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맹공격했다. 지난 8일 수원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신진우) 심리로 열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재판이 파행한 것과 관련해 이 대표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최고위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최고위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두 차례의 재판 파행, 이재명 대표에게 불리한 이화영의 법정 진술을 막아

김 대표는 8일 재판에 이 전 부지사 변호인으로 출석한 김형태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를 겨냥해 “해당 변호사는 과거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변론을 맡았던 친명(親이재명)계로 알려져 있다. 이재명 대표의 방탄을 위해 이화영 씨의 입을 막아 모든 책임을 이화영 씨 혼자 뒤집어쓰고 가려고 하는 의도로 그 변호를 자임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변호사가 이 전 부지사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재판부 기피 신청서와 증거 의견서를 제출한 데 이어 변호인 사임계를 내고 재판을 파행시킨 이유가 ‘이재명 구하기’에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이 전 부지사의 법정 진술이 두려웠던 이 대표 측에서 고의로 재판을 지연시킨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 대표가 격분하면서 사실상 이재명 대표에 의한 사법 방해 현상을 맹공격하게 된 배경에는 두 차례의 재판 파행이 있다. 두 차례나 재판을 파행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이 대표에게 불리한 이 전 부지사의 법정 진술을 막은 것이다.

사법방해 의혹 1= 이화영 부인은 지난달 25일 재판을 파행시켜

이 전 부지사의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 재판은 지난달 25일 이 전 부지사 부부의 ‘변호사 해임’ 갈등으로 중단된 지 2주 만에 재개됐지만 또다시 파행됐다. 지난달 25일 재판에서는 이 전 부지사가 법정에서 배우자 백씨와 공개 충돌했다. 백씨가 제출한 변호인단 해임 신고서를 두고 이 전 부지사가 “내 의사가 아니다”라고 밝히자, 백씨가 남편을 향해 “정신 차려라”고 소리를 질렀기 때문이다.

이화영 전 경기 평화부지사의 배우자 백씨가 지난달 25일 재판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채널A 캡처]
이화영 전 경기 평화부지사의 배우자 백씨가 지난달 25일 재판장을 나서고 있다. 백씨는 다음날 CBS라디오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사진=채널A 캡처]

당시 재판에서는 이 전 부지사가 7월초 검찰 조서에서 진술한 ‘쌍방울 방북 비용 대납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는지에 관심이 쏠렸다. 지난해 9월 구속기소된 이래 “이재명 경기 도지사 방북 비용 대납 요청 등에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검찰 조서에서 이를 번복한 것이다.

그런데 백씨는 재판이 열리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4일 수원지법에 법무법인 해광에 대한 ‘소송대리인 해임신고서’를 제출했고, 이 전 부지사 변호를 담당하던 서민석 변호사(법무법인 해광)가 지난달 25일 재판에 불참하자 재판이 파행됐다. 피고인이 구속 상태로 형사 재판을 받는 경우에는 변호인 없이 재판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재판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은 것이다.

당시 백씨의 이같은 행동을 두고 ‘이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려는 남편의 입을 막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남편보다 이재명 지키기가 더 중요한 비상식적 행동’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사법방해 의혹 2= 이화영 부인이 선임한 김형태 변호사 지난 8일 재판을 또 파행시켜

2주 만에 재개된 8일 공판에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었다. 이 전 부지사와 김 전 회장 및 안 협회장의 3자 대면에서도 이 전 부지사가 번복된 진술을 유지할 경우, 이 대표에게는 제 3자 뇌물죄는 물론 직접 뇌물죄까지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화영 전 부지사가 법정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경우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채널A 캡처]
이화영 전 부지사가 법정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경우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채널A 캡처]

따라서 어떻게든 이 전 부지사의 공개 진술을 막기 위한 시도가 행해질 것으로 예측됐다. 이번에는 이 전 부지사 배우자가 선임한 것으로 알려진 김형태 변호사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이 전 부지사를 협박해 허위 진술을 종용했다”고 주장하며 사임함으로써 재판이 파행됐다.

파행 분위기는 개정 초반부터 감지됐다. 재판이 시작되자 이 전 부지사는 재판부에 “서민석 변호사의 조력을 받고 싶다”는 내용이 담긴 2장짜리 자필 입장문을 제출했다. 이 전 부지사는 “피고인 배우자가 (법무법인 해광) 해임 의사를 밝힌 것은 피고인 입장을 배우자가 오해한 것으로 피고인은 변호인에 대한 신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취지 맞느냐”는 재판부의 의사 확인에도 “맞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오늘 재판을 (다음 기일로) 넘기고 법무법인 해광 변호인과 함께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솔직히 피고인 측에 재판을 지연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며 “변호인 선임 문제가 정 해결되지 않으면 차라리 국선변호인을 전속시켜 재판을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국선 변호인을 언급한 검찰 측의 발언에 김 변호사는 발끈했고, 재판부에 ‘10분의 시간을 주면 피고인과 의견을 조율하겠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재개정 후 김 변호사는 ‘재판부 기피 신청서’ 와 ‘증거 부동의 의견서’를 낸 뒤 ‘사임계’까지 제출했다.

