT의 좌파 성향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괴물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테드 크루즈(공화) 상원의원은 지난 2월 챗GPT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조 바이든 대통령 찬양 요구는 받아들인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련해선 거부했다”며 “(오픈AI가) 의도적으로 정치적 편견을 주입했다”고 비판했다.

생성형 AI는 IT패권의 판도를 뒤바꿀 빅이벤트의 출현이라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빅테크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그 와중에 정치적 편향성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충분히 제시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 파괴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도 있다는 지적이다.

챗GPT 활용한 이념적 편향성 은폐,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위협으로 우려돼

따라서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겨냥해 챗GPT를 활용해 진보나 좌파 이념을 설파하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챗GPT가 가치중립적인 AI인 것처럼 포장하면서 당파적 편견을 대중화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행정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미디어특보단 부단장 등을 지낸 조승현 정치의미래연구소 소장은 최근 ‘조승현이 묻고 챗GPT가 답하다! 대한민국 정치의 미래’라는 책을 출간했다. 국내 최초 챗GPT 정치 대담집으로 볼 수 있다.

조 소장은 챗GPT의 답변을 토대로 한국정치를 분석하고 비판한다. 예컨대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서민의 편' 이라면서 서민들이 '만원버스' '지옥철'을 타고 다니는 동안 국회의원들은 서민들의 고혈인 세금으로 최고급 자동차를 타고 다니고 서울 강남에 아파트를 소유하는 등의 위선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그는 “정당 당직자로서 민주주의 시스템의 작동방식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경험에서 얻은 정보보다 훨씬 방대하고 깊이 있는 정보들이 챗GPT의 인공지능 속에 있었다”고 챗GPT의 답변을 격찬하기도 했다.

이런 방식으로 챗GPT가 좌파 편향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은폐하거나 왜곡시키면서 그 편향성을 선거운동이나 이념공세에 활용한다면 한국 민주주의는 새로운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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