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차 노조가 올해 임단협을 진행하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를 거듭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야말로 국민적 공분을 자초하고, 속된 말로 주먹을 부른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5년만에 총파업에 돌입했다. [사진=울산MBC 캡처]
현대자동차 노조는 5년만에 총파업에 돌입했다. [사진=울산MBC 캡처]

사상 최대 실적 거둔 현대차 노조는 판을 깨려 하고, 기아차 노조는 ‘고용세습’ 우겨

사상 최대 이익 실현을 거듭하고 있는 현대차 노조는 5년만에 총파업에 동참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자초하고 있다. 온국민과 함께 기쁨을 나누면서 잔치를 벌어야 하는데 판을 깨려는 태도를 보이는 셈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현대차는 2분기 매출 40조1161억원, 영업이익 3조7458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1분기에 수립한 사상 최대 실적을 상회하는 수치이다.

조합원이 4만4000여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단일 노조인 현대차 노조는 지난 12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총파업 대회에 참여했다. 이로 인해 약 2000대의 생산 차질과 530억원의 매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기아차 노조는 ‘고용세습’을 명시한 임단협 조항을 폐지하라는 정부의 요구를 묵살하면서 오히려 ‘노동 탄압’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고용세습 조항은 노조의 부당한 특권 정도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공개적으로 채용비리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주장이다. 온 국민이 눈살을 찌푸리면서 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기아차 노조는 눈 한번 깜짝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왜 이렇게 뻔뻔한 태도를 보이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가 모두 올해 임단협에서 정년연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국민적 공분을 사는 요구조건을 고수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종적인 목표는 ‘정년 연장’이고 나머지는 모두 ‘버리는 카드’라는 해석이다.

현대차 퇴직자의 신차 할인 확대 요구는 평범한 소비자를 ‘봉’으로 삼겠다는 태도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13일 임단협 상견례를 갖고 협상에 착수했지만 노조측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노조측은 현행 60세인 정년을 65세로 연장, 25년 이상 장기근속한 정년퇴직자에게만 신차 구입시 25%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평생사원증’ 제도를 모든 퇴직자에게 확대,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결같이 사측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들이다. 모든 퇴직자가 2년마다 신차를 25% 할인 구매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은 소비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는 특혜이다. 평범한 소비자는 1년여를 기다려야 현대차와 기아차 신차를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공급부족인 상황에서도 현대차 노조 퇴직자는 신차를 대폭 할인 받아서 사는 특권을 누리겠다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 퇴직자가 할인받는 금액은 땅을 파서 나오는 돈이 아니다. 결국 소비자의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소비자가 현대차 퇴직자의 신차 구매 금액 일부를 부담하라는 요구인 셈이다. 25년 이상 근무한 퇴직자만으로도 부족해 모든 퇴직자를 소비자들이 부양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안하무인격으로 특권을 대놓고 요구하는 집단은 현대기아차 노조 말고는 없다.

공정성의 기준으로 따져볼 때, 현대차 퇴직자의 신차 구입 할인 혜택은 그 자체가 불공정의 극치이다.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할 판국인데 오히려 확대를 요구하는 상황인 것이다. 평범한 소비자를 ‘봉’으로 삼아 경제적 이득을 누리겠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현대자동차그룹 양재동 사옥.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그룹 양재동 사옥.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 10년 이상 근무자 평균연봉은 1억 2천만원 수준...정년 퇴직자 1명이면 신입사원 2명 이상 뽑아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거나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것도 경영여건상 불가능하다. 현대차는 2022년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평균 연봉이 1억 5백만원이다. 상위 1%이다. 직원 수는 7만 2천689명이다. 남자 직원은 6만 8천83명이고 평균 연봉은 1억 6백만원이다.

