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문화대혁명’ 전야 분위기로 치닫고 있다. 사법리스크가 깊어지고 있는 이재명 대표가 내년 총선을 대비한 ‘상왕 체제’ 구축을 위해서 친명세력으로 민주당을 재편하려는 행보를 재촉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비명계인 박광온(오른쪽 두 번째) 원내대표와 고민정(맨 오른쪽) 최고위원도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비명계인 박광온(오른쪽 두 번째) 원내대표와 고민정(맨 오른쪽) 최고위원도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열리는 민주당 정책의원총회가 그 시발점이 될 예정이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대의원 투표권 폐지’와 ‘하위 30% 탈락’이라는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을 두고 친명계와 비명계가 난상토론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는 현재 전당대회에서 대의원의 1표가 권리당원의 60~70표에 해당하는 등 ‘과다대표’되고 있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따라서 당헌·당규에 명시된 기존 대의원의 투표 반영 비중 30%를 폐지하고, 권리당원 투표 70%, 국민여론조사 30%씩을 반영하자는 것이다. 이 같은 혁신안을 수용할 경우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 강성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들의 목소리가 지배하는 권리당원 투표가 대세를 가르게 될 것으로 분석된다.

혁신안은 또 당내 경선을 앞두고 실시될 현역의원에 대한 ‘선출직 공직자 평가’에서 낮은 평가를 받을수록 경선에서 더 큰 ‘페널티(벌칙)’를 받도록 했다. 그 평가에서 하위 30%를 기록한 의원은 공천 탈락시키자는 것이다.

김은경의 혁신안 밀어붙이는 개딸들,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 연상시켜

1인 1표제를 통해 당대표와 지도부를 직선제로 선출하게 되는 탓이다. 이처럼 개딸이 지배하는 구도에서 하위 30% 탈락 룰을 적용할 경우 비명계 중진의원들은 대부분 총선 공천 탈락을 피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문화대혁명은 1966년부터 1976년까지 10년간 중국의 최고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이 반대파를 숙청하기 위해 주도했던 극좌 사회주의운동이다. 전국 각지의 청소년으로 ‘홍위병’을 구성해 전위대로 삼았다. 홍위병이 지주계급은 물론이고 반대파나 정적들을 모두 반동분자로 낙인찍어 숙청했다. 입장이 다른 세력과의 대화나 토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무조건적이 낙인찍기와 숙청을 거듭했다.

따라서 노인폄하 발언 등으로 논란을 자초했던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주도한 혁신안이 마오쩌둥이 부르짖던 극좌주의 노선이고 개딸들이 홍위병을 연상시킨다는 이야기이다. 개딸들이 반대파인 비명계를 ‘수박’으로 비하하면서 ‘수박깨기’ 하자고 선동하는 행태도 홍위병과 닮았다.

개딸들의 청원글, 대의원제 폐지 늦추려는 비명계 지연 작전을 무력화시켜

비명계는 대의원제 개편이 내년 총선 후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필요하다면서 그 시기를 미루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의원 투표권 폐지’ 등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1인 1표’ 원칙을 지키자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현재 대의원제 폐지를 논할 시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고민정 의원 등도 비슷한 입장을 취했다고 한다.

개딸들은 지난 10일 당 국민응답센터에 게재한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 혁신안을 이행해주세요' 제하의 청원글을 올려 13일 오후 기준으로 5만3457명의 동의를 받아냈다. 동의율 106%이다. 30일 이내에 5만명 이상이 동의하면 지도부가 답변해야 한다.

민주당은 16일 의원총회에 이어 28, 29일 이틀간 의원 워크숍을 개최한다. 혁신안을 둘러싼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청래 등 친명계 의원들은 토론도 하기 전에 혁신안 반대자를 ‘반동분자’로 낙인찍어

대의원제 폐지 등을 골자로 한 혁신안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가 공식적인 답변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셈이다. 개딸들이 비명계의 지연 작전을 무력화시켰다는 평가이다.

지난해 6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친명(친이재명) 성향의 지지자들을 만나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6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친명(친이재명) 성향의 지지자들을 만나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친명계인 정청래 최고위원은 14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안에 대한 전면 수용을 촉구한다. 강물을 역류시켜 산으로 흘러가게 할 수는 없다”면서 “혁신위를 반대하는 자는 역사가 기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주의를 표방한 정당에서 자유 토론을 앞두고 혁신안 반대 목소리를 ‘반동분자’ 정도로 낙인을 찍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친명계 장경태 최고위원도 “김은경 혁신안은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 줄임말)'가 아닌 당의 역사와 집단지성이 만든 오랜 민주당 혁신 의지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심화되는 시기에 개딸이 의사결정권을 갖게 되는 혁신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미화시키려는 발언이다.

비명계 이상민 의원, “김은경 혁신안은 민주당을 개딸당으로 만들려는 정치적 퇴행” 비난

비명계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14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혁신위에서 내놓은 안들은 평소 민주당 개딸들 주장을 그대로 담은 내용이다. 민주당을 개딸당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면서 “그건 민주당의 퇴행, 정치적 폐해를 오히려 더 키우는 안이다. 그렇게 만들고 싶으면 밖에 나가서 개딸당을 만들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잘못된 일그러진 팬덤을 민주당 내에서 오염시키는 행태들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 현역 의원 168명 중 50명 이상이 공천 과정에서 패널티를 받게 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평가한다고 하지만 자기 계파를 보호하고 또는 상대 반대파나 자기들한테 비판했던 세력을 자르거나 치기 위해서 악용돼 왔던 게 현실이었다”면서 “차라리 이준석 전 대표가 필기시험 보자고 하는 게 오히려 공정했다”고 조롱조로 평가했다.

그는 “30% 물갈이한다고 해도 대국민 눈속임이다. 정치가 나아졌습니까”면서 “제가 17대 국회 때부터 18, 19 20, 21대 국회에 이르는데 지금의 정치적 모습은 더 퇴행되고 초선들의 행태는 용기도 없고 배포도 없고 냉정하다”고 꼬집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