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의 옥중편지에 대한 진실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지난 21일 변호인을 통해 공개된 옥중편지가 7월초 검찰 조사서 진술을 뒤집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조사서 진술 내용과 그에 반하는 옥중편지의 내용을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지는 있는 것이다.

2018년 7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집무실에서 이화영 전 당시 평화부지사에게 임용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2018년 7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집무실에서 이화영 전 당시 평화부지사에게 임용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운명이 이 전 부지사의 입에 달려있다는 분석이다.

‘검찰 진술’에서 이재명 사전 보고 인정했던 이화영, ‘옥중편지’에서 갑자기 번복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9월 구속기소된 이래 “이재명 경기도 도지사 방북 비용 대납 요청 등에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검찰 조사서 진술에서 ‘쌍방울에 도지사 방북 추진 협조를 요청했는데, 관련 내용을 이 대표(당시 경기도지사)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전 부지사의 입장에서는 국정원 자료나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증언 등 ‘사실을 진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런데 이 전 부지사가 21일 공개된 자필 옥중편지를 통해 “쌍방울에게 이재명 지사의 방북 비용 대납을 요청한 바 없다”며 ‘쌍방울 방북 비용 대납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자신의 진술을 다시 뒤집었다. 이 전 부지사의 검찰 진술이 이달 초라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20여일 만에 입장을 바꾼 셈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 A씨가 지난 19일 민주당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그 당일에 이 전 부지사를 면회한 배경에 이 대표 최측근 의원과의 만남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옥중 편지는 A씨가 이 전 부지사를 면담한 다음날 나왔다.

국민의힘, “이화영의 배우자 A씨를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B 의원이 회유” 주장

따라서 국민의힘에서는 이 전 부지사의 진술에 위기를 느낀 이 대표가 회유에 나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난 22일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민주당 수도권 B의원은 최근 경기도 용인에서 이 전 부지사 배우자 A씨와 만났다. 용인은 이 전 부지사의 자택이 있는 곳이다. 이 자리에서 B의원은 A씨에게 “당이 최대한 돕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이 전 부지사 측을 만난 사람이 김영진 의원이 맞느냐"며 "대북송금 진술을 한 이 전 부지사 측이 이 대표 측근을 만나 회유를 당했다면 그 자체로 심각한 사법농단 스캔들"이라고 직격했다.

장 최고위원은 "야당 대표의 최측근이 사법 리스크를 무마하기 위해 회유를 시도했다면 감옥에 10번, 100번 가도 모자란 대형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영진 의원에게 진실이 무엇인지 묻는다"며 "국민들의 알 권리 앞에서 떳떳하다면 모든 진실을 털어놓으라"고 촉구했다.

24일 채널A에 출연한 장 최고위원은 “김영진 의원 측에서 아직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이 대표의 최측근인 B 의원이 이 전 부지사 배우자 A씨를 만나 회유를 했고, 그로 인해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번복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국민의힘 측의 분석이다.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가 검찰 조사서 진술 내용을 뒤집는 듯한 옥중편지를 21일 공개했다. [사진=채널A 캡처]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가 검찰 조사서 진술 내용을 뒤집는 듯한 옥중편지를 21일 공개했다. [사진=채널A 캡처]

배우자 A씨는 변호사 해임신고서 제출, 이화영은 아직 동의하지 않아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 A씨는 이 전 부지사의 변호사 해임신고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이 전 부지사의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을 심리하는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에 법무법인 해광에 대한 해임신고서를 제출한 것이다.

A씨는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변화한 것에 대해 민주당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불만을 토로해왔다. 변호사 해임을 하려는 것도 이러한 불만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는 아직 변호인단 해임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전 부지사는 25일 제41차 공판에서 추가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검찰의 조작수사라며 반격 나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이번 사태를 검찰의 조작수사로 몰아가려는 기세이다. 이 대표는 24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이) 이화영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을 회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는 취지의 질문에 대해 “검찰의 부실한 소설을 여당이 베끼기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화영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에 대한 회유설에 대해 '신작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사진=채널A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화영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에 대한 회유설에 대해 '소설 베끼기'라고 일축했다. [사진=채널A 캡처]

민주당은 이날 입장문을 발표해 “이 전 부지사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게 '이재명 지사의 방북 비용 대납을 요청한 적 없고,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보고한 일도 없다'고 밝혔다”면서 “검찰은 이 전 부지사에 대한 반인권적·조작 수사와 거짓 언론플레이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당사자인 이 전 부지사가 해당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한 상황에서 언론이 소설을 쓴 것이 아니라면, 결국 검찰이 추악한 거짓 언론 플레이를 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장인 박범계 의원과 인권위원장인 주철현 의원, 법률위원장인 김승원 의원, 인권위 상임고문인 민형배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24일 오전 수원지방검찰청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과 관련된 팩트는 두 가지 정도로 정리될 수 있다.