이화영 전 부지사의 변호를 맡은 김형태 변호사는 지난 8일 공판에서 사임계를 제출하고 퇴정했다. [사진=채널A 캡처]
이화영 전 부지사의 변호를 맡은 김형태 변호사는 지난 8일 공판에서 사임계를 제출하고 퇴정했다. [사진=채널A 캡처]

김형태 변호사, 이화영 진술이 김성태 협박에 의한 허위라고 주장

증거 의견서에는 “피고인(이 전 부지사)이 검찰 등의 회유, 압박에 못 이겨 임의성 없는 자백을 했다고 충분히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전 부지사의 검찰 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인 백씨의 주장을 그대로 옮긴 듯한 내용이었다.

의견서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2019년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달러를 쌍방울이 대신 내줬다고 이 지사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걸로 돼 있다.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쌍방울 회장과 대질 신문을 하면서 ‘2019년 7월 필리핀 국제대회 때 이재명 방북 되도록 도와 달라고 김성태에게 부탁했다’ ‘국제대회 이후 이를 이재명에게 보고했다’ ‘2019년 12월 부지사 퇴임 시에 쌍방울이 북한에 돈을 줬다는 것을 이재명에게 보고했다’는 진술도 의견서에 담겨 있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구체적인 내용이 기재된 것이다. 이 전 부지사가 검찰 조서에서 밝힌 내용을 토대로 작성된 의견서인 만큼, 이 전 부지사가 지난 7월 초 검찰 조서에서 밝힌 내용이 제대로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의견서에서 “김성태의 회유·압박에 따라 이 전 부지사가 허위로 진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화영, 김형태 변호사가 작성한 재판부 기피 신청서 본 적도 없어

검찰은 이같은 의견서에 즉각 반발하며 “검찰 피신조서(피의자를 신문하여, 진술 내용을 담은 증거 자료)에 부동의하는 미션을 받고 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김 변호사는 “(검찰이) 미션이라는 얘기를 하는데 (재판장이) 놔두나”며 “재판을 하는 건지 비아냥거리는 건지 알 수가 없다. 40년 동안 이런 재판은 처음 해봤다”며 퇴정했다.

김 변호사 퇴정 후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에게 증거 의견서와 기피 신청서, 변호인 사임서를 사전에 읽어봤는지 물었고, 이 전 부지사가 “못 읽어봤다”고 답변하자 재판부 기피신청을 철회토록 정리하고, 변호인의 증거 의견을 인정하지 않고 배척했다.

재판 지연 목적이 의뢰인(이화영) 아니라 제3자 이익이라면 변호사 징계해야

문제는 김 변호사의 이같은 행동이 사전에 철저하게 계획된 것이라는 점에 있다. 8일 재판에 참석한 서정욱 변호사는 9일 채널A에 출연해 “어제 기피 신청서와 사임서를 미리 만들어 왔다는 점에 깜짝 놀랐다”며 “변호를 하러 온 것이 아니라, 법원을 공격하고 검찰을 공격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부지사에게 설득이 안 먹힐 걸 알고 미리 준비해서 기피 신청서와 사임서를 낸 것은 ‘고의로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법조계에서는 재판을 지연시키는 이유가 의뢰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의뢰인의 불이익과 제3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변호사 윤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따라서 변협이 김 변호사를 징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따라서 제3자로 지목되는 이재명 대표가 재판 파행의 배후로 지목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김기현 대표 외에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재판 파행의 책임을 이 대표에게 물었다. 한 장관은 지난 9일 이 대표를 ‘마피아 보스’에 비유하며 “보스에게 불리한 법정진술 하는 걸 막으려고, 부하 입 막으려는 마피아 영화에서나 나오는 극단적인 증거인멸 시도이고 사법 방해"라고 작심 발언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화영 전 부지사의 재판이 파행되는 것에 대해 "명백한 사법 행위"라고 비판했다. {사진=채널A 캡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화영 전 부지사의 재판이 파행되는 것에 대해 "증거인멸 시도이고 사법 방해"라고 비판했다. {사진=채널A 캡처]

‘보이지 않는 손’이 이재명 수사 제동걸고 있어

비명계에서도 ‘보이지 않는 손’을 언급하며 이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 나오고 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화영 전 부지사가 공개된 법정에서 하는 진술이 두려웠던, 뭔가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고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 전 부지사가 검찰 조서의 진술대로 법정 진술을 했더라면, 대북송금과 관련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가 좀더 빨라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22일 재개되는 공판에서 나올 예정이어서, 이 대표에 대한 수사는 제동이 걸렸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최근 이 대표 측에 백현동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방울 대북 송금과 관련해서는 이 전 부지사의 법정 진술이 나온 다음에야 후속 단계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