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25조 KT그룹을 이끌 차기 대표 후보가 3명으로 압축된 가운데, KT의 투명한 지배구조를 창출하는 데 누가 적임자인지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지난 27일 KT 차기 대표 최종 심층면접 대상자 3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쇼트리스트에 오른 3인은 김영섭(왼쪽부터) 전 LG CNS 사장, 박윤영 전 KT 사장, 차상균 서울대 교수이다. [사진=YTN 캡처]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지난 27일 KT 차기 대표 최종 심층면접 대상자 3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쇼트리스트에 오른 3인은 김영섭(왼쪽부터) 전 LG CNS 사장, 박윤영 전 KT 사장, 차상균 서울대 교수이다. [사진=YTN 캡처]

내부 출신 인사가 낙점 단계까지 갔으나 ‘KT 이권카르텔’ 이슈에 걸려 세 차례나 무산되는 과정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정부여당과 국민연금의 반대 목소리가 컸다. 민영화된 KT는 국민이 주인이 되는 기업이 돼야 한다는 당위성은 안고 있지만, 실제로는 소수의 KT 출신 인사들이 장악하는 지배구조로 변질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KT는 임직원 수만 2만명이 넘는 재계 서열 12위 기업이다. 하지만 오너 일가는 없다. 이처럼 주인 없는 민영기업을 특정 파벌이 독점적으로 지배할 가능성은 상존하는 것이다.

윤석열 캠프 출신 등 정치권 인사들은 모두 쇼트리스트에서 배제돼

KT 이사추천위원회가 지난 27일 저녁 공개한 최종 면접 후보군(쇼트리스트) 3인 명단 중 2명은 외부인사, 1명은 내부 인사이다. 김영섭(64) 전 LG CNS 대표, 차상균(65) 서울대 교수는 외부 출신이고, 박윤영(61) 전 KT 기업부문장(사장)은 내부 출신이다.

KT는 8월 초에 최종 1인 대표 후보자를 확정한다. 이어 8월 말 임시 주주총회에서 신임 대표선임 절차를 밟게 된다. 주주총회 선임 요건은 ‘참석 주식의 60% 이상 찬성’과 ‘찬성한 비율이 전체 주식의 25% 이상’ 등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KT 1대 주주는 국민연금공단(8.27%)이고, 그 뒤를 현대자동차그룹(7.79%), 신한은행(5.57%) 등이 잇고 있다.

외부 인사 27명, 내부 출신 10여명 등 총 40명 안팎이 지원한 이번 대표 후보 공모에서 정치권 인사가 발탁될 가능성이 주목됐으나 KT CEO에 재도전한 정치권 인사 중 누구도 쇼트리스트에 들지 못했다.

김기열 전 KTF 부사장(윤석열 대선후보 캠프 ICT희망본부장),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자문위원), 권은희 전 새누리당 의원(전 KT네트웍스 비즈부문장),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등이 이번 경선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고배를 마셨다.

김영섭 전 LG CNS 대표와 차상균 서울대 교수는 경북대 사대부고 동문...민영화 이후 첫 경쟁사 출신 혹은 학계 출신 CEO 가능성

김영섭 전 대표나 차상균 교수가 발탁될 경우, 2002년 KT민영화 이후 처음으로 경쟁사 출신이나 학계 출신이 최고경영자(CEO)에 오르게 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2002년 KT 민영화 이후 학계나 경쟁 이동통신사 출신이 CEO로 온 적은 없다.

김 전 대표와 차 교수는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의 친형인 이종섭씨와 경북대 사대부고 동문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섭 전 대표, 사내 리더십 구축이 과제이지만 강도 높은 개혁 추진에 유리

김 전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럭키금성상사에 입사한 이후 38년 간 LG에서 근무한 ‘LG맨’이다. ‘재무통’이면서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LG 구조조정 본부 재무개선팀 상무를 지냈고, LG CNS 대표 시절에 자회사 정리를 통한 기업 구조 개선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KT의 경쟁기업인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기도 했다.

이처럼 경쟁사 출신 인물이라는 점은 사내 리더십 구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게 약점이다. 하지만 KT 순혈주의 타파라는 개혁을 수행하기에 유리하다는 장점을 갖는다. 사내 파벌이나 인간관계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때문에 원칙과 효율성에 입각해 지배구조 개혁, 비즈니스모델(BM)혁신 등을 강도높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차상균 교수, 세계적인 AI 및 빅데이터 전문가로서 산업적 성과 거둬...대기업 경영 경험 없는 게 약점

차 교수는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동대학 제어계측공학 석사, 미국 스탠퍼드대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 초대원장,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초대원장을 거쳐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특임교수를 지냈다.

