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4월30일. 서쪽에서는 미군 주도의 연합군이 동쪽으로는 소련군이 베를린의 벙커로 다가오자 히틀러가 자살함으로써 유럽에서의 제2차 세계대전은 끝났다.

하지만 미국이 당면한 또 하나의 전쟁,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군은 요지부동이었다. 본토에서 가장 가까운 오키나와섬까지 점령해서 연일 본토에 대한 폭격을 퍼부었지만 항복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일본군은 여전히 700만명이 넘는 병력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군은 남태평양에서 시작해 일본 본토를 향해 섬을 하나씩 점령하면서 다가가는 ‘징검다리 건너기’ 작전을 펼쳤다. 면적이 수㎢ 밖에 안되는 작은 섬에 상륙해서 절대로 항복하지 않는 일본군을 섬멸하는데 수만명 이상의 미군이 죽어나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군이 일본 본토에 상륙해서 수도 도쿄로 진격해서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1백만명의 미군이 희생될 수 밖에 없다는 계산이 나왔다.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카사키에 두 발의 원자폭탄을 투하하게 된 이유다.

애당초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이 원자폭탄 개발,‘맨해튼 프로젝트’에 나선 것은 아인쉬타인 같은 과학자들이 독일이 원자폭탄을 만들고 있는 조짐 및 우려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맨해튼 프로젝트를 맡아 성공시킨 물리학자다. 원자폭탄 개발을 둘러싼 그의 삶을 다른 미국 영화 '오펜하이머'(감독 크리스토퍼 놀란)가 15일 한국에서도 개봉했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지난달 20일 상영을 시작해 북미에서만 개봉 3주만에 8000억 수익을 거두는 등 흥행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에서 오펜하이머의 뒤늦은 개봉은 21세기에 들어 미국 영화업계가 한국 영화 시장의 중요도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아바타 탑건 미션임파서블 같은 영화를 한국에서 전세계 최초 개봉을 해왔던 것과 크게 비교된다.

한국에서의 뒤늦은 개봉에 대해 오펜하이머 제작사측은 "8월15일이 (한국의 뜻깊은) 국가 공휴일이라 많은 국내 관객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 그 날로 정해진 것으로 안다"고 밝힌 바 있다. 흥행을 고려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국내 극장가는 ‘미션임파서블7’ 이 관객몰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펜하이머’의 뒤늦은, 광복절 개봉이 그동안 좌파, 얼치기 민족주의자들에 의해 왜곡된 광복절의 의미와 대한민국 역사를 바로세우는데 적지않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광복과 대한민국의 건국이 우리의 역량, 노력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원자폭탄에 의한 일본의 패망에 따라 ‘그저 주어진 것’임은 엄연한 팩트이자 이후 대한민국이 겪어 온 온갖 질곡의 원인이 됐다.

고대 노예제 사회, 조선이라는 봉건국가외에 5천년 동안 어떤 체제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미국의 도움으로 자유 민주주의 국가를 건국해 공산침략으로부터 지켜내고, 최단기간에 산업화와 근대화를 이뤄 세계 10권 경제대국으로 도약하면서 겪고있는 갈등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대한민국에서 광복절의 가장 큰 의의는 비록 선물로 주어진 것이지만, 자유 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지켜내 이를 토대로 부강한 나라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역대 정권, 특히 좌파정권의 광복절은 독립투사를 찬양하는 척, 반일감정을 조장함으로써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는 선전장으로 왜곡되고 말았다.

패망직전 일본은 여전히 700만명 이상의 군대를 갖고 있었지만 김구 등 임시정부 휘하의 광복군은 1000명도 되지 않았다. 오펜하이머의 원자폭탄이 있었기에 1945년 광복도 가능했던 것이다.

여기에 더해, 독일과 일본이 패망하기 직전 보여주었던 또 하나의 모습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히틀러는 자살하기 직전 지하벙커에서 자신을 모시던 여비서 등 측근들에게 ‘소련군이 오고있는 동쪽으로 도망가지 말고 서쪽의 미군에게 붙잡혀라“는 유언같은 당부를 했다.

두발의 원자폭탄을 맞은 일본은 항복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군부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극단적인 청년 장교들은 천황의 항복방송 녹음테이프를 탈취하는 등 쿠데타까지 시도했다.

일본을 항복으로 이끈 결정타는 히로시마 원폭투하 이틀 뒤 이루어진 소련의 참전선언이었다. 소련 공산당에게 일본을 넘겨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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