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배우자 백모씨의 ‘이상한 언행’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백 모씨가 벌이는 행동들이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남편인 이 전부지사가 죄를 뒤집어쓰더라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보호해야 한다는 쪽으로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가 정치적으로 죽더라도 남편을 살리는 방향으로 처신해야 하는데 정반대로 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배우자 백 모씨는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에 자필 탄원서를 제출했다. [사진=채널A 캡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배우자 백 모씨는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에 자필 탄원서를 제출했다. [사진=채널A 캡처]

최근 이재명 대표에 대한 8월 구속영장 청구설에 무게가 실리자,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 백씨의 언행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한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변화에 검찰의 회유와 압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런 주장은 백씨의 탄원서에서 비롯됐다.

배우자 백모씨, 이화영이 이재명에게 불리한 진술하자 처음으로 등장

지난해 9월 이 전 부지사가 구속된 이후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백씨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이 전 부지사가 ‘2019년 경기지사이던 이재명 대표의 방북 비용을 쌍방울이 대신 내주기로 했다는 사실을 당시 이 지사에게 보고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이후이다.

정확하게는 지난 18일 열린 쌍방울 뇌물·외국환거래법 위반 40차 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측은 "(최근 검찰 피의자 신문에서) 쌍방울에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한 번 추진해달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 전 부지사는 이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줄곧 부인하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기존 입장을 일부 뒤집은 것이다. 300만달러 대납 요청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 대표의 방북 추진 요청은 인정했다.

이 같은 이 전 부지사의 심경 변화는 곧 ‘이재명 수사’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됐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 대표에게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쌍방울로부터 대북사업 지원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쌍방울로 하여금 북한에 대납하도록 했다는 점에서다.

현재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이어 ‘대북 사업비 대납’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 전 부지사의 진술로 변호사비 대납보다 방북 비용의 인화성이 훨씬 크고 빠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 전 부지사가 구속된 이후 조용하던 민주당 의원들이 특별면회를 신청하는 등 대응이 빨라진 것으로 관측된다.

배우자 백씨의 등장도 이 전 부지사의 진술 이후라는 점에 주목된다. 백씨는 18일 A4 용지 2장 분량의 자필 탄원서를 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해 "신체적 고문보다 극심한 심리적 압박은 군사독재 시대의 전기고문만큼 무섭다"며 “남편이 고립된 채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백씨의 괴이한 행동들...법원이 아닌 민주당에 탄원서 제출하고 남편보다 이재명을 걱정

남편의 진술이 알려지자마자 등장한 백씨의 괴이한 행동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탄원서를 제출했다는 점이다. 둘째, 그 탄원서를 검찰이나 법원이 아닌 민주당에 제출했다는 점이다. 셋째, 탄원서에서 남편보다 이재명 대표를 더 염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넷째, 탄원서 제출 이후 남편을 만나 ‘옥중편지’를 받아내, 일부 진술을 뒤집었다는 점이다. 다섯째, 이 전 부지사와 상의도 없이 변호인단 해임 신고서를 제출했다는 점이다.

백씨의 괴이한 행동의 출발점은 탄원서 제출에 있다. 탄원서에서 백씨는 이 전 부지사가 검찰 조사에 따른 심리적 압박을 받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가 번복한 진술 내용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즉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 대납 사실을 이 대표에게 보고’한 것은 검찰의 강압에 따른 허위 진술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백씨, 탄원서에서 3가지 허위 주장 담아 신뢰도 떨어뜨리는 실수 저질러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이 2019년 경기도의 대북 사업과 이재명 대표 방북 대가 등으로 800만달러를 북한에 불법 송금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돼 있다. 이미 사건 관련자들은 혐의를 다 인정했고, 이 전 부지사와 이 대표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 상황에서 이 사건이 이 전 부지사 혼자의 책임으로 인정될 경우 가중 처벌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최종 책임자가 이 대표라면 이 전 부지사는 형량을 줄일 수 있다.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사전구속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수원지방검찰청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2022.9.27 [사진=연합뉴스]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사전구속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수원지방검찰청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2022.9.27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가족은 이 전 부지사를 지원해야 정상인데, 그의 배우자 백씨는 남편이 “검찰에 회유·협박당하고 있다”며 이 전 부지사의 진술번복을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도무지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백씨가 탄원서에서 주장하는 대목은 크게 3가지다. 각 주장은 모두 허위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탄원서에 거짓이 담겼다는 상식적 판단을 초래함으로써 전반적인 신뢰도를 상실하게 만드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① 이 전 부지사를 독방에 10개월간 가둬놨다고?

