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2017년 2월17일 박영수 특별검사에 의해 구속돼 1년 가까이 옥살이를 하는 동안 갇혀있는 본인 보다 더 고통이 심한 사람은 어머니 홍라희씨였다.

심장마비로 쓰러진 남편 이건희 삼성 회장이 4년째 병원에서 혼수상태로 누워있는 상황에서 아들마저 투옥됐으니 홍씨의 마음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당시 홍씨의 심정은 동생인 홍석현 중앙미디어그룹 회장이 전한 “누나가 카톡을 보냈는데 가슴이 찢어진다고 하더라”는 말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홍석현 회장의 중앙미디어그룹은 손석희의 JTBC를 앞세워 이른바 ‘태블릿PC 특종보도’ 등을 통해 촛불사태를 확산시킨 것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이재용 회장의 구속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누나와 조카의 고통에 대한 죄책감 때문인지 이 말을 전한 뒤  홍 회장은 중앙미디어 그룹 경영에서 물러났다.

이재용 회장이 1심에서 징역 5년이라는 중형(重刑)을 선고받고 353일만에 풀려닐 수 있었던 것은 1심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가 그에게 적용된 뇌물제공 혐의 대부분을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한 행동”이라며 무죄로 판단,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의 김명수 대법원은 항소심이 무죄로 판단한 삼성의 최순실씨 띨 정유라씨에 대한 말 세 마리 제공을 뇌물에 해당된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함으로써 이재용 회장의 뇌물액수를 더 불려버렸다.

가까스로 집행유예를 받아 풀려난 이재용 회장과 삼성은 비상이 걸렸다. 파기환송 재판부는 대법원의 판결을 따라갈 수 밖에 없는데, 뇌물액수가 ‘폭증’하는 바람에 이번에는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선고가 불가피해 4년을 더 옥살이를 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삼성과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사법사상 유례가 없는 ‘장난질’을 하게 된다. 재판의 본안(本案)인 뇌물죄의 유무죄 여부와 상관이 없는, 준법경영에 대한 삼성측의 ‘특단의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이 회장의 변호인단은 이를 “재판장이 이 회장에 대해 집행유예를 만들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달라는”는 사인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라는 조직이다. 문재인 코드의 진보 법관 출신인 김지형 전 대법관을 초대 위원장으로 위촉하는가 하면 위원들 또한 친문 매체의 언론인 등으로 꾸려 거액의 보수를 지급했다.

김지형 위원장의 준법감시위원회의 압박에 따라 나온 것이 2020년 5월6일 이재용 회장의 대국민사과다. 이 회장은 이병철 이건희 선대회장이 지켜온 무노조경영 포기를 선언하는 한편,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애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등 자신으로의 승계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이에 한발 더 나아가 “제 아이들에게는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입니다”라며 자신의 은퇴 이후에는 삼성을 사실상 국유화하는 특단의 조치까지 내놓았다.

현재 삼성을 제외한 대한민국의 모든 상위 대기업들은 3세는 물론 4세, 심지어 5세로의 경영권 승계에 매달려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당시의 이재용 회장으로서는 감옥에 다시 가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성의표시’에도 불구하고 2021년 1월18일, 이 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그에게 징역 2년4개월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 해버렸다. 당시 이 회장 변호인단의 한 변호사는 “법원, 판사한테 사기를 당했다”고 충격을 표현할 정도였다. 이재용 회장은 200여일을 더 복역한뒤 그해 8·15 특사로 풀려났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준법을 기조로 하는 미래경영을 한다면서 만들어진 조직이지만, 막상 그 활동은 준법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에 따른 '초법(超法)'적 행태에 좌파 특유의 과거사 정리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였다.

2009년 5월29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의혹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에버랜드는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이었다. 이 판결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의 3세 총수자격을 법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후 이재용 부회장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사건으로 재판이 진행중이지만 삼성은 단 한번도 이를 불법적인 승계과정에서 생긴 일이라고 인정한 적이 없다. 하지만 준법감시위원회는 이재용 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에 포괄적인 불법행위가 있었던 것처럼 사과하도록 압박해 관철시켰다.

최근 삼성 등 주요 대기업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재가입 여부가 주목되는 가운데 16일 소집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이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18일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

물건을 만들어 돈을 버는 것이 본업인 기업에서 준법감시위원회라는 조직이 최고의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하고 있는 현실은 문재인 정권이 남긴 좌파통치의 유산이 아닐 수 없다. 애당초 준법감시위는 문재인 정권과 좌파세력, 반기업정서가 삼성에 물린 ‘재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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