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협 속 안정적 한일관계는 동북아 평화 안전판
복원된 '한일 정상 셔틀외교' 정례화 해야 
문재인 정권 '토착왜구'에 '죽창가'로 신뢰 추락시켜
'독불 엘리제의 '한일판'으로 인적·문화교류 확대해야 
경제 신뢰회복을 위해 한일 FTA 체결도 급선무 

신각수 전 주일대사. 신 전대사는 <펜앤드마이크>와의 인터뷰에서 북핵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한일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연합뉴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는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3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회의의 주요 목표 중 하나로 '한일 간 화해'를 공고히 하는 것이라고 지난 13일 보도했다. 

이는 국제사회 비난 속에서도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이 계속 되는 가운데 한일관계가 미국의 극동전략은 물론 동북아 평화에 중요 '키워드'라는 사실을 시사해주고 있다. 

실제로 중국과 북한 핵 위협 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한일 양국의 연계가 강화돼야 하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기간'부터 문재인 전 정부시절 내내 대화가 단절돼온 한일관계의 개선을 언급해온 것도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윤대통령 집권 이전 한일관계는 2012년 위안부 합의 좌초, 지소미아 체결 연기, 한일 통화스와프 폐기 등으로 출발, 2015년 12월 위안부 합의 후폭풍 그리고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 강제동원 판결에 따른 외교 마찰, 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선언 등으로 파행을 거듭해 왔다. 

그와중에도 외교가에서는 이같은 상황을 일컬어 '한일관계의 잃어버린 10년'으로 통칭하며 꾸준히 격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한일관계의 가치, 위상, 역할을 언급하는 동시에 국익차원에서 한일관계 개선의 시급함을 역설해 왔다. 
 
<펜앤드마이크>가 '제 78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신각수 전 주일대사를 만난 것도 그가 한일 관계의 '잃어버린 10년'을 안타까워하며 '한일간 신뢰회복'의 중요성을 항상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신각수 전 대사는 주일대사(2011~2013)와 외교부 1·2차관을 역임한 '일본통'으로 한일 관계·아시아 외교, 국제법, 북한 인권 등과 관련한 활발한 저술과 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

한일관계에 대해 외교가에서는 그동안 '잃어버린 10년'을 많이 거론한다. 한일관계의 현주소에 대해.

"강제동원, 군대 위안부 문제 등이 한일관계의 위기를 초래했다. 일본은 지난 2018년 강제징용 관련 대법원 판결을 '1965년 체제'(1965년 일본과의 국교 정상화) 근본을 뒤흔드는 국제법 위반으로 간주했다. 이후 반일·혐한의 심화 고착화 현상이 나타났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개선되는 상황이었으나 2019년 7월 일본의 통상규제조치가 또 찬물을 끼얹었다. 그러나 한일관계가 악화되면 일본보다 한국이 더 큰 피해를 입는다.  '잃어버린 10년' 악순환 구조의 고착화를 막아야 한다."

윤석열 정부 이전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된데에는 '문재인정부'의 한일 외교 전략 실패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는데.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과거사의 '정치화'다.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과거사가 정치화되면서 역사를 역사로 보지 않는다. 과거 진보 정권은 '토착 왜구'를 거론하고 '죽창가'를 부르며 반일을 국내 정치에 적극 활용했다. 민주당정부 시절에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일 간 이견이 커져서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가 중단됐다. 일본은 한국정부의 일방적 화해치유재단 해산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역사를 역사가에게 돌려주고, 역사가들이 사실에 입각해 역사 해석을 하고, (한일 간) 공유 부분을 늘려나가는 것이 역사에 대한 한일 화해의 지름길이다."

윤석열 정부는 대선 전부터 '대일 관계 개선'을 주창했다.  이에 대한 공과와 향후 과제는. 

"최근 일련의 행보에서 알 수 있듯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동맹강화와 한일관계 회복으로 한국의 글로벌 중심국가 부상을 국정 과제로 삼고 있다. 한일관계의 조기 회복이 국익에 더 도움이 된다는 차원에서의 정치적 결단이라고 본다. 한반도의, 우리의 전략적 환경 자체가 상당히 불안정한 만큼 (상황 타개를 위해) 우리가 결단을 하고 일본의 호응을 촉구하는 방식이 아닌가도 생각한다. 특히 지난 3월 일본 도쿄에서의 한일 정상회담 이후 또 5월 7일 52일만에 서울에서 한일 정상 회담을 열며 한·일 정상 간 셔틀 외교가 회복됐다. 일본과 미국에서의 호의적 반응으로 '관계회복'의 첫 단 단추를 꿰는데 성공했다고 본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 이후 내놓은 강제 징용 해법은 커다란 전략적 이익과 목표를 위해 전술적 손해를 감수한 것으로 높이 평가한다."
 