백씨는 탄원서에서 남편이 고립된 상태에서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백씨의 주장과 달리 ‘독방’에 있는 것이 오히려 엄청난 혜택이라는 반박이 나오고 있다.

26일 채널A에 출연한 구자룡 변호사는 “잘 모르는 분들 헷갈리라고 그러는 것 같은데, 실무상으로 독방에 가는 것이 굉장한 배려”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구치소 사정상 과밀 수용이기 때문에 사람끼리 포개서 자지 않으면 공간이 안 나올 정도라는 것이다. 구 변호사는 신영복 교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의 내용을 인용하며 “‘옆에 있는 사람의 체온이 더울 때는 정말 인간에 대한 혐오의 감정까지 불러일으킬 정도였다’라는 장면이 나올 정도”라고 설명했다.

27일 서정욱 변호사 역시 채널A에서 “대기업 회장이나 유력 인사에게 독방이 배정된다”면서, 독방 배정으로 고립됐다는 백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② 고립된 사람이 변호인 접견을 180회 이상 했다고?

백씨는 이 전 부지사가 고립된 상태에서 검찰의 회유와 압박을 받았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9월 구속된 이후 변호인 접견만 해도 180회 이상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족 면회도 50회 이상 했고, 국회의원 특별면회도 7회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약 10개월 동안 접견을 할 수 있는 날에는 모두 접견을 했다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

구자룡 변호사는 “휴일에는 접견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점을 감안하면 이 전 부지사는 고립돼 있을 시간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사를 하거나 재판을 하는 날에는 접견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거의 날마다 접견을 했다는 것이다.

구 변호사는 ‘고립돼 있거나 인권 침해를 당했다는 백씨의 주장은 한마디로 말이 안 되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③ 스트레스로 이가 3개나 빠졌다고?

백씨는 남편이 검찰의 강압으로 인한 심각한 스트레스로 이가 빠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구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는 지난 2월에 임플란트가 빠졌다고 한다. 그때 기사까지 나왔다. 그때는 아무 이야기 없었다”면서 “이재명 대표와의 연관성에 대한 진술이 나오니까 2월에 빠진 이를 거론하면서 ‘인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구 변호사는 탄원서 자체를 크게 비판했다. 탄원서는 그냥 에세이일 뿐, 그 사건 내용을 잘 모르면서 정치적으로 개입하기 위한 핑계로 사용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백씨의 탄원서에 대해서도 “민주당과 접촉 없이 그냥 나올까? 이런 의문이 오히려 더 제기되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남편보다 이재명 구하려는 백씨와 자신이 살려는 이화영 간의 갈등 격화돼

이러한 이유들을 근거로, 백씨가 이 전 부지사를 염려해서 탄원서를 제출한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백씨가 제출한 탄원서는 이화영 탄원서가 아닌 ‘이재명 탄원서’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백씨가 저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고 민주당에 제출한 것부터가 의심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원하는 내용을 백씨가 써서 민주당에 제출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인 이 전 부지사를 위해서라면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전 부지사가 고립된 상태에서 검찰의 회유와 압박에 못이겨 번복한 진술을 토대로 향후 이재명 대표를 수사하거나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정당한 영장 청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의결했으나,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단서를 붙였다. [사진=TV조선 캡처]
더불어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의결했으나,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단서를 달았다. [사진=TV조선 캡처]

그만큼 지난 18일 40차 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의 쌍방울 방북 비용과의 관련성을 진술한 내용이 치명적이라는 반증으로 풀이된다. 지난 10개월 동안 조용하던 배우자 백씨가 난데없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변호인단 해임신청서를 제출한 것 등이 모두 이 전 부지사의 이같은 진술 이후에 벌어진 일들이기 때문이다.

이 전 부지사가 배우자 백씨의 변호인단 해임 신청을 거부했다는 점도 두 사람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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