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탈세와 횡령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회장이 법정에 출두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혈통상 적장자(嫡長子) 기업인 CJ(옛 제일제당)에 붙여진 별명은 ‘한류전도사’다.

대한민국 최초의 아카데미상 수상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을 비롯, K-POP과 K드라마 등 각종 문화콘텐츠는 물론, 비빔밥을 앞세워 K푸드를 세계화 한 일등공신이다.

CJ그룹은 이같은 K컬쳐와 미국 시장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식품기업 등의 대규모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하지만 CJ의 한류전도사 역할에 적신호가 켜졌다.

인천지방법원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는 최근 대외무역법 위반 혐의로 CJ ENM에 벌금 1000만 원, CJ오쇼핑 부장 K씨에게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2017년 9월 홈쇼핑 방송 CJ오쇼핑(현 CJ온스타일)에서 북한산 옷을 중국산 옷으로 팔아 2021년 9월 기소된지 1년 10개월만에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법원은 또 CJ오쇼핑에 의류를 납품한 A사와 A사 관계자 2명에게도 관세법·대외무역법 위반 혐의로 각각 벌금형을 선고했다. 아울러 서울 A사로부터 하도급을 받은 중국 B사 대표에게는 관세법·대외무역법 위반, 관세법 위반 방조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했다.

문제는 CJ ENM의 이같은 북한산 의류 판매행위가 가져올 파장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와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 등 다양한 대북제재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2017년 북한이 연거푸 미사일을 발사하고 6차 핵실험까지 강행하자 UN 안보리는 네 차례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했다.

이후 미국은 역대 최고 수준의 대북제재 조치 내용이 담긴 대통령 행정명령 ‘13810’을 발동했다. 이 조치에 따라 2017년 9월 이후로는 북한 노동자가 만든 섬유 제품을 수입하는 행위가 전면 금지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CJ ENM의 홈쇼핑 채널인 CJ 오쇼핑이 평양에서 만든 의류 제품을 중국산으로 둔갑시켜 판 것이다.

CJ가 북한산 옷을 중국산으로 판 과정은 다음과 같다.

2018년 9월 CJ오쇼핑은 F-제너럴 아이디어 점퍼를 판매하면서 이 제품이 ‘중국산’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문제의 의류는 평양의 봉제 공장 여러 곳과 임가공 계약을 맺고, 주요 생산은 평양에서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제품들이 중국 업체와의 계약으로 직원 80명이 있는 평양의 공장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이후 법원에 제출된 서류 등에 의해 입증된 상태다.

특히 CJ IMC가 2018년 6월 20일 작성한 보고서는 중국 상하이에 있는 CJ 자회사 직원이 단둥의 공장까지 찾아가 문제의 의류를 살펴 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보고서에는 “북한 노동자들이 작업하는 공장이라 현장 사진에서 인원이 나오지 않게 촬영했다”고 적혀있다.

CJ는 앞서 2017년에도 북한산 제품을 판매했는데 방식은 2018년과 비슷했다.

검찰 공소장과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이들은 2017년 5월부터 10월 사이 10회에 걸쳐 북한산 의류 7만5447점을 약 70만 달러에 수입했다. 2018년에는 9월과 10월 9회에 걸쳐 북한산 항공 점퍼 1만9413점을 수입했다. 2년간 총 19회에 걸쳐 9만4860점의 북한산 의류를 중국산으로 둔갑시켜 수입한 것이다.

CJ관계자는 "2017년의 경우 제재가 본격 발효되기 전의 일이고,2018년 제품은 북한산이라고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알고서 일부러 북한산을 들여온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CJ같은 대기업이 미국의 대북 제재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서 영업한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현재 미국은 북한과 직간접 교역을 한 사실이 드러난 기업에 대해서는 금융거래를 중단시키고 미국내 자산을 압수하는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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