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동독과 서독의 분단을 상징하던 베를린 장벽이
지난 8일 낙서화가 정태용씨(28)에 의해 그림으로 뒤덮였다.

경찰이 서울시 중구 청계 2가에 전시된 ‘베를린 장벽’을 훼손한 낙서 화가(그라피티 아티스트, graffiti artist) 정태용씨(28)를 12일 소환해 조사한다. 청계천변에 있는 이 베를린장벽(높이 3.5m, 폭 3.6m) 3점은 독일 베를린에 있던 실제 장벽으로, 독일 베를린시가 지난 2005년 남북 통일의 염원을 담아 서울시에 기증했다.

문제는 정씨가 지난 8일 오후 베를린 장벽의 양쪽 면에 페인트칠을 하고 자신이 세운 브랜드 이름을 써넣으며 불거졌다. 장벽 훼손 사실은 정씨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인증샷’을 올려 널리 알려졌다. 정씨는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메시지’라는 문구와 함께 낙서한 장벽 앞에 앉아 있는 자신의 모습을 올렸다.

장벽은 본래 독일 통일 전 자본주의 진영 서베를린과 공산주의 진영 동베를린의 분단 상황을 드러내는 역사적 증거로 여겨졌다. 장벽 양면 중 서베를린을 향해 있던 면은 통일을 염원하는 그림과 낙서로 가득했던 반면, 자국민의 탈주를 막기 위해 접근을 막았던 동베를린 쪽 면은 낙서 없이 깨끗했다.

정씨의 그래피티로 베를린 분단 당시 서독을 바라봤던 쪽은 파란색·주황색·분홍색 페인트에 덮였고 반대쪽은 정씨의 브랜드 등 낙서로 가득 찼다.

정씨의 낙서를 본 대다수의 시민들은 “예술을 가장한 문화재 훼손”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정씨는 논란이 커지자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탈퇴했다.

장벽은 중구청이 관리하는 공용 시설이다. 공용물파괴죄에 따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다. 재물손괴죄로 처벌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11일 베를린장벽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구청 공무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고, 12일에는 정씨를 불러 조사한다. 정씨가 그래피티 작업 사실을 시인하고 있어 수사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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