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각종 침체 신호가 나오면서 중국발 경제 위기론이 심상치 않다. 특히 중국 1위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등이 잇따라 채권 이자를 갚지 못하는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산업 전반은 물론 금융시장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의 부도 위기가 중국 금융시장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사진=YTN 캡처]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의 부도 위기가 중국 금융시장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사진=YTN 캡처]

16일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하락해 금융시장의 긴장감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본토의 상하이 종합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82% 하락 마감했다. 호주 ASX(-1.50%), 일본 닛케이(-1.46%), 한국 코스피(-1.76%) 등의 하락 폭은 중화권 증시보다 더 컸다.

다른 아시아 주요국 증시에 비해 우리 증시의 하락폭이 가장 크다는 점에서, 중국 경제 불안이 국내 금융‧증권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반기 대(對)중국 수출 개선을 통해 국내 수출 경기 개선과 경기 회복 가속화를 기대했지만 중국 경기 불안으로 하반기 국내 경기에 커다란 먹구름이 낄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국내 증시 부진과 원화 약세 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1위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 디폴트 위기 직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10년 10.4%를 기록한 이래 2011년 9.3%, 2012년 7.7%, 2013년 7.7%, 2014년 7.4%, 2015년 6.9% 등 7% 안팎의 높은 수치를 지속해왔다. 2016년 이후에는 성장률이 둔화하긴 했지만 6%대를 유지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2020년에는 문화대혁명 이후 44년 만에 최저치인 2.2%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3%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중국은 올해 본격적인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으로 경제 반등을 노리는 상황이다. 올해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 안팎'으로 제시하고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강한 목표 달성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중국 경제성장의 3대 축으로 분류되는 내수, 수출, 부동산 모두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표가 나오면서 안팎의 위기감이 커졌다.

중국 부동산 시장 위기 조짐은 매출액 1위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지난 6일자로 만기 도래한 액면가 10억달러의 채권 2종에 대한 이자 2250만 달러를 상환하지 못함으로써 촉발됐다.

이 채권의 만기는 2026년 2월과 2030년 8월이다. 상환 유예 기간은 30일이다. 이를 갚지 못하면 디폴트(채무불이행)다. 만약 갚는다고 해도 올해 추가로 내야 하는 이자는 다음달 9000만달러, 오는 10월 1억3000만달러 등 총 2억7000만달러에 달한다. 더 나아가 올해 13억달러, 내년 23억달러, 2025년 52억달러, 2026년 46억달러 등 대다수 채권의 만기가 몇 년 안으로 예정돼 있어, 디폴트 우려는 장기화할 전망이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비구이위안이 최종 디폴트를 선언하면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피해는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보유한 비구이위안 채권은 3억5190만달러(약 4700억원)에 이른다. HSBC(3억4360만달러), 알리안츠(3억100만달러), 피델리티(1억8700만달러), UBS(1억3370만달러), JP모건(1억1600만달러) 역시 거액이 물려 있다.

헝다그룹 디폴트 위기 넘어서 ‘제2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비화?

따라서 비구이위안이 촉발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다른 부동산 업체는 물론 중국 금융권으로도 확산함으로써 '제2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고조되고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의 부도 위기가 금융권으로 번지면서 '중국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YTN 캡처]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의 부도 위기가 금융권으로 번지면서 '중국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YTN 캡처]

실제로 비구이위안이 촉발한 디폴트 위기는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이 2021년 말 겪은 디폴트 위기보다 파급력이 훨씬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만 매체 ET투데이는 15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비구이위안의 금융위기는 헝다를 넘어 중국 경제에 큰 충격을 안겨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연구기관 이쥐연구원 책임자인 옌웨진은 "현재 시장은 더 이상 1조달러 규모의 부동산 회사의 리스크를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도 애널리스트들의 말을 인용해 비슷한 진단을 내놓았다. 특히 비구이위안에는 3만3천207개의 협력업체와 7만명의 직원이 있는데, 최악의 상황에서는 이들이 대량 실업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대만 매체 이핑신문망은 ‘비구이위안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 규모가 헝다의 4배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위기가 채무 불이행으로 비화할 경우 중국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당국도 긴장했지만 점진적인 위기 완화 강조

중국 당국도 비구이위안의 위기에 긴장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지난 15일 푸링후이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경제지표 발표 기자회견에서 당국자로는 처음으로 비구이위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혀 주목됐다.

푸 대변인은 "현재 부동산시장은 총체적으로 조정단계에 처해 있고 일부 부동산기업의 경영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특히 일부 주요 부동산 기업의 채무 위험이 노출돼 시장경기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런 문제는 단계적인 것으로 시장 조정기제가 점진적으로 역할을 발휘함에 따라 부동산 시장정책 조정이 최적화되면 부동산기업 리스크가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푸링후이 국가통계국 대변인이 경제지표 발표 기자회견에서 비구이위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중국 당국자로서는 중국 부동산 사태에 대한 입장을 처음 밝혀 주목됐다. [사진YTN 캡처]
지난 15일 푸링후이 국가통계국 대변인이 경제지표 발표 기자회견에서 비구이위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중국 당국자로서는 중국 부동산 사태에 대한 입장을 처음 밝혀 주목됐다. [사진YTN 캡처]

IMF 등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로 장기 침체 돌입 전망

중국 당국자의 낙관적인 입장과 달리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에 주목하는 상황이다. 중국 경제가 사실상 디플레이션에 빠졌고, 장기 침체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을 4.5%로 제시했다. 5.2%로 예상되는 올해 경제성장률보다 낮은 수치에 해당한다.

IMF의 전망이 현실화한다면 중국은 지난해 3%에 이어 3년 연속으로 경제성장률이 5%를 밑돌게 된다. 이는 마오쩌둥 집권기(1949~1959년) 이후 70년 안팎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중국 경제가 역사적인 장기 침체의 기로에 있다는 의미이다.

중국 부동산 위기가 국내에 미칠 영향은?

중국 경제가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지면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의 실적 악화가 우려되고, 중국에서 철수하는 기업들도 잇따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는 지난 2020년 25.9%에서 올 1분기 19.5%로 낮아졌지만, 그래도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무역국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경기 침체와 동시에 중국 위안화 약세도 한국 기업에게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실제 외환시장에서 위안·달러 환율은 지난 15일 기준 달러당 7.2817위안으로, 올 초보다 5.6% 올랐다.

위안화 약세는 중국의 수출 가격을 낮춰 한국 기업들을 수출 전선에서 밀어낼 수 있다. 위축되는 내수 시장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중국 기업들은 한국 기업과의 수출 경쟁을 불가피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가전·휴대폰·철강·기계류 등 중국과 수출 경합이 치열한 업종들은 위안화 약세로 경쟁력이 더욱 약화될 조짐이다.

K뷰티 실적 하락은 이미 현실화돼

한국의 수출 주력 업종으로 꼽히는 'K뷰티'는 이미 대중국 수출 부진에 따른 실적 하락이 현실화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의 소비 침체로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59억원으로, 간신히 영업이익을 올렸다.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내 영업적자는 4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K뷰티를 이끄는 또 다른 업체인 LG생활건강도 올 2분기 뷰티 부문 영업이익이 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9% 줄었다. 매출도 780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5% 감소했다. LG생활건강 역시 중국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대비 한 자릿수 감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뷰티의 실적 개선은 중국 현지 소비 회복에 영향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최근 중국 단체 관광이 재개됨에 따라 면세점 매출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중국 내수 시장 전체가 침체될 경우, 면세점 매출 역시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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