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정국구상이 확고해지고 있다. 한마디로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국정장악력을 더욱 높여나가겠다는 게 핵심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왼쪽부터 김대기 비서실장, 윤 대통령, 김영호 장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2023.7.28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zjin@yna.co.kr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왼쪽부터 김대기 비서실장, 윤 대통령, 김영호 장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2023.7.28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비리 의혹 등으로 흔들리는 민주당 정치공세 가열...정공법으로 맞서 국민 지지 견인할 듯

이재명 대표의 비리의혹 등으로 흔들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여당에 대한 비난공세와 흠집내기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에 정공법으로 맞서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내년 4월 총선 승리가 중요하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발목잡기로 인해 개혁정책 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를 거둬야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 개혁정책을 속도감있게 실천할 수 있게 된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내년 총선 승리가 전제조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처럼 거대 야당이 정부여당 정책에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자당 대표 감싸기를 위해 국회를 무력화시킨다면 갈수록 국정운영이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현재 윤 대통령의 ‘국정장악력 극대화’의 키워드는 인적쇄신과 미디어 공정성이라고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의 인적쇄신 구상= 눈치보는 인사 배제하고 소신있는 개혁파 기용

윤 대통령은 8월초에 짧은 여름 휴가를 갖고 이같은 구상을 가다듬을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인 중심의 광복절 특별사면과 8월 18일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개최될 한미일 정상회의 대비 등도 깊이있게 검토해야 할 국정과제들이다.

지난해는 8월 첫 휴가지로 대통령 별장 ‘청해대(靑海臺)’가 있는 거제 저도를 검토했으나 취소하고 서초동 사저에서 닷새간 휴가를 보낸 바 있다. 당시에도 휴가를 끝낸 뒤 전반적인 정책 조정역할을 수행하는 국정기획수석을 신설하고, 김은혜 홍보수석을 임명하는 등 대통령실 인적쇄신을 단행한 바 있다.

올해 여름 휴가에서 윤 대통령은 일부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부분 개각을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달 1차 개각을 통해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의 '실세 차관'을 핵심 부처에 배치함으로써 국정 장악력을 끌어올린 바 있다. 2차 개각에서는 국정과제 이행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부처가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부 등이 거론된다.

2차 개각이 단행된다면 그 시점은 윤 대통령이 8월 미국 순방을 떠나기 전일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윤 대통령이 지난 28일 야당의 반대 등에도 불구하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를 지명하고, 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임명한 것은 국정 장악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인적쇄신 의지를 분명히한 조치로 풀이된다.

눈치보기나 보신주의를 통해 적당히 좋은 평판을 유지하려는 인물보다는, 야당의 비판 등을 무릅쓰고서라도 필요한 개혁정책을 소신있게 추진할 인물이 필요하다는 게 윤 대통령의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야당은 맹비난하지만 친민주당 성향인 공영방송 개혁에 적임자 평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 후보자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방송·통신 국정 과제를 추진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등이 이 후보자의 자녀 학폭 의혹, 배우자를 통한 인사청탁 의혹 등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는 가짜뉴스에 가까운 정치공세라는 게 대통령실의 판단인 셈이다.

이 후보자는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에 입사해 정치부장, 논설위원을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이명박(MB) 정부 청와대에서 대변인, 홍보수석비서관, 대통령 언론특보 등을 지냈다. 미국산 소고기 파문, 독도 사태 등을 둘러싼 야권의 정치공세에 대해 원칙과 소신을 갖고 대처함으로써 이명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가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가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등 진보진영은 이 후보자를 겨냥해 ‘방송 장악’을 시도한 장본인이라고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하지만 보수진영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통해서 좌편향 방송으로 왜곡된 공영방송을 정상화하는 데 큰 기여를 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같은 이 후보자의 업무능력과 정무감각, 조직장악력 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민주당 성향 보도를 고수하고 있는 공영방송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이 이 후보자에게 지워진 최대 과제라는 게 일반적 평가이다.

이 후보자도 28일 ‘공정한 미디어 생태계의 복원, 자유롭고 통풍이 잘 되고 소통이 이뤄지는 정보유통 환경을 조성하는데 먼저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면서 “글로벌 미디어 산업 환경이 아주 격변하고 있는 시기에 중요한 직책에 지명돼 어깨가 무겁다. 가짜뉴스와의 전쟁에 지금 각국 정부와 시민 단체가 모두 그 대응을 골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우리가 언제까지 진영 논리의 이해와 충돌을 빚는 패러다임에 갇혀 있을 수는 없다”면서 “대한민국에도 영국의 BBC 인터내셔널이나, 일본의 NHK 방송처럼 국제적으로 신뢰받고 인정받는 공영방송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넷플릭스처럼 콘텐츠 거대 유통 기업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이동관의 공영방송 대수술 성공해야 내년 총선 앞두고 공정한 미디어 생태계 구축돼

