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의 ‘유쾌한 결별’ 발언을 둘러싼 내홍이 민주당을 뒤흔들고 있다. 이 의원의 발언에 대해 혁신위는 ‘말조심하라’는 식의 경고를 내놓았고, 민주당 지도부도 지난 12일 ‘해당 행위’라며 공개 경고를 했다. 추가적인 제재 가능성까지 언급한 상태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지난 3일 YTN 라디오에서 '유쾌한 결별' 이라는 발언을 했다. [사진=YTN캡처]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지난 3일 YTN 라디오에서 '유쾌한 결별' 이라는 발언을 했다. [사진=YTN캡처]

비명계의 이재명 공습 본격화= 이상민은 이재명 체제 비판하고, 비명계 31명은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 단행

이에 대해 이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즉각 반발하며 앞으로도 이같은 발언을 자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14일에는 비명계 의원 31명이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을 해, 민주당 분열이 가시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대두되고 있다.

이 의원의 발언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가 아무런 소명 절차 없이 공개 경고를 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줄곧 이재명 대표 체제의 문제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온 이 의원의 발언에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 자체가 ‘분열에 직면’한 민주당의 현주소를 반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 귀국 이후 미묘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비명계가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공격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친명계 의원들, 이상민의 ‘유쾌한 결별’ 발언을 ‘해당(害黨)행위’로 규정

‘유쾌한 결별’ 발언은 이 의원이 지난 3일 YTN라디오에서 ‘당내 계파 갈등’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의원은 “때로는 도저히 뜻이 안 맞고 방향을 같이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유쾌한 결별도 각오해야 되지 않겠는가”라고 언급했다. ‘유쾌한 결별’을 ‘분당’으로 해석한 진행자의 질문에 이 의원은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분당도 그런 형태 중의 하나”라고 밝혔다. 당내 혼란이 ‘분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이 의원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당내에서는 찬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조응천 의원 등 비명계를 중심으로 한 의원들은 이 의원을 비호하는 입장이다. 반면 친명계를 중심으로 한 다수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 의원이 ‘명백한 해당 행위’를 했다는 입장이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지난 6일 이 의원을 향해 “당을 흔들고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을 만들지 말라”고 비판했다. 이어 당 지도부는 이 의원에게 경고 결정을 내렸다. 박성준 대변인은 12일 오전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상민 의원의 언론 인터뷰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지도부에서) 나왔다. 이 의원의 당 분열 조장 발언은 명백한 '해당(害黨)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당 지도부가 엄중 경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이 의원에 대한 경고 결정이 지도부의 일치된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가 따로 지시한 바가 있느냐'는 질문에, 박 대변인은 "당대표도 강하게 말했다. 지도부 모든 분과 최고위원들이 명백한 해당행위에 해당하니 경고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반대 의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또한 이상민 의원의 분당 관련 발언이 추가로 이어질 경우 당의 대응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지도부의) 경고 이후 (이 의원의 발언을) 봐야 하는 것 아니겠나"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이상민 의원의 발언에 대해 '공개 경고'를 했다. 지난 12일 최고위원회의 후 박성준 대변인이 발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이상민 의원의 발언에 대해 '공개 경고'를 했다. 지난 12일 최고위원회의 후 박성준 대변인이 발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상민, “소명 요구도 없이 일방적 경고 통보, 이재명 체제의 역설” 맹비난

하지만 이 의원은 당의 엄중 경고를 비판하며 반발하고 있다. 그는 당의 엄중 경고 직후 페이스북에서 "당 지도부는 제가 해당행위를 했음을 이유로 경고 운운했다고 하는데 황당하다"며 "저는 전혀 해당행위를 한 적 없다. 오히려 당 지도부 등을 포함하여 당내에 있어서 민심에 반하고 당에 해를 입히는 행태에 대하여 성찰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도 "제 한마디가 당의 분란을 일으켰다면 그 당이 온전한 당인가. 허약한 당"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은 당명부터 '더불어'다. 그런 당인데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재명 체제 민주당의 역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의 엄중 경고 과정에서 자신에게 소명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일방적으로 경고를 통보했다고 비판했다.