정년퇴직자들의 연봉은 엄청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원티드인사이트에 따르면, 현대차 10년차 이상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 1천 870만원으로 추정된다. 신입사원 예상 연봉은 5천 207만원으로 추정된다. 정년 퇴직자 1명의 연봉이면 최소한 신입사원 2명 이상을 채용할 수 있는 인건비를 확보하게 된다. 더욱이 글로벌 자동차산업은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내연기관차 생산라인은 대폭 축소되고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의 미래차 생산라인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내연기관차 생산라인에서 잔뼈가 굵은 직원보다 미래차 기술을 개발하고 익혀나갈 직원들이 더 많이 요구되는 실정이라는 게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따라서 현대차 노조가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것은 청년층 일자리 뺏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현대차 노조 간부 400명 설문조사 결과=‘정년 연장’ 응답률 67% 달해, 퇴직자 차량 구입 확대는 6.3%에 그쳐

그런데 중요한 것은 현대차 노조 간부들이 올해 임단협의 최대 과제로 정년연장을 꼽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 3월 말 '2023년 단체교섭 준비' 차원에서 400여명의 확대 간부를 대상으로 ‘가장 시급히 제도 개선이 필요한 의제는?’을 주제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정년 연장’이 66.9%의 응답율을 보여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 노조 핵심 간부들은 대부분 고령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면한 최대 과제는 정년 연장인 것이다.

그 다음은 복지확대 39.8%, 노동시간 축소 및 식사시간 확대 34.9%, 임금피크제 폐지 34.4%, 전기차 근속할인 33.6% 등의 응답율을 보였다.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퇴직자 차량 구입제도 확대는 6.3%의 응답률에 그쳤다. 현대차 노조 확대 간부 정도라면 대부분 25년 이상 근무한 고령자일 수밖에 없다. 모든 퇴직자에게 신차 할인 구매 특혜를 부여하는 데 큰 관심이 없는 것이다.

‘고용세습’ 조항 가진 노조 63곳 중 기아차 노조만 시정명령 거부해 쟁점으로 부상

기아 노사는 지난 6일 상견례를 갖고 올해 임단협을 시작했다. 이날 전달된 노조 요구안에는 현대차와 동일한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영업이익 30% 성과급 지급, 공정한 성과 분배를 위한 성과급 기준표 도입 등이 담겼다.

또 정년연장(만 62세) 및 신규인원 충원, 안정적 임금체계 구축, 타임오프 철폐, 복지제도 확대 등을 포함한 별도 요구안도 전달했다.

기아차 노조와 관련된 최대 쟁점은 외견상 ‘고용세습 단체협약 조항’이다. 기아 노사 단체협약 26조에는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 퇴직자 및 장기 근속자(25년)의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불법 행위를 명문화해놓은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8월 해당 조항이 공정한 취업 기회를 보장한 헌법과 고용정책기본법을 위반했다고 판단, 시정명령을 내렸다. 당시 유사한 고용세습 조항을 갖고 있어서 시정명령을 받은 기업은 기아차, 현대제철과 효성, STX엔진, 현대위아 등 63곳이다. 이중 기아차를 제외한 기업들은 시정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기아차 노조는 시정명령을 거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단체협약 우선 채용 시정명령과 관련한 조사를 위해 홍진성 금속노조 기아차 지부장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고용노동부는 최근 단체협약 우선 채용 시정명령과 관련한 조사를 위해 홍진성 금속노조 기아차 지부장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아차 노조, ‘노사관계 파국’ 협박했지만 최대 관심사는 ‘정년 연장’

기아차 노조는 최근 내부 소식지를 통해 “단체협약 우선채용 조항은 이미 사문화된 조항으로 수십년 동안 적용 사례가 전혀 없다”면서 “고용부의 강제 시정명령은 과정과 절차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우겼다. 또 “조합원 가족의 생계와 관련된 조항까지 삭제하려는 사측의 의도가 보인다면 노사관계는 파국임을 명심해야할 것”이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지켜보는 국민들로서는 분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기아차 노조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정년 연장’이다. 노조 집행부가 지난 4월 조합원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3.4%가 정년연장을 올해의 최우선 쟁취 사업으로 꼽았다.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가 정년 연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다른 무리한 요구들을 ‘버리기 카드’로 제시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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