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재가입 둘러싼 4대그룹 풍향

사진 왼쪽부터 구광모 LG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연합뉴스
사진 왼쪽부터 구광모 LG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연합뉴스

최근 재계의 최대 관심사는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 주요 그룹들이 오는 22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이름을 바꿔서 새롭게 출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재가입할 것인지 여부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권이 와해시킨 전경련의 재건 및 위상 회복을 추진하고 있다. 김병준 전 윤석열 대통령후보 상임선대위원장이 지난 2월 전경련의 직무대행을 맡아 조직재건을 추진함으로써 그런 시그널이 분명해졌다.

문재인 정권 때는 국내외 각종 행사에 초청조차 받지 못하던 전경련이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각종 재계 행사는 물론 대통령의 해외순방 과정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했다. 특히 지난 6월 있었던 윤 대통령의 유럽 베트남 순방 때는 전경련이 대통령을 수행할 기업인을 모집하는 역할까지 맡아서 했다.

한경협이 과거의 위상을 완전히 회복하기 위해서는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 전경련을 떠난 주요 기업들을 다시 회원사로 불러 들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한경협의 초대 회장으로 재계 서열이 한참 떨어지는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내정된 것 또한 이를 고려한 때문으로 전해진다.

당초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전경련 수뇌부는 한경협의 초대 회장으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을 추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전경련은 과거 오래전부터 김승연 회장을 수장으로 만들기 위해 공을 들였다. 

하지만 김 회장이 건강 등의 이유 등으로 고사하고 재계 서열 20위권 내 그룹총수 중에서는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함에 따라 류진 회장으로 결정됐다는 후문이다. 류 회장은 평소 친분과 인맥을 통해 정·재계, 특히 삼성 현대차 그룹 총수들과는 혼맥(婚脈)으로 연결돼 있다.

전경련은 지난달 중순 삼성 등 4대그룹은 물론 문재인 정권때 전경련을 탈퇴한 주요 그룹에 오는 22일 한경협 출범 전에 재가입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향후 한경협의 미래는 삼성의 합류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압도적 재계 1위라는 상징성 등으로 인해 삼성이 움직일 경우 다른 기업들 또한 행동통일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현대차 정의선 회장이 워낙 친한 사이기 때문에 한경협이 삼성과 이재용 회장을 잡을 경우, 현대차 정의선 회장도 함께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정의선 최근 전경련이 만든 대국민 토크쇼에 연사로 참여한 바 있다.

전경련 재가입에 대한 삼성의 공식적인 입장은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것이다. 삼성의 준감위는 이재용 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연루 이후 문재인 정권 때 만들어진 최고위 경영 자문기구다.

이찬희 준감위원장(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이에대해 “임시회의를 (22일 전에) 앞당겨 열어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를두고 “재가입쪽으로 무게추가 기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위원장은 이와관련, “전경련이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할 의사가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의 기준”이라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재계 2위,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전경련의 부활 자체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최 회장은 문재인 정권에서 대한상의 의장으로 추대되는 등 재계의 얼굴 역할을 해왔다.

최 회장은 지난해 3월 기자회견에서 전경련 재가입 문제에 대해 “지금은 여건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가입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제주에서 열린 대한상의 포럼에서는 같은 질문에 “전경련이 잘되길 바란다.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를 의식한 태도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현재 대한상의 회장직을 수행중인 점 등을 이유로 한경협에 적극 동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직을 맡으면서 끌어들인 ’문재인 코드‘ .’진보성향 기업인‘들과 공동보조를 해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이 때문에 SK그룹 안팎에서는 최 회장이 주요 계열사 한두곳만 한경협에 복귀시키는 선에서 ’성의표시‘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LG그룹의 경우 2세 경영자인 고 구자경 회장이 전경련 회장까지 역임한 바 있지만, 3세 경영자인 구본무 회장 때 부터는 전경련과 소원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LG전자의 반도체부문 포기 등 정부와 전경련이 개입된 주요사업 빅딜에서 LG그룹이 불이익을 많이 받았던 것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권 이전까지, LG그룹은 전경련 회원사면서도 “전경련이 삼성과 현대쪽 편만 든다”면서 회비를 제때 내지않는 방법으로 항의표시를 하는 일이 맞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6월 구광모 LG회장이 전경련이 주도한 윤석열 대통령의 유럽 및 베트남순방 수행 기업단에 4대그룹 총수 중에서는 유일하게 동행함으로써 한경협과의 관계개선 조짐을 보였다.

이와함께 구광모 회장이 최근 가족과의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 또한 한경협을 통한 대외활동 강화 가능성도 점쳐진다. 구 회장과 LG가 자동차배터리 분쟁으로 SK 최태원 회장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점도 변수다.

롯데와 한화 GS HD현대 등 재계 10위권내 나머지 기업들 또한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결정,즉 대세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한경협 회장 추대를 사양하면서 이후 한경협 활동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약속했다는 후문이고, GS그룹은 허창수 명예회장이 문재인 정권 때 아무도 맡지 않으려는 전경련 회장직을 맡아 의리를 지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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