한일 간 사용되는 '셔틀 외교'는 양국 정상이 상대국을 방문해 만난다는 의미로, 2011년 10월 당시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의 방한 이후 약 12년 만에 윤석열 정부에서 재개됐다. 

윤석열 정부의 대일정책에 일본의 적극적 호응이 한일관계 개선의 갈림길 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강제동원 후속 조치와 일본 피고 기업의 호응이 문제 해결의 열쇠다. 최근 지지율 하락세인 기시다 총리가 연내 총선 실시 여부와 승리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 강제 징용이 대규모로 이뤄졌던 니가타 현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문제, 최근 여야가 날카롭게 대립 중인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와 일본 수산물 수입 문제, 독도 문제, 교과서 문제 등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다양한 현안 관리 역시 필요하다. 한마디로 '다중복합골절생태'다. 이번에 한일관계가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장기 악화'의 부담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 

2012년 8월 주일 한국대사 재직 시절의 신각수 전 주일대사. [연합뉴스]

한일 관계 개선을 늘 주장해 왔다. 그 필요성을 다시한번 정리해 달라. 

"중국의 부상과 북한 문제의 해법 등 우리에게는 일본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전환기 대비, 상호이익의 극대화, 중국 공세에 맞설 지역의 전략 파트너, 북핵 폐기 및 한반도 통일 등 여러 분야에서 양국이 협력해야 한다.  동북아에서 한국과 일본은 경제·외교·안보 문제는 물론 지역·글로벌 이슈에서도 많은 부분 가치를 공유하고 있어 협력 잠재력이 풍부하다. 지역체제가 있고 다수 강대국간 세력 균형이 가능한 유럽과 달리 동북아는 중국의 압도적 존재로 역내 균형 세력이 부재한 만큼 한일은 자연스럽게 '전략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지속적 협력과 중층적인 지역협력체 구축, 중국의 패권 방지 등 과제를 추구하는데 있어서 한일 협력은 필수 사항이다. 작금의 한일 관계는 사춘기를 넘어 성숙 단계로 갈 것인지, 근위축증으로 갈 것인지 뉴노멀의 기로에 서 있다. 한일 양자 관계를 떠나면 개발 협력, 기후변화, 보건 의료, 에너지 협력 등 양국이 협력할 분야가 굉장히 다양하고 많다."

북핵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라도 한일 협력이 중요하다고 늘 역설해 왔는데. 

"북한은 의도한 대로 사실상의 핵무장 국가를 향한 발걸음 이 약 90%까지는 온 것 같다. 북한의 핵무장 완성은 동북아 전략 환경에 '게임 챌린저'다. 또한 중국의 공세적 외교안보 정책으로 인한 지역질서 불안도 상존하고 있다.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은 지역 질서 유지에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연계하여 작동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에 한일 모두 책임 의식을 지녀야 한다. 특히 북핵 문제에 있어서 보다 능동적으로 핵 억지 전략을 마련함으로써 한반도에서의 핵전쟁을 막는 중차대한 과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안정적 한일관계는 동북아시아의 안전판으로서 평화와 번영을 확보하는데 있어서 필수요소다.  또한 장기적으로 보면 통일 과정 및 통일 후 북한 재건 과정에서도 한일 협력이 필요하다. 북한의 개혁개방과정에서의 협력은 물론 통일 후 북한 재건에 드는 비용을 마련하는데 있어서도 세계 최대 자산국 중 하나이자 국제금융기구인 아시아개발은행(ADB)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의 역할이 중요하다."

향후 한일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지.  

"한일은 상대방을 왜곡된 색안경과 확대경, 굴절 안경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동안의 관계 악화가 왜곡된 인식을 확대·증폭시켜왔다. 양국 언론도 감정을 넘어서 정확한 보도로 국민간 소통의 객관화를 추구해야 한다.  1963년 1월 22일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는 콘라드 아데나워 독일 총리와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이 오랫동안 원수같았던 역사를 비웃듯 화해협력조약을 맺었다. 이른바 '엘리제 조약'으로 이후 두 나라는 오랜 앙숙 관계를 청산하고 친한 친구가 되기로 했다. 독불 엘리제의 '한일판'이 성사돼 인적·문화교류가 대폭 확충되고 제도화해 양국간 진정한 이해를 촉진하는 촉매역할을 했으면 한다.  정부차원에서도 한일 셔틀 정상외교의 정례화, 북한 비핵화 관련 제재 이행 감시 협력체제 구축, 상호 군수지원 협정 체결을 추진하며 경제신뢰 회복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한일 FTA 체결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경택 기자 kt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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