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은 산업의 '쌀', 레미콘은 '건축의 쌀'
957개 중소레미콘 공장 대한민국 건설 초석  
'대기업 레미콘 회사'의 중소레미콘업체에 대한
'부실시공 원흉' 비판 온당한가
중소 레미콘업체 공장현장과 품질관리, 현장 목소리 등 
10회에 걸쳐 심층 취재 보도 예정 

레미콘 공장에서 생산된 레미콘을 공사 현장에 빨리 제공하기 위해 레미콘 트럭들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용산개발 등 '대역사' 앞두고 레미콘 업계 주목

‘대한민국 건설’이 바야흐로 또한번 ‘도약’의 기회를 맞이했다. 

용산 미군기지 반환으로 촉발된 용산일대 개발은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의 하나로 꼽힌다. 미국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랜드마크 공원이 들어서는 것을 시작으로 유엔군사령부(유엔사) 부지와 전자상가 재개발 사업, 국제업무지구 조성 등 용산에 굵직한 프로젝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또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 취임 후 신통통합기획(신통기획) 등을 통해 사회간접자본인 '건설 부문의 인프라' 확충을 가속화하고 있다. 서울시 재개발·재건축시장 총 사업비는 3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대형건설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이같은 '대역사'의 근저에는 해외건설 매출만 214억 달러로 수주능력 세계 5위(2020년 기준, 해외건설협회 자료)에 오른 국내 건설업체들의 역량이 밑바탕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연초에 “오는 2027년까지 해외 수주 연간 500억달러를 달성해 세계 건설시장 4강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한국 건설이 승승장구하는 동안 ‘그늘’도 없지 않았다. 

#검단아파트 부실시공 "왜 중소 레미콘공장 잘못인가" 

특히 최근 인천 검단의 신축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등 ‘부실공사’ 논란이 해마다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국민들은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 등 대형 참사를 통해 우리 국민들은 ‘부실공사’가 빚을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있다. 

<펜앤마이크>가 10회에 걸쳐 레미콘 제작과 공정, 유통경로, 공사장에서의 타설(콘크리트 작업) 등 전 과정에 대한 점검에 나선 것도 건설현장에서 레미콘이 차지하는 위치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도로를 오가는 육중한 덩치의 '레미콘' 차량을 통해 레미콘산업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지만 레미콘은 건설 부문에서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제재다. 

‘Ready Mixed Concrete’의 줄임말인 '레미콘(Remicon)'은 '건설 현장에서의 타설'을 기다리는 '굳지 않은 상태의 콘크리트'를 말한다. 

따라서 레미콘은 튼튼한 내구성과 아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견고한 구조력을 기반으로 큰 건물이건 작은 건물이건, 모든 건축물을 짓는데 있어서 그야말로 필수불가결의 기본 소재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철강을 산업의 쌀이라 하는 것에 빗대, 레미콘을 건축의 쌀이라 할 수 있는 것도, 어쩌면 그렇게 절대 필수성이 널리 인정됐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을 달성하고 서울 도심의 스카이라인이 세계인들이 놀랄 정도로 변한 것도 국내 도처에 산재한 1100여개의 공장이 만들어내는 레미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현재 국내에는 대기업 집단에 속하는 레미콘사와 중소 레미콘회사 포함 무려 955개 업체에서 1082개의 레미콘공장을 가동중이다.(한국레미콘공업협회 자료. 2022년 12월 31일 기준.<표참조>)

특히 1082개의 레미콘 공장 가운데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에 소속된 중소레미콘업체들이 전국 도처에서 운영하는 957개(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집계) 레미콘 공장들은 그야말로 ‘대한민국 건설산업’의 초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기업인 '시멘트 회사' 등을 '뒷배'로 한 '대기업집단' 산하 레미콘 공장은 125개에 불과하다.   

전국레미콘업체공장 현황. 대기업집단과 중소레미콘업체 공장을 망라한 자료로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집계와 약간 다르지만 큰 차이는 없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 자료]

중소레미콘업체의 공장이 이처럼 많고 각 지역에 난립하듯 산재한 이유는 레미콘 제품의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굳지 않은 반 콘크리트제품'이라는 레미콘의 특성상 제조공장에서 출하되면 '90분' 안에 공사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 

유통·공급되는 동안 레미콘트럭의 대형 원통형 구조물인 에지테이터(agitator)가 계속 회전하는 것도 바로 그처럼 굳지 않은 상태에서 시멘트와 골재 등의 최적화된 믹스 배합 상태를 유지해주기 위한 것이다.    

#국내 레미콘 공장 1082개 중 중소업체 공장 957개

시간이 지체되면 레미콘은 폐기물이 되고, 공사 기일도 늦어지기 마련이다. 

중소레미콘업체 공장이 전국 곳곳에 세워진 것도 공장에서 제조된 ‘고품질 레미콘’을 공사현장에 보다 빨리 제공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중소레미콘업체는 오늘도 숨가쁘게 '90분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그처럼 초고층 건물이건, 아파트건, 마을의 소규모 연립주택이건 레미콘이 안 들어가는 곳이 없기 때문에 ‘부실공사’ 논란이 일 때마다 '불량레미콘'은 표적이 돼 왔다. 

게다가 최근 대기업 시멘트회사와 수직계열화를 이룬 '대기업 레미콘 회사' 집단 중 일부가 중소레미콘 업체들에 대한 공격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심지어는 일부 언론을 통해 중소레미콘 업체들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표방해온 중소벤처기업부의 보호막에 숨어 품질 경쟁은 뒷전인 채 '입찰담합'의 비리에 빠져 있다는 식으로 비난에 열을 올리며 '국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과연 중소레미콘 공장 957개가 그처럼 '비판'의 대상이 되는 현실이 온당한 것일까. 

<펜앤드마이크>는 앞으로 10회에 걸쳐 중소 레미콘업체와 공장을 현장 취재, 제조공정과 품질관리 실태로부터 중소레미콘 업체만 겨냥한 부실시공의 진실, 대기업 집단으로부터 '카르텔'로 불리는 '지역조합'의 운영 현황, 직접 레미콘을 제작하고 운반하는 공장의 '현장목소리' 등을 담아 정부의 현명한 대처방안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제언하려 한다. 

이는 바야흐로 '재도약' 일보 직전인 대한민국 건설의 오늘을 말하면서 957개 중소레미콘 공장을 빼놓을 수 없고, 궁극적으로 이같은 기획이 '세계시장'에서 우리 건설업의 위상을 한껏 높이는데 일정부분 기여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경택 기자 kt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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