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부위 아닌 정상 벽체 검사결과 
설계기준 강도 24MPa 훨씬 넘겨 
'철근 누락' 결론 났는데 때아닌 '남 탓' 타령
'중소레미콘공장' 품질 불량도 '어불성설'
검단 공사에 '대기업' 레미콘 공장도 타설

국토부 '검단아파트 붕괴 조사위'의 9개 업체 레미콘 품질 검토 현황. 28일 경과후 압축강도가 모두 설계기준 강도인 
24MPa 이상이다. 레미콘 타설 9개 업체 중에는 대기업 산하 레미콘 공장도 포함돼 있다.  [<펜앤드마이크> 단독입수 자료]

지난 4월 발생한 검단 신축아파트의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를 놓고 최근 '레미콘 품질 불량 논란'이 다시 일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같은 논란은 검단 아파트 붕괴 이후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으로 진행한 91개 단지 조사 결과 부실공사 원인이 '무량판 구조' 설계에 철근 보강이 제대로 안된 '철근누락'이 이미 원인으로 적시된 과정에 돌출, 그 배경에 대해 레미콘업계를 비롯한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궁금해 하고 있다. 

논란을 살펴보면 '레미콘 품질' 불량을 또다시 제기한 곳은 검단아파트 발주처였던 LH와 레미콘을 공급받아 현장에서 아파트를 짓는 대형건설사, 그리고 시멘트 회사와 수직계열화를 이룬 대형레미콘사(일반적으로 시멘트사가 대주주)들로 일방적으로 '중소 레미콘 공장' 들을 일제히 공격하고 있다. 

특히 대형레미콘사의 문제 제기는 그들 레미콘사들이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중소레미콘 공장에 공공 기관 발주의 경우 80%를 의무적으로 할당해야 한다는 정부 규정에 항의해 온 만큼 업계에서는 그 저의를 의심하고 있다.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현재 국내에는 대기업 집단에 속하는 레미콘공장 125개(한국레미콘공업협회 회원사)와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에 소속된 중소레미콘업체들이 전국 도처에서 운영하는 957개(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집계) 레미콘 공장이 가동 중이다. 

논란의 주요내용은 크게 두가지다. 첫번째는 인천 검단 조사위 분석결과 타설(레미콘 트럭에 싣고 간 반죽 형태의 콘크리트를 공사 현장에 제공하는 것을 지칭)후 11개월이 지났는데도 레미콘사고 구간 콘크리트 강도가 설계기준 강도(24㎫)의 70.4%(16.9㎫)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레미콘이 콘크리트로 굳어지는 기간이 충분히 경과했음에도 설계기준 하한선인 85%에 미달하니 '불량'이라는 지적이다. 

또 한가지는 LH 같은 공공기관이 공사를 발주할 경우 정부가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도입한 '관급'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중소기업 물량비율(80%이상)을 지키도록 해 '억지춘향'식으로 품질미달의 중소기업 제품을 쓰다보니 그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펜앤드마이크>가 검단 신축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를 확인 취재하는 과정에서도 입수한 국토부 내부자료는 그같은 주장들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려주고 있다. 

당시 국토부의 발표 자료를 보면 1. 설계 감리 시공 등 부실로 인한 전단보강근의 미설치, 2 붕괴구간 콘크리트 강도부족 등 품질관리 미흡, 3. 공사 과정에서 추가되는 하중을 적게 고려한 것을 주요 사고원인으로 지목하였다. 

특히 사고조사위원회의 발표 내용중 '콘크리트 품질 미흡' 부문에는 사고구간 콘크리트 강도시험결과 설계기준강도 24메가파스칼(MPa, 압축강도 단위)의 85%(20.4MPa) 보다 낮은 16.9메가파스칼에 불과한 것으로 나와 있다. 

KS규격을 보면 시멘트와 골조, 물 그리고 혼화재를 비벼 만든, 일종의  '반죽된 콘크리트'인 레미콘은 타설 기점으로부터 28일이 지났을 경우 적어도 딱딱하게 굳어지는 '경화 과정'을 통해 시공사가 원하는 설계기준강도의 85%에 달해야 한다고 돼 있다. 