① 방북 비용 대납은 요청 안하고, 방북만 요청?

이 전 부지사는 옥중편지에서 ‘쌍방울에 이 지사의 방북 비용 대납을 요청한 적이 없다’면서 “이재명 지사의 방북 비용 대납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김성태에게 이 지사의 방북을 요청한 사실은 인정했다.

이 전 부지사는 “다만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평화번영을 위한 제2회 국제대회'에서 우연히 만난 북측 관계자와 김성태가 있는 자리에서 이 지사의 방북 문제를 얘기했다”며 "당시 동석했던 김성태에게 '북한과 비즈니스를 하면서 이 지사의 방북도 신경써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얘기한 바 있다”고 인정했다.

연이어 이 전 부지사는 "이 내용은 이 지사와 사전보고된 내용은 아니며, 저로선 큰 비중을 둔 것도 아니었다"며 "향후 법정에서 진실을 반드시 밝힐 것"이라고 글을 마쳤다.

이 전 부지사가 ‘방북을 요청한 사실을 인정’한 대목은 지난 18일 열린 쌍방울 뇌물·외국환거래법 위반 40차 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도 확인한 바 있다. 변호인은 "이화영 피고인은 스마트팜(500만 달러) 관련해선 기존과 입장이 같다"며 "하지만 방북 비용(300만 달러)에 대해선 전혀 모르는 일이고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는데, 방북을 요청한 건 맞는 것 같다는 취지"라며 진술이 일부 변경된 사실을 인정했다.

방북을 요청한 건 맞지만 방북 비용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이 전 부지사의 입장과 달리,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지난 11일 대북송금 경위를 상세히 증언했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 39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상의해 대북송금을 진행했다"며, 경기도가 추진한 도지사 방북을 위한 의전비 등 북한이 요구한 300만 달러도 대납했다고 밝혔다.

② 허위사실 유포인가? 피의사실 공표인가?

이 전 부지사가 ‘이재명 지사의 방북 비용 대납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옥중편지에서 주장했다는 점을 두고, 민주당에서는 ‘보도한 언론이 이 문제를 책임져야 한다. 결국 가짜뉴스가 됐다’는 입장이다.

24일 우상호 의원은 유튜브 ‘겸손은 힘들다’에서 “이화영 씨가 밝히지도 않은, 진술하지도 않은 내용을 보도했으면 결국은 허위사실로 언론플레이 했다는 거 아닙니까? 검찰이”라며 “방북비용 대납을 이화영 씨가 진술했다, 라고 보도했던 기자는 누가 허위사실로 기사를 쓰도록 언론플레이 했는지를 밝혀야 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가짜뉴스가 된 이상, 보도한 언론인들이 이 문제를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우 의원은 “(이 전 부지사가) 나는 전혀 그런 식의 진술을 한 적이 없다, 라고 부인한다면 그런 진술을 했다고 밝힌 검찰 관계자는 거짓말을 한 셈이니 이거는, 오히려 이제는 그 검찰관계자를 공격하고 비판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강조했다. 검찰이 진술을 받아냈다고 보도한 것이 검찰발 가짜뉴스라는 주장인 셈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검찰 진술서의 신빙성을 의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2일 유튜브 '어벤저스 전략회의'에 출연한 정혁진 변호사는 “이화영 전 부지사가 검찰에서 진술할 때 혼자 불려가서 하지 않는다”면서 반드시 변호사가 동석하고, 진술을 다 끝낸 다음에는 변호사가 조서를 꼼꼼히 읽고 사인까지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 진술조서이기 때문에 ‘검찰의 회유나 압박에 의한 허위 진술’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전 부지사의 검찰 조사서 진술이 보도된 것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는 ‘피의사실 공표’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전 부지사가 입장을 바꾼 것을 검찰이 일부러 언론에 흘렸다는 것이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25일 법정에서 가려질 듯

이에 대해 24일 CBS라디오에 출연한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검찰이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판부에 제출한 진술은 관련 변호인들에게 전달된다”면서 “변호인에게서 흘러나올 수 있는 취재 능력의 범위지, 절대 피의사실 공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전 부지사에 대한 41차 공판은 25일로 예정돼 있다. 법정에서의 진술은 구속력 있는 증거가 된다. 때문에 이번에는 진실을 말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검찰 조사서와 옥중편지의 내용 중 어떤 것이 진실인지는 25일 법정에서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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