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누락' 전관업체와 18개사·2300억 수의계약
'지하주차장 붕괴' 검단아파트 설계, '50억 수의계약'
14일 국힘 박정하 의원 LH자료 분석

지난 4월 29일 지하 주차장 1∼2층의 지붕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역시 LH 출신 '전관'이 소속된 설계사무소에서 설계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 설계·감리에 참여한 전관 업체들과 3년간 2335억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이 LH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하주차장이 붕괴된 인천 검단 안단테 아파트를 포함해 16개 단지 설계·감리에 참여한 전관 업체가 무려 18개사에 이르렀다. 

18개사는 2020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경쟁 방식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LH 용역 77건을 따냈으며 수주한 수의계약 용역은 총 2335억원 규모였다. 

가장 많은 수의계약을 맺은 A건축사사무소는 LH 출신이 창립했고 현 대표이사도 LH 출신이다. 3기 신도시 공동주택 설계용역 등 11건을 343억원에 수주했다. A사는 철근 누락이 확인된 1개 단지를 설계했고, 3개 단지에선 감리를 맡았다.

LH 처장·부장급을 영입한 B건축사사무소는 고양창릉, 파주운정 등 신도시 아파트 단지 설계용역 6건을 275억원에 수주했다.

인천 검단 안단테 아파트를 설계한 C사는 '카르텔'의 전형을 보여준다. C사는 LH로부터 지난 3년간 수의계약으로 설계용역 6건, 269억원 규모를 따냈다. 검단 아파트 설계 역시 2020년 7월에 체결한 50억5000만원 규모 수의계약이었다.

'전관 예우'의 '단맛'에 심취한 C사는 LH뿐 아니라 서울시·서울주택도시공사(SH)·조달청·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출신의 전관을 채용했었다.

무량판 기둥 154개 전체에 전단보강 철근을 빠뜨린 양주회천 아파트 단지를 설계한 D종합건축사사무소는 설계용역을 수의계약으로 대거 수주했다. 217억원 상당의 계약 7건이다. 

LH 처장 출신 등을 영입한 이 회사는 양주회천을 포함해 철근 누락 2개 단지의 설계를 맡았다.

감사원이 지난해 6월 공개한 '공공기관 불공정 계약 실태' 보고서'에도 '전관 예우' 정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보면 LH가 2016년 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5년 3개월간 맺은 1만4961건의 계약 중 3227건(21.6%)이 전관 업체와 맺은 것이었다. 계약 규모는 총 9조9억원에 달했다.

LH가 전관 업체와 맺은 계약 3건 중 1건(34.1%)은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특혜 가능성이 크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었다.

LH는 당시 LH는 설계 공모에 당선된 경우 수의계약을 하게 돼 있다고 해명했지만 LH와 전관 업체가 체결한 계약 332건 가운데 58건에서 심사·평가위원이 퇴직자에게서 전화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LH는 전관 영향력 차단을 위해 설계·시공·감리 선정 권한을 외부에 위탁하거나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한준 LH 사장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공공주택 설계·시공·감리에서 LH가 가진 권한을 과감하게 민간이나 다른 기관에 넘기겠다"고 말했다.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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