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조합-영화·TV 대기업 간 계약 협상 결렬
63년 만의 배우-작가조합 동반 파업
메릴 스트리프, 제니퍼 로런스 등도 파업 동참
재상영분배금·AI 이슈 등 이견 커
CNN, 예살 피해액 40억달러(약 5조원)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 이하 배우조합)이 곧 파업에 들어간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배우조합 수석협상가 던컨 크랩트리-아일랜드는 이날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도부 투표로 오늘 밤 12시(현지시간)부터 파업을 시작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현재 파업 중인 미 작가조합(WGA)에 배우조합이 합류하면서 할리우드의 양대 노조가 1960년 이후 63년 만에 동반 파업을 벌이게 됐다.
배우조합은 지난 한 달여간 넷플릭스, 디즈니, 디스커버리-워너 등 대기업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영화·TV제작자연맹(AMPTP)과 고용계약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배우조합은 그동안 스트리밍 시대 도래에 따른 재상영분배금(residual)과 기본급 인상,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배우의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해왔다.
특히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에서는 시청자들이 작품을 볼 때마다 지급되는 재상영분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배우조합원들은 불만을 토로해 왔다.
또 배우들은 또 자기 외모나 목소리가 AI가 생성하는 이미지에 무단으로 사용될 것을 우려하면서 이를 방지할 대책 마련을 요구해 왔다.
AMPTP 측은 이날 성명에서 "(파업은)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노조의 선택"이라며 "노조가 역사적인 임금·재상영분배금 인상, 연금·건강보험료 상한액 대폭 인상, 시리즈 제작 기간 단축, 배우의 디지털 초상권을 보호하는 획기적인 AI 대책 등을 담은 우리의 제안을 묵살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배우조합은 기자회견에서 "어제 그들이 제공한 AI 제안서에는 연기자들이 하루 일당만 받고 촬영을 하면 그 이미지를 회사가 소유하고 동의나 보상 없이 원하는 작업에서 영원히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AMPTP 측 성명에 반발했다.
배우조합과 작가조합이 동시에 파업을 벌이는 것은 영화 재상영분배금 문제를 놓고 함께 싸웠던 1960년 이후 63년 만이다. 당시 배우조합 회장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었다.
이날 AP통신은 배우·방송인 노동조합에는 16만여 명의 배우, 방송 기자, 아나운서, 진행자, 스턴트 연기자들이 소속돼 있지만 파업에는 지난달 7일 투표에 참여해 파업을 승인한 배우 6만5천명만 참여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메릴 스트리프를 비롯해 제니퍼 로런스, 벤 스틸러 등 정상급 배우 300여명이 파업 참여 의지를 밝히고 있어 할리우드 영화 산업은 막대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파업으로 할리우드 대다수의 영화나 방송 프로그램이 완전히 중단될 것으로 전망했다.
CNN은 밀컨 연구소의 조사를 인용, 배우조합과 작가조합의 이번 동반 파업이 신속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40억달러(약 5조원)가 넘는 경제적 손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