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의 공급망 갈등,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리스크 등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각국의 경제 정책에는 상당한 차이가 발견된다. 비슷한 글로벌 환경에 직면해 있지만 내부 경제구조는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제조기업인 현대자동차, 일본의 스미토모화학, 중국의 공기업인 중국연초(담배)총공사의 일자리를 둘러싼 고민은 극명하게 대조된다. 이러한 대조를 통해 경제 및 인구정책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다.

12일 오후 울산 태화강역 광장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울산지부 총파업 대회가 열리고 있다. 2023.7.12. [사진=연합뉴스]
12일 오후 울산 태화강역 광장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울산지부 총파업 대회가 열리고 있다. 2023.7.12. [사진=연합뉴스]

현대차 노조의 정년연장 요구는 글로벌 산업 변화에 역행...노사간 정면대결 양상 펼쳐져

우선 현대차 노사는 정년 연장 이슈를 두고 극한 대결로 치닫고 있다. ▶ 펜앤드마이크 7월 16일자 ‘현대차·기아차 노조가 국민적 공분을 자초하는 ‘진짜 속셈’은?‘ 참조

노조는 정년 연장을 위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기세이고, 사측은 정년 연장을 절대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굳히면서 불법파업 가담자에 대한 고소 등 엄정 대응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13일 9차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어떤 합의점도 도출하지 못했다. 최대 이슈인 정년 연장에 대한 입장차를 끝내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 요구안 중 정년 연장을 기본급 인상 등과 함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현대차의 현행 정년은 만 60세이다. 이를 국민연금 수령 직전인 만 64세까지 연장하자는 게 노조측 요구사항이다.

하지만 사측은 수용 불가 방침이 확고하다. 정년 연장은 시장변화에 역행하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가솔린이나 디젤과 같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자율주행차, 수소차 등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이 최소 30~40% 정도 적다. 부품이 적어지면 조립라인이 단순화된다. 생산라인의 인력이 효율적으로 가동된다면, 인력감축 요인이 커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인위적 인력구조조정 대신에 자연 감축을 선택했다. 강성 노조의 반발 등 부작용을 감안해서 정년 퇴직에 의한 자연감소 방식으로 가기로 한 것이다.

이동석 현대차 대표이사는 지난 11일 8차 교섭에서 “노조 측 정년연장 요구안은 안되는 건 안된다”고 단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년 연장은 기존의 자연 감축 전략에 중대한 타격을 입히는 요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정년 연장 관철을 위해 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안현호 현대차 지부장은 지난 14일 노조 소식지에서 “세대간 갈등 조장과 국민 정서적 반감, 고객 이탈 등으로 인해 수용할 수 없다는 건 핑계에 불가하다”면서 “대화로 풀리면 잠정합의로 이어진다. 그렇지 않다면 쟁의수순과 단체행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측은 강경 대응 카드를 던졌다. 지난 12일 단행된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총파업에 동참한 안현호 노조지부장 등 간부 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최근 경찰에 고소했다.

노조가 합법적인 파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노동위원회의 쟁의 조정 중지 결정과 전체 조합원 과반 찬성을 얻는 절차가 없었다는 게 사측의 지적이다. 즉 민노총에 동조하는 ‘정치적 불법파업’이라는 판단이다.

이는 노조가 정년 연장을 위해 무리한 파업 수순에 돌입할 경우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 및 불법행위에 대한 고소 등과 같은 법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예고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인력부족 심화되는 일본 산업계, 시니어 인력 몸값 2배로 올리면서 고용유지 추진

반면에 일본의 주요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60세 이상의 시니어 인력의 채용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펴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저출산에 시달려온 일본에서는 청년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청년층 실업률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이러한 인력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이 시니어 숙련 인력 확보인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스미토모화학은 현재 60세인 정년을 내년 4월부터 단계적으로 올려 최종적으로 65세로 연장하기로 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시니어 인력에 대해 임금피크제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최고 연봉을 지급할 계획이다.

일본 도쿄에서 택배 배달을 하는 노인. [사진=연합뉴스]
일본 도쿄에서 택배 배달을 하는 노인. [사진=연합뉴스]

60세 이상 직원을 재고용할 시 임금 수준을 당사자의 59세 말 금액으로 맞춰준다는 것이다. 현재 스미토모화학의 60세 이상 재고용자의 월급은 퇴직 직전의 40~50% 수준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100%를 지급한다는 이야기이다. 스미토모화학의 60세 이상 직원의 비율을 현재 3%에불과하다. 10년 이내에 17%로 높인다는 게 회사측 목표치이다.

이밖에 무라타제작소는 64세까지 정년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스미토모화학처럼 59세 이전의 임금체계를 유지하는 방안이다. 우동체인 마루가메제면을 운영하는 토리돌 홀딩스는 현장책임자의 연령상한을 65세에서 70세로 상향조정했다고 한다.

아식스는 59세가 된 직원은 그 연도의 1월 이후 관리직으로 쓰지 않는다는 규정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리쿠르트웍스연구소에 따르면 2040년 일본의 인력부족 규모는 1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닛케이는 "산업계에서는 1990년 전후한 거품(버블)경제 시절 대규모 채용했던 세대가 곧 60세 정년을 맞게 되면서 인력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인생 100세 시대'에 맞춰 고용시장에서 비중이 높아지는 60대 이상이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은퇴를 앞둔 시니어 인력을 일자리 현장에 잡아둬야 경제가 차질없이 돌아간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과제가 있다. 시니어 인력의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는 낮은 임금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 기업들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니케이는 “인생 100세 시대'에 맞춰 고용시장에서 비중이 높아지는 60대 이상이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고 보도했다.

더블딥으로 최악의 청년 실업난에 빠진 중국, ‘특권층 일자리 독점’이 사회 이슈로 곪아터져

일본과 가장 대립적인 지점에 위치한 국가가 중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력과잉 사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청년층은 최악의 실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소공자’, ‘소공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귀여움을 받으면 자라났던 현재의 중국 청년들은 절망의 시대를 살고 있다. 대학졸업자 10명 중 1,2명만 취업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역대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고 있다. 중국의 6월 16∼24세 청년 실업률은 21.3%로, 기존 최고 기록이던 5월 실업률(20.8%) 보다 0.5%포인트 더 높아졌다. 나아질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거시 경제 지표가 비관적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7일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6.3%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봉쇄됐던 상하이·베이징 등 중국 주요 대도시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과 기저효과에 힘입어 올해 2분기에는 7%대 성장이 예상됐지만, 그 기대에 못미친 것이다.

저성장과 미중 공급망 갈등이라는 더블딥에 빠진 중국경제가 회복기조로 돌아서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청년 일자리 현장은 암담하다. 특권층의 일자리 독점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와 관련해 국가 연초전매국 산하 중국연초총공사가 최근 대졸자 채용 공고를 내면서 ‘친족 채용 회피 규정’을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18일 중국경제망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산둥 등 여러 지역의 연초전매국은 최근 올해 대학 졸업생 채용 공고를 내면서 채용에 나서는 조직의 간부와 그 배우자의 직계 혈족이나 3대 이내 방계 혈족, 가까운 인척은 응시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이는 국유기업들에서 간부의 자녀나 친인척들을 채용하고 자리를 대물림하는 '근친 번식'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러한 채용 규제 조치 발표는 구태의연한 현상이고, 오히려 국유기업 등에서 ‘근친 번식’이 여전하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게 중국매체들의 분석이다.

올여름 역대 최다 규모인 1천158만명의 신규 대졸자들이 취업시장에 쏟아져 나오면 취업난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당국의 획기적인 취업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