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대우조선해양 경로 밟아 한화 품에 안기나?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사실상 무산국면으로 흐르면서 한화의 아시아나 인수설이 부각되고 있다. /그래픽=펜앤드마이크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사실상 무산국면으로 흐르면서 한화의 아시아나 인수설이 부각되고 있다. /그래픽=펜앤드마이크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두 항공사의 기업결합에 강력하게 반대해온 유럽연합(EU) 및 미국의 입장이 워낙 완강하기 때문이다.

세계 조선업계 1위 현대중공업, 즉 HD현대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시도가 EU 당국의 반대로 무산됐던 것과 같은 상황이다. EU에 대해 미국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을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망은 더 어둡다.

9일 관련업계의 소식을 종합하면 대한항공은 물론, 이를 적극 추진한 산업은행 등 관련 당사자들이 합병무산에 대비한 ‘플랜B’를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문재인 정권 하에서 대한항공에 수천억원대의 특혜를 제공하면서 합병을 독려했던 산업은행의 헛발질에 대한 책임 문제가 본격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산업은행의 지원을 바탕으로 가족간 경영분쟁을 수습하고 3세승계를 이룬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또한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게됐다.

조원태 회장과 한진그룹 지주회사격인 한진칼은 그동안 대한항공 아시아나 합병을 위해 국내외 대형로펌과 회계법인 등에 자문료 등의 명목으로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서 미국 법무부(DOJ)는 지난 5월 대한항공에 "독점을 해소할 경쟁 항공사가 없으면 합병 승인이 어렵다"고 통보한 바 있다. 이에 대한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프레미아에 주요 노선을 넘기는 등 LCC를 키워 독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제안했지만 DOJ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EU 집행위원회(EC)도 지난 6월 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관련 조사를 중단하고 이달 초로 예정됐던 최종 승인 결정 시점을 연기함으로써 합병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후 조원태 회장과 대한항공은 정부에까지 SOS를 보내 도움을 호소했지만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따라 산업은행은 합병무산에 대비한 ‘플랜B’ 마련에 착수했고, 그동안 아시아나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한화 등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최근 국내 최대 회계법인을 통해 추후 아시아나항공이 제3자 매각에 돌입할 경우 풀어야 할 문제점 등에 대한 컨설팅에 착수했다.

산업은행은 두달전까지만 해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무산되는 경우에 대한 플랜B는 현재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한항공에 대한 산업은행의 태도도 차가워졌다. 대한항공은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부문을 티웨이항공 등 국내 항공사에 매각해 해외 규제당국의 요구에 대응하겠다는 방안을 산은에 보고했지만 승인을 꺼리고 있다.

아시아나 화물부문의 매각은 미국과 EU의 기업결합 반대를 돌파할 핵심 대책이었다. 화물사업은 2021년 아시아나항공 매출의 72.5%를 차지했다.

대한항공은 한발 더 나아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미국 노선과 유럽 노선 일부를 국내 다른 항공사에 넘기는 방안까지 고려중이지만 산업은행의 태도는 냉랭하기만 한 상황이다.

산업은행의 이같은 태도는 미국과 EU의 반대를 돌파하기 위한 대한항공의 카드가 아시아나항공을 사실상 없애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복수항공 체제 붕괴라는 더 큰 책임론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 주변에서는 대한항공이 아닌, 제3자 매각설이 흘러 나온다.

어떤 경우든 국책은행 산업은행을 둘러싼 책임론은 본격화 될 전망이다.

산업은행이 2020년 11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처음 발표한 뒤 3년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지난 1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총부채는 12조8147억원으로 부채비율 2000%를 넘어섰다. 2020년 1월 이후 신규 채용도 못했다.

이 3년의 시간동안 독점적 사업자로 자리잡은 대한항공의 실적은 크게 개선돼 ‘이중 특혜’ 논란도 불가피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가 최근 하림그룹 계열의 팬오션 측과 접촉해 팬오션이 보유한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의 한진칼 지분 매입은 상황전개에 따라 아시아나 인수와 더불어 한진칼, 즉 한진그룹의 경영권 구도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

이에 맞서 한진칼 측도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실탄 확보에 나서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한진칼은 지난 3일 서울 서소문의 KAL 빌딩과 대지 중 일부를 자회사인 대한항공에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한진칼이 공시한 처분 목적은 운영자금 확보로 매각가는 2642억원이다. 한진칼은 이어 4일에는 사모채 시장에서 총 24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고, 7일에도 100억원어치의 1년 6개월물 사모채를 추가로 발행했다.

한화그룹은 과거 오랫동안 항공사 인수를 통한 항공산업 진출에 관심을 가져왔다.

아시아나항공이 최초에 매물로 나왔을 때, SK CJ 등과 함께 인수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김동관 부회장의 3세경영 체제에 들어선 한화그룹이 우주 항공분야는 물론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계기로 육해공을 망라하는 방위산업체로 본격 도약하고 있다는 점 또한 한화의 한진칼 지분 강화시도 및 아시아나 인수설의 배경이 되고 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