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배우 이순재가 배우 손석구의 '가짜 연기' 발언 논란에 "가짜를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게 연기"라고 말했다. 설화를 일으켜 몸을 낮춘 손 씨에게 대선배로서 가르침에 가까운 말 한마디를 건넨 셈이다. 

연극 '리어왕'으로 무대에 오른 이 씨는 지난달 31일 공개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에 누가 '가짜 연기'라는 말을 해서 논란이 됐다"며 "그런데 연기라는 게 원래 가짜다. 가짜를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게 연기"라고 말했다.

이 씨가 언급한 '가짜 연기' 논란은 손 씨가 지난 6월 연극 '나무 위의 군대' 기자간담회에서 "원래 연극만 하려고 했고 매체 쪽은 시작할 생각이 없었다가 30살 초반에 영화나 드라마로 옮겨갔다. 그때 (연극에서) 사랑을 속삭이라고 하는데 마이크를 붙여주든지 해야지 '가짜 연기'를 왜 시키는지 이해가 안 됐다. 그래서 그만두고 영화 쪽으로 갔다. 다시 연극을 하면서 내가 하는 연기 스타일이 연극에서도 되는지 보고 싶었다"라고 말한 게 발단이 됐다.

배우 남명렬은 같은달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하하하, 그저 웃는다. 그 오만함이란. 부자가 된 사람, 든 사람, 난 사람이 아니라는 것만 덧붙인다"며 "진심으로, 진짜 연기로 속삭였는데도 350석 관객에게 들리게 하는 연기를 고민해야 할 거다. 연극할 때 그 고민을 안 했다면 연극만 하려 했다는 말을 거두어 들이기를. '해보니 나는 매체 연기가 잘 맞았어요'라고 해라. 속삭여도 350석 정도는 소리로 채우는 배우는 여럿 있다. 모든 연기는 허구의 인물을 연기하는 것일진대 진짜 연기가 무엇이라 규정하는 자세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손 씨는 남 씨에게 손편지로 사과했다고 밝혔다. 손 씨는 "연기를 처음 시작했던 10여 년 전 한 가지 정형화된 연기를 강요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의 옹졸함과 고집 때문에 그렇게 느낀 것 같다. 오해를 살 만한 문장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남명렬) 선배님께 손편지도 써서 사과했다. 선배님도 그걸 보시고 나의 마음을 알아주시고 답장도 주셨다"고 말했다.

평생 배우로 또 대학 등에서 연기를 가르치며 살아온 사람으로서 이 씨는 손 씨 관련 설화를 언급하며 "배우가 감정에 너무 빠져들면 관객의 몫이 사라진다. 절제해서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나는 자연스럽게 보이면 잘한 연기라고 생각한다. 꼭 역할에 과몰입해서 과장된 감정을 끌어낼 필요가 없다"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