이처럼 전형적인 학자이면서 자타가 공인하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권위자로서 산업적 성과를 거둬온 인물이라는 게 장점이다. 2002년 벤처회사인 'TIM'을 창업해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 플랫폼 HANA를 개발했다. 대용량 메모리 기반의 서버 시스템 시대를 처음으로 연 글로벌 전문가이다. 현재 구글, 아마존, 메타, 인텔, HP 등 글로벌 기업에서 HANA를 사용하고 있다. 7년간 KT 사외이사로 재직한 경험도 있어 회사 사정과 개혁의 필요성 등을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삼성호암상 공학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박윤영 전 KT사장, 유연한 리더십과 빠른 조직장악력 기대되지만 ‘순혈주의’ 이슈가 걸림돌

박윤영 전 KT 사장은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 KT의 전신 한국통신에 입사한 이래 미래사업개발단장, 기업사업컨설팅본부장 등을 지낸 ‘정통 KT맨’이다. LG맨인 김 전 대표와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KT대표 선출에 나섰다가 두 번이나 떨어졌다. 이번 도전이 세 번째이다.

2019년 말 황창규 전 KT 회장의 뒤를 잇는 대표 선출 과정에서 구현모 전 대표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지난 2월 KT 대표이사에서는 당시 윤경림 전 사장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고배를 마신 덕에 이번에 기회를 잡게 된 셈이다.

KT 재직시 유연한 리더십으로 신망이 두터웠고, 2019년 대표 선임 당시 구현모 전 대표와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을 정도로 경쟁력을 인정받아 왔다. KT 기업부문장으로 복수 사장을 맡아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신사업을 주도했고, B2B(기업간 거래) 전문가라는 평가 등은 장점으로 꼽힌다. 회사 사정에 밝아 새 CEO로 취임할 경우, 빠르게 조직을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구현모 전 KT 대표와 윤경림 전 사장 등이 앞서 무산된 대표 경선과정에서 정부여당으로부터 ‘내부 카르텔’이라는 비판을 받고 뜻을 꺾었던 사실을 감안하면 ‘내부 인사’라는 점이 박 전 사장의 최대 약점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공개한 대표이사 지원 자격은 ▲풍부한 기업경영 경험과 전문지식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역량 ▲글로벌 시각과 사내 리더십 ▲산업·시장·기술에 대한 전문성 등이다. 3명의 최종 후보는 전문성이나 전문지식 등과 관련해서는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다른 역량에 대한 평가가 CEO 선택의 향배를 가를 변수가 될 것이라는 변수가 많다.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2일까지 접수된 사내·외 대표이사 후보군을 대상으로 서류 심사와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최종 심층면접 대상자 3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2일까지 접수된 사내·외 대표이사 후보군을 대상으로 서류 심사와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최종 심층면접 대상자 3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특히 관련 업계에서는 “두 번이나 내부 인사를 대표로 뽑아서 무산되는 파동을 겪었던 KT가 이번에는 깊은 고민을 할 것”이라면서 “경영 능력, 내부 카르텔 논란 차단 등의 민감한 이슈를 어떻게 정리할지가 주목된다”고 전망하고 있다.

KT 신임 대표, 오너 없는 민영기업 KT의 ‘내부 카르텔’ 개혁하고 신성장 동력 확보해야

3명으로 압축된 이번 쇼트리스트에 대해 정부여당 내에서 비판적 목소리가 흘러나오지 않는다는 점은 청신호이다.

KT는 지난해 11월 구현모 전 대표가 연임 도전에 나서면서 파동을 겪어왔다. 구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28일까지 세 차례나 차기 대표 후보로 선정됐지만, 그 때마다 1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과 정부여당의 비판에 직면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주인이 없는,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공익에 이바지했던 기업들이다”면서 “(사기업에 대한) 정부의 경영 관여가 적절하지는 않으나, 공정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윤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소위 오너없는 민영기업에서 특정 파벌이 득세하는 지배구조를 타파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KB국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사의 경우도 오너가 없지만 회장을 배출한 파벌이 장기집권을 하는 관행이 이어져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KT 내 이권 카르텔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빨라지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지난 27일 남중수 전 KT 대표를 불러 일감 몰아주기 및 비자금 조성 혐의 등에 대해 조사했다. 구현모 전 대표 등 KT 경영진이 자회사인 KT텔레캅의 시설 관리 업무를 하청업체 KDFS와 KSmate에 몰아주고, 이를 통해 수십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의 일환이다. 검찰은 지난 20일 남·구 전 대표, 박종욱 대표 직무대행, 홍모 부동산사업단장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본격적인 윗선 수사에 착수했다.

조만간 선임될 KT의 새 대표는 경영안정과 새로운 성장동력 구축뿐만 아니라 ‘지배구조 개혁 ’ 및 ‘이권 카르텔 타파’라는 또 다른 과제도 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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