이같은 발언으로 미루어 볼 때, 이 후보자가 염두에 둔 개혁과제는 두 가지로 예상된다. 첫째, 당파성의 늪에 빠져있는 공영방송을 정상화해서 BBC처럼 국제적으로 신뢰받는 공영방송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KBS, MBC와 같은 공중파 방송들이 노무현, 문재인 정부와 같은 진보정권을 거치면서 입으로는 ‘공정’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좌편향’ 성향을 드러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이처럼 부조리한 현실을 개혁하겠다는 게 이 후보자의 의지인 것이다.

따라서 이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으로 취임할 경우 ‘공영방송 대수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KBS 이사진 구도를 개편, 김의철 KBS 사장을 해임하는 게 선결과제이다.

이같은 공영방송 개혁은 힘든 전쟁이 될 전망이다. 방송국 내 기득권 세력은 물론, 민주당 등 야권이 공영방송 개혁을 방송장악 음모로 규정하고 저지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가 이같은 반발을 이겨내고 공영방송 개혁에 성공할 경우, 내년 총선은 공정한 미디어 생태계 속에서 치러질 수 있다는 게 국민의힘의 기대 섞인 분석이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은 29일 논평에서 “윤 대통령의 이번 지명은 이동관 후보자가 우리 방송 생태계를 미래 지향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경험과 의지를 모두 갖춘 인물이기 때문”이라면서 “문재인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하며 종편 평가점수까지 조작했던 한상혁 전 위원장이야말로 최악의 방송장악 장본인 아니었나. 민주당이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이유가 온갖 억측을 전제로 나온 '방송장악을 위한 임명'이라고 하나, 그 주장 자체가 자기모순”이라고 반박했다.

이동관의 뉴미디어산업 구상= 넷플릭스와 같은 거대 콘텐츠 유통 기업 육성?

둘째, 이 후보자는 넷플릭스와 같은 거대 콘텐츠 유통 기업의 육성을 개혁과제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좌파와 우파 그리고 보수와 진보 간의 대결이라는 진영 논리 패러다임에서 탈피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위해서만이 아니다. 콘텐츠 유통산업의 격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송통신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이 후보자의 주장인 셈이다.

이 후보자는 “과감한 규제 혁신과 정책 지원을 통해서 한국이 글로벌 미디어 산업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언제까지 과거 틀에 갇혀서 얽매여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KBS, MBC의 편파방송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도마위에 오르는 현상 역시 ‘과거의 틀’에 불과하다는 게 이 후보자의 판단으로 해석된다. 그러한 과거의 틀을 차제에 깨버리고 대한민국의 방송통신이 새로운 콘텐츠 산업을 주도하는 역량을 키우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는 게 업계전문가들의 지적이기도 하다.

김영호 신임 통일부 장관= 북한인권, 국군포로 문제 등 할 말은 하는 대북정책 추진

김영호 신임 통일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공무원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영호 신임 통일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공무원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북 원칙론자로 꼽히는 김영호 신임 통일부 장관은 ‘원칙에 기반한 대북정책’을 취임 일성으로 강조했다. 통일부는 대북지원부가 돼서는 곤란하다는 윤 대통령의 지적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역할 조정에 나서고 있다. 우선 북한 인권 문제를 핵심 정책과제로 언급했다. 김 장관은 28일 “북한 인권 문제는 북한 주민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이 안고 있는, 분단으로 초래된 인권 현안 문제 해결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밝혔다.

김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북한 독재정권이 남북 대화의 파트너이지만, 열악한 북한 인권에 대해서 할 말은 한다는 원칙을 실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통일부 차원의 조직개편도 대북지원 파트를 축소하고 국군포로 담당 부서 등은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28일 남북 교류협력·대화 담당 조직을 통폐합하면서 정원의 15%인 80여명을 줄이는 조직개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교류협력국과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 남북출입사무소, 남북회담본부 등 4개 조직을 국장급 1개 조직으로 통폐합을 추진한다. 대신에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를 담당하는 부서는 장관 직속으로 신설된다. 북한 인권과 정세분석 분야에선 외부 인력도 영입하기로 했다. 통일부 실장급 1급 공무원 6명은 사표를 제출한 상태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조직법상 통일부의 역할인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부정하는 개편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하지만 김 장관은 기존의 굴욕적 대북정책을 지양하고 대등한 남북관계라는 원칙 아래서 북한인권, 국군포로 및 납북자 송환 등과 같은 민감한 문제도 정확하게 지적하는 정책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북지원도 이처럼 할 말은 하면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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