이상민이 말한 ‘유쾌한 결별’의 속뜻은 이재명 체제 퇴진 요구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은 지난 13일 유튜브 채널 ‘어벤저스 전략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문제점을 언급했다. 강 위원은 ‘이상민 의원에게 직접 들었다’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가 직접 ‘이상민 의원 발언이 문제가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고 한다”고 발언했다.

12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박성준 대변인이 ‘당대표도 강하게 말했다’고 밝힌 바 있지만, 당대표도 강하게 말한 것이 아니라 ‘당대표가 주도적으로 이 의원 징계를 언급했다’는 것이 강 위원의 주장이다. 당시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표가 이 의원 징계를 언급하자 어느 누구도 이견을 제시하지 않고 전부 거수기처럼 찬성을 했고, 즉석에서 바로 경고 조치 결정이 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지호 평론가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고 본다”면서 “며칠 전에 이 의원이 개딸들이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낙지 탕탕이’ 등의 발언을 하는 것을 두고 ‘우리 당의 일그러진 팬덤은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과제’라는 발언을 했다. 아마도 이재명 대표가 그것을 염두에 두고 징계를 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견을 밝혔다.

강 위원은 개딸들이 이재명 대표를 압박했다고 본다면서, “개딸들은 환호했겠지만, 중도층이 어떻게 볼지는 봐야 한다”면서 비판했다. 연이어 이상민 의원이 밝힌 ‘유쾌한 결별’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강 위원은 “이 의원이 말한 유쾌한 결별은 당을 떼서 떨어져 나가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재명 대표와 결별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상민이 언급한 20명은 ‘분당용’이 아니라 이재명 체제 붕괴를 위한 ‘반명 거사용’?

강 위원의 설명에 따르면, 이 의원이 지난 12일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언급한 20명은 분당을 하기 위한 조건이 아니라, ‘이재명 체제가 무너지는데 20명 이상 에너지가 모이고 있다’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즉 강 위원과 신 평론가는 이 의원의 진의가 ‘반명 거사를 민주당 내에서 일으키겠다’는 점에 공감한 것이다.

실제로 이 의원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도 이재명 체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전날(13일) 혁신위가 제안한 '불체포특권 포기' 쇄신안이 의원총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대해 "이 대표의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 안 되고 고장 난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 이번 의원총회"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박광온 원내대표가 간곡히 추인하려고 했는데 거부된 것이 현재 민주당의 현실"이라며 "불체포특권이 뭐 대수인가. 허약할 수 있는 혁신위의 1호 요구를 거부하는 것이 이 대표의 압도적인 리더십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이 대표의 '신속한 퇴진'을 요구했다. 그는 "이 대표의 질서 있는 퇴진은 장난"이라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다른 의원들이 이 대표 졸개가 됐다. 민생이 아니라 이재명 방패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상민 의원은 당 지도부의 공개 경고에 대해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사진=YTN 캡처]
이상민 의원은 당 지도부의 공개 경고에 대해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사진=YTN 캡처]

박광온 원내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제안도 이재명 겨냥?

이재명 대표를 향한 이 의원의 비판이 이처럼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14일 비명계 의원 31명이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해, 민주당의 분열이 가시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이들 31명의 의원들은 당 혁신위가 내놓은 1호 쇄신안인 ‘불체포특권 포기’가 바로 전날 의원총회에서 거부당하자 집단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전날인 13일 민주당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검찰의)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선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는 결의를 공식 선언했으면 한다”며 “혁신위가 제안한 제1호 쇄신안을 추인해달라”고 간곡히 제안했지만, 격렬한 찬반 토론 끝에 추인에 이르지 못했다.

친명계 주류 의원들이 이재명 대표를 의식해 박 원내대표의 간곡한 제안에도 불구하고 추인을 불발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박 원내대표는 친 이낙연계의 리더이다. 따라서 박 원내대표의 선택에는 이낙연 전 총리의 의중이 담겨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31명의 의원 가운데는 이상민 의원도 당연히 포함돼 있다. 이 의원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와) 같이 못하겠다는 그룹이 (당 내에) 상당수 있다"며 "탈당을 왜 우리가 하느냐"고 말한 바 있다.

이 의원이 말한 ‘유쾌한 결별’은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시작으로, ‘이재명 체제와의 결별’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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