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

 

한국의 종북좌파는 인권 문제라는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민주화 세력이라고 자랑하면서도 같은 동포인 북한 동포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쩔쩔매거나 아예 모른척한다. 한국에 정착한 3만 5천 명 탈북민이 지구상 최악의 인권유린을 증언하는데도 그러하다.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1년 동안 철저한 조사를 거쳐 ‘북한 땅에서 광범위하고 조직적이며 심각한 인권침해, 즉 반인도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가 자행되고 있다‘고 보고서를 발표하여, 북한의 인권유린 참상을 온 세상이 알게 되었는데도, 종북좌파만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인권 문제는 본래 좌파들이 앞장서는 핵심 과제였다. 한국의 좌파는 입으로만 좌파지 실제로는 이미 수구반동 세력이 되어버렸다. 북한 정권의 ‘우리민족끼리’에는 맞장구치면서도, 정작 같은 민족인 북한 동포의 참상은 애써 외면한다. 

  짜지 않으면 그건 소금이 아니다. 진정 민주주의의 신봉자라면 나라 안이건 밖이건 인권옹호를 위해서는 앞장서야 맞다. 1989년 전후 동유럽 공산권의 몰락과 소연방의 해체로 70여 년의 공산주의가 실패로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의 좌파는 눈 딱 감고 북한 독재정권을 편들어왔다. 도그마에 사로잡혀 이성적인 사고를 버린 것이다. 

  청년 시절에 탐닉했던 생각을 고치는 것은 물론 힘들 수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그들이 북한 독재정권을 추종하여 대한민국에 해악을 끼치는 데 있다. 80년대 반정부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586세대 지도부의 상당수가 김일성 부자의 사진을 걸어놓고 충성을 맹세했었다. 그 후 전향했다는 증거는 없다. 그들이 정치에 뛰어들어 중견이 되었다. 국회의 과반의석을 차지한 거대 야당의 중심 세력이 되었다. 

  통일 전 서독에서는 반국가활동을 한 자는 공직에 취임할 수 없도록 제한하였다. 자유민주주의의 사회방어를 위한 제도였다. 한국의 6·10 항쟁은 민주화 이정표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순수한 민주화운동과 공산주의 이적행위를 구분하지 않은데 문제가 있다. 친북세력이 민주화 투사로 둔갑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그들이 문재인 정권에서는 청와대를 장악하여 북한 정권의 이해관계에만 신경을 쓰는 행태를 보였다. 반국가행위가 아니고 무엇인가? 대표적인 예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유엔 제재를 풀어달라고 유럽의 정상들을 찾아다니면서 호소하여 빈축을 산 일이다.     

  북한의 인권 문제를 눈감아온 사례는 태산과 같이 쌓였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미국은 2004년 북한인권법을 제정하였고, 일본은 2006년 제정하였다. 2005년에 김문수 당시 국회의원이 발의한 북한인권법안의 통과를 온갖 구실을 만들어 방해하였다. 11년 만인 2016년 통과되었으나,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핵심기구인 ‘북한인권재단’의 발족을 막고 있다. 12명의 이사 중 야당 몫인 이사 5명의 추천을 거부하고 있다. 이 재단이 발족해야 북한의 인권상황에 관한 종합적인 실태 파악과 그에 대한 대책 마련, 그리고 민관협력, 국제협력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2022년 문재인 정권에서 통과시킨 ‘대북전단금지법’이야말로 북한 주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해치는 것이다. 헌법위반이다. 문재인이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시기, 그리고 대통령 재임 시 북한 정권의 인권침해를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유엔 결의안에 연속 기권한 것도 북한 동포들의 인권을 외면한 부끄러운 사례다. 자유를 찾아 귀순하려던 북한 동포를 박해받을 것이 뻔한 북한 땅으로 되돌려보낸 사례는 부지기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충격적인 예는 2019년 11월 2명의 귀순 어부를 한국법상 심문 절차도 없이 판문점을 통해 무자비하게 강제 송환시킨 사건이다.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매우 중대한 비인도적 만행은 탈북민이나 북한인권 시민단체를 후원하면 세무조사를 당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선량한 기부문화에 찬물을 끼얹은 행위다. 한국 사회가 북한 인권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멀리하도록 유도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북한인권을 외면하는 사회풍조를 조장한 종북좌파의 반인륜적 행위는 바로 북한 정권의 눈치만 살피는 의식이 작용한 결과다. 북한 동포의 불행은 외면한 것이다. 갈등을 느끼지도 않은 채 그렇게 한 것은 탈북민을 ‘배신자’로 보는 잠재의식 때문이다. 임수경이 탈북대학생 백요셉에게 했던 말이다. 북한 정권에 대한 충정(?)이 배어있는 심리다. 왜 수령을 배신하고 탈북했느냐고 꾸짖은 것이다.

  1996년 정기국회의 하나원 건설예산안 심의과정에서 탈북민들이 한국에 와서 호강하게 되면 북한 당국이 싫어하므로 반대한다던 야당 측 사고와 같은 것이다.

  이러한 모든 비인도적 행태야말로 북한 김씨 정권의 심각한 인권유린을 방조하는 일이다. 법의 정당한 심판이 행해진다면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2014년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보고에 따라 북한인권침해의 정책결정자들, 즉 김씨 일가와 주요 책임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기소하게 될 경우, 한국 측의 방조자들도 함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들은 남북한 간의 평화를 위한 길이었다고 주장할 테지만, 반인도 범죄를 척결하려는 국제사회의 요구와 유엔의 인권보호 메커니즘이 추궁하는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북한 정권의 인권유린을 외면하는 억지 행태가 거기서 그치지 않는 데 있다. 사회 전반에 걸쳐 상식이 통하는 건전한 토론을 방해하고, 자기주장만 외쳐대는 떼쓰기의 풍조를 조성하는 것이다.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라고 하는 한국 사회가 심각한 사회갈등을 겪는 데는 이러한 떼쓰기 풍조가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허위를 근거로 하는 선전·선동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판을 치고 있다. 천성산 도롱뇽 생떼,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 사수와 같은 무책임한 선동들이다. 김대업 위증, 광우병 괴담과 같은 허위 선동으로 선거 결과를 뒤엎거나, 탄핵사태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하기까지 하였다. 정의와 합리적 이성이 통용되는 선진국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창피한 일이다.

  요즈음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에 관해서는 IAEA의 과학적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위험성을 과장하는 선동을 벌이는 일이다. 이에는 반일, 반미 운동으로 확산 폭발시키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북한의 ‘우리민족끼리’라는 선동 구호에 따르는 셈이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명언이 있다. ‘한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 있다. 또 온 국민을 한 번 속일 수 있다. 그러나 온 국민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한국의 높은 교육 수준, 그리고 세계화의 결과 외부 정보를 자유롭게 파악할 수 있기에 시간이 흐르면 결국 악성 선전 선동은 들통나게 마련이다. 아무리 악의적인 선전 선동으로 농간을 부리는 세력이 득세하더라도 결국은 무너지게 마련이다. 

  한국의 종북 좌파 세력이야말로 교조주의적 고집 때문에 동유럽 공산권의 몰락, 그리고 바로 이웃 나라 일본에서의 사회당의 말로와 같은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김석우 객원칼럼니스트(북한인권시민연합 이사장, 전 통일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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