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SK 최태원 회장이 이끌고 있는 대한상의는 문재인 정권이 이전까지 한국재계를 대표하던 전국경제인연합회, 전경련 대신 선택한 새로운 파트너다.

문재인 정권이 전경련을 와해시킨 것은 이른바 국정농단사건에 전경련이 개입됐다는 것이 빌미가 됐지만, 전경련이 대변해온 대기업, 재벌에 대한 민주당 세력의 반감(反感)이 본질이었다.

문재인 정권내내 수장(首長)조차 찾을 수 없었던 전경련은 ‘재계의 신사’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이 무려 6연임을 하면서 회장직을 맡아주는 바람에 그나마 조직을 보존할 수 있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이후 전경련이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역임한 대학교수 출신 김병준을 회장 직무대행으로 영입한 것은 잃어버린 과거의 위상을 되찾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병철 정주영 김우중은 물론 허창수 전 회장에 이르기까지 전경련의 얼굴, 회장은 오너기업인이 맡아온 자리였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최측근을 영입한 효과 때문인지 최근들어 전경련은 급격하게 과거의 위상을 되찾아가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NATO) 정상회의 및 유럽순방을 수행하는 재계 대표단을 모집하는 역할을 전경련이 맡아서 했다.

전경련은 앞서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때도 대통령과 일본 재계 거물들과의 간담회를 주선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일본의 전경련’으로, 과거 이병철 삼성회장 등이 우리나라에서 전경련을 만들 때 모델이 됐던 일본 재계의 대표모임 게이단렌(經團聯)과의 오랜 교류 때문이다.

과거 전경련은 삼성과 SK, 현대차, LG 같은 대기업이 내는 회비로 운영됐다. 하지만 이들 대기업들이 문재인 정권과 코드를 맞추기 위해 줄줄이 탈퇴하는 바람에 직원의 절반 이상을 감축하는 구조조정과 여의도 빌딩 임대료로 살아가는 비상경영을 해왔다.

향후 전경련의 새로운 위상과 관련, 전경련 및 재계 안팎에서는 과거와 같은 대기업 내지 재벌의 직접적인 대변자가 아닌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수호하는 ‘씽크탱크’로의 변신이 예상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도 최대의 현안은 역시 삼성과 SK,현대차, LG 등 주요 대기업들이 다시 회원사로 복귀하는 것이지만, 막상 이들 기업들의 태도는 소극적이다.

‘전경련 개혁’이라는 문재인 정권 및 민주당이 던진 화두에 여전히 발목이 잡혀있는데다, 최근 몇 년간 최태원 회장의 대한상의가 재계의 대표 역할을 해온 것도 큰 이유로 꼽힌다.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3박4일의 일정으로 제주도에서 열린 대한상의 주최 제46회 제주포럼은 최태원 회장과 대한상의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최 회장을 비롯한 기업인 550여명이 참석했으며,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동훈 법무부 장관, 한화진 환경부 장관등 윤석열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특강 등의 형태로 함께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이승만 대통령의 농지개혁이) 만석꾼의 나라였던 대한민국이 이병철, 최종현 회장 같은 대한민국 영웅이 혁신을 실현하고 마음껏 활약할 수 있는 대전환의 계기가 됐다”면서 최태원 회장의 면전에서 그의 선친을 한껏 추켜세우는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추경호 부총리는 물론, 한동훈 장관까지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출동한 것은 추후 윤석열 정부가 재계 파트너로 대한상의와 전경련이라는 ‘양날개 체제’로 운용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읽혀지고 있다.

이에따라 최태원 회장 또한 한껏 고무된 모습을 보였다.

최 회장은 15일 폐막식 연설을 통해 “대한상의 포럼이 대한민국에서 사람이 많이 모일 수 있는 그런 경제포럼으로 진화·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제주포럼이 되었든 다른 포럼이 되었든 새로운 포맷을 생각해보려 한다"며 "그렇게 된다면 대한상의 포럼 형태가 대한민국에서 사람이 많이 모일 수 있는 그런 경제포럼으로 진화·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번 포럼 기간중 최태원 회장은 윤석열 정부가 안고있는 최대의 딜레마로 재계인사가 언급하기에는 껄끄러운 중국시장, 대중수출 문제에 대해 소신을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포럼 첫날인 지난 12일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이란 큰 시장을 포기한다? 그래선 우리에겐 회복력이 없다.”라는 발언을 해 큰 화제가 됐다. 그는 미·중 갈등 사이에 낀 한국 기업 전략을 묻는 질문에 대해 “최대 교역 파트너인 중국 시장을 다 잃고 갑자기 대체 시장을 찾아내긴 어렵다”며 이렇게 말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의 이같은 발언이 SK가 그룹 전체의 중국매출 비율이 30%대로 높은 편인데다, SK하이닉스가 2년전 인수한 인텔의 중국 반도체 공장이 미국의 대중 제재로 곤란한 상황에 놓여 있는 등 답답한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한미동맹 복원,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외교안보 정책에 따른 대중관계 악화 및 중국시장 문제라는 윤석열 정권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미묘한 파장을 낳았다.

대한상의 회장으로 최근 최태원 회장이 대외적으로 가장 집중하고 있는 문제는 2030 부산엑스포 유치다. 부산엑스포 유치 민간위원장으로 윤석열 대통령 보다 활발한 행보를 하고있는 최 회장은 엑스포 유치 전망에 대해서도 가장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와관련 최 회장은 “충분히 해볼만하다”에서 최근에는 “대세가 (대한민국으로) 기울고 있다”며 희망적인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부산엑스포 유치라는 과제가 윤석열 정부와 최태원 회장의 대한상의, 그리고 전경련이라는 양날개 재계 파트너 체제를 공고히 하는 양상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