따라서 타설한지 6개월이 넘는 콘크리트에서 적절한 강도가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레미콘 품질이 '불량'이라고 충분히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본지가 입수한 국토부 내부자료에는 '붕괴되며 급격히 강도가 떨어진 콘크리트'가 아닌 벽체의 정상적인 '콘크리트 코어(품질 평가를 위해 구조체에서 잘라낸 시험용 성형품)를 테스트한 결과 28일 경과 시점에 대부분 30MPa 이상이어서 설계기준 강도 24MPa를 훨씬 넘기고 있다. (사진 캡처 형태의 표 참조) *1메가파스칼(MPa)=1뉴턴/평방밀리미터(N/mm²) 

따라서 일각에서 '콘크리트 강도 미달' 운운하는 주장은 붕괴과정에서 '강도'를 상실한 콘크리트에 국한된 것이기 때문에 적절한 지적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건물의 뼈대를 이루는 것이 철근과 콘크리트 인것을 감안하면 '반죽 형태의 콘크리트'를 공사현장에 타설하는 레미콘업계로서는 ‘품질불량 레미콘’ 언급은 뼈아픈 내용이다.  

이와관련 중소레미콘 공장의 임원인 A 씨에 따르면 레미콘은 유통과정에서 제조 공장에서의 자체 품질 평가, 공사 현장 관계자들과 감리사 기사 등 '3중, 4중 검사'를 실시하기 때문에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1군' 레미콘 공장은 물론 중소 레미콘 공장에서도 태생적으로 '불량'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다. 

또다른 레미콘업계 관계자 B씨는 "국토부는 물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를 내리는 시공사와 감리 책임자, KS 표준 인증 기관인 한국표준협회 등 여러 관련 기관에서 돌아가며 평균 주 3회 공장의 레미콘 제작과정 '실사'도 나오고 있어 '품질 불량 레미콘'을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의 레미콘 제품을 품질 불량인 줄 알면서도 '중소기업 보호'라는 명분 때문에 억지로 받고 있다는 LH나 대형건설사 그리고 시멘트 회사 산하의 계열사인 속칭 '1군'으로 불리는 대형레미콘사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국토부 내부자료는 또 입증해 주고 있다.  

레미콘트럭이 공사현장으로 출발하기 앞서 '반죽된 콘크리트'인 레미콘을 적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를 보면 사고시점에 레미콘을 검단 신축아파트 현장에 타설한 13개 공장 중에는 중소레미콘 공장 5곳 뿐 아니라 대기업 계열의 '1군 레미콘' 공장인 '한일시멘트' 계열 레미콘사도 납품했다는 기록이 담겨 '관급'인 LH 공사이므로 중소레미콘 공장이 대부분 납품했을 것이라는 일반의 인식도 교정해 주고 있다.

그동안 중소 레미콘업계는 중소기업의 판로 지원을 위해 '(LH 아파트와 같은)공공 발주 공사에 중소기업이 생산한 자재만 사용하도록 강제한 '공사용자재 직접구매 제도'에 기대 '품질개선에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에 속앓이를 해왔다.

그러나 국토부의 자료는 대기업 '1군' 레미콘 공장도 공공기관의 발주에 참여할 수 있고, 1군 레미콘 공장'이나 '중소 레미콘 공장의 품질 또한 모두 "양호하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고 있다. 

한편 한 중소 레미콘 공장의 관계자는 "당시 모 의원이 조사해 발표한 내용처럼 현장에 레미콘을 납품한 중소 레미콘 공장 가운데 3개사가 2021~2022년 품질 부적합 판정을 받았던 업체였다는 내용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품질 부적합 판정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골재 시료 채취 장소 미표기 등 공장 입장에서 보면 품질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고 실사 과정에서 늘상 있는 지적이고 충분히 개선한 후 결과를 상부에 보고했기 때문에 '품질 불량'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라고 강조했다.  

이경택 기자 kt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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