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트럼프가 폐기한 이란 핵합의 복원 공언...이스라엘과 美공화당 등 반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이란의 핵 프로그램 성과 전시회를 둘러보는 모습.

이스라엘이 한국 등에 동결된 이란 자금을 풀어주기로 합의한 미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미국과 이란의 협상 타결에 따라 한국에 동결돼 있던 이란 자금이 스위스 은행으로 이체됐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12일(현지시간) 밤 성명에서 "핵 기반 시설 해체가 빠진 합의로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멈출 수 없으며, 이란의 후원을 받는 테러 그룹에 갈 돈만 지원하는 셈"이라고 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은 수감자와 동결 자금 문제를 맞바꾸는 딜에 합의했다. 이란 외무부는 10일(현지 시각) 성명에서 "미국에 의해 수년간 한국의 은행에 불법적으로 동결돼 있었다. 이란은 이 사안에 있어 미국의 의무에 대한 약속과 관련, 필요한 확약을 미국으로부터 받았다"고 했다. 같은날 SNS를 통해서도 "이란은 미국으로부터 약속을 보장받았다. 미국에 불법 구금된 몇몇 이란인들의 석방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이란 유엔대표부를 인용해 "미국 내 수감자 5명과 이란 내 수감자 5명이 맞교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이날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이란에 부당하게 구금된 미국인 5명이 석방돼 가택연금에 들어간 것으로 이란 정부가 확인했다"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협상 내용에 대해선 "최종 석방을 위한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며 현재는 민감한 상태"라면서 함구했다. 한국에 동결된 자금, 국영은행인 이라크 무역은행(TB) 내 자금, 유럽 내 자금 등 미국의 제재로 동결된 이란 자금 해제 등이 양국 협상 내용에 포함된 걸로 알려졌다.

미국과 이란이 이란에 수감된 미국인 석방을 대가로 이란 동결 자금을 해제하기로 서로 합의함에 따라 한국과 이란 관계의 최대 걸림돌이 돼 온 동결 자금 문제도 4년 3개월만에 해결됐다. 한국 내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있는 이란 중앙은행 계좌에는 약 70억 달러(약 9조2천억원) 규모의 돈이 동결되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금은 이미 스위스 은행으로 송금돼 유로화로 환전된 상태이며, 미국과 이란 협상을 중재한 카타르로 송금될 전망이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의 이번 합의와 핵 협상 재개에 신경을 한껏 곤두세우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날 비판에 미국 정부는 지난 10일 발언을 참고하라며 즉답을 피했다. 당시 블링컨 장관은 "미국인 석방을 대가로 풀리는 자금은 우리의 제재 하에서 인도주의적 목적으로만 사용이 허용된 제한된 계좌로 송금될 것"이라며 중동 정세를 불안정하게 하고 러시아에 무인기(드론)를 공급한 이란에 대한 제재 실행이 미국인 석방 노력으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미국 공화당도 동결된 자금이 결국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손에 들어가 중동 지역의 무장 세력 지원에 사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상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짐 리시 의원(아이다호)은 11일(현지시간)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부당하게 억류된 미국인의 귀국을 환영하지만, 동결된 60억 달러의 이란 자금을 해제하는 것은 위험하게 인질극을 더 부추기는 것"이라고 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톰 코튼 상원의원(공화·아칸소) 등도 "미국인 석방을 위해 테러 정권에 돈을 주는 정책은, 더 많은 테러가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미국인 인질 석방은 항상 환영하지만 이 비겁한 회유 행위는 더 많은 인질극을 벌이도록 아야톨라(이란 최고지도자)를 대담하게 만들뿐" 등의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정부에서 국무부 장관을 지낸 마이크 폼페이오 전 장관도 "미국인이 다른 종류의 감옥에 갈 수 있도록 테헤란의 도살자에게 60억 달러를 풀어주는 것은 끔찍한 협상"이라면서 "이란은 미국인을 인질로 잡는 것에서 이익을 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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