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최근 정치권의 가장 큰 이슈는 단연 양평고속도로 문제다.

‘기승전 김건희’라는 민주당의 상습적 괴담살포에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백지화’로 맞섬으로써 판을 키웠다. 국민들이 민주당식 괴담정치에 식상해 있는 만큼,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와는 비교도 안되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었지만 원희룡 장관의 승부수가 오히려 벌집을 건드리는 상황을 만들었다. 원 장관의 선택은 우파들에게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안겼지만,전체적으로 잘한 선택인지 여부를 평가하기는 이르다.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국정수행 긍평평가)이 하락하고, 수도권에서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도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지만,그렇다고 해서 국민의힘 지지율도 오르는 것이 아니다.국민들이 민주당의 괴담에 넘어가지도 않을 뿐 아니라,동시에 국가의 중심을 잡아야 할 정부의 즉흥적인 대응방식에도 실망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장관은 3선 국회의원에 제주도지사를 역임한 여권의 중진 정치인이자 차기 대권후보 중 한명이다. 지난 대선때 당내 대선후보 경선 본선까지 진출했지만 윤석열 후보에 패배하자 정책본부장을 맡아 윤 후보의 각종 공약을 만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를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기용한 것은 이에대한 포상의 성격과 더불어 차기 대선주자로 스스로를 부각시킬 기회를 만들어준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로인해 원희룡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의 원조 멤버, 소위 윤핵관의 핵심으로 꼽히는 장재원 권성동 의원 보다 훨씬 많은 ‘실리’를 챙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1년여간 국토교통부 산하 각종 공공기관에는 지난 대선 때 원희룡 장관과 함께 정책본부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이 줄줄이 자리를 꿰찼다.

통상 정권을 잡은 뒤 이루어지는 공공기관장 자리 나눠주기는 청와대, 대통령실이 갖고있는 ‘공신록(功臣錄)’에 의거해 이루어지는데,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장 임명은 거의 원희룡 장관의 뜻에 따라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1982년 서울대 수석입학에 사시 수석합격, 학생운동으로 감옥까지 다녀온 검사출신 원희룡이 1999년 이회창 총재의 한나라당에 입당, 정치를 시작했을 때 큰 주목을 받았다.

서울 양천갑 지역구에서 내리 3선을 하면서 최고위원이 되는 등 대권주자로서 몸집을 키워갔다. 남경필 정병국과 함께 이른바 ‘남원정’ 그룹을 만들어 보수정당내 소수 개혁파의 노선을 견지한 것 또한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받아 들여졌다.

하지만 원희룡 장관에게는 3선 국회의원 이후 제주도지사가 되기 전 까지 사람들이 잘 모르는 몇 년간의 정치공백기가 있다. 이 시간을 놓고, 주변에서는 “원래 가고자했던 민주당을 가지 않고 보수정당에서 정치를 한데 따른 절망에 빠졌던 시기” 라거나 “잡기 등 이상한 취미에 빠졌던 시간”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요즘 여권에서는 양평고속도로 백지화라는 원희룡 장관의 초강수를 둘러싸고 “차기주자로서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직 차기 대선은 한참 남았지만 최근 1년여간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압도적 1위, 홍준표 대구시장이 2위를 달리고 있고, 원희룡장관은 이름조차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원희룡 장관의 양평고속도로 백지화 선언이 잠재적 대권 경쟁자인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동훈 장관은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권을 ‘검사독재’로 규정하고 법무부장관인 그에게 온갖 공세를 집중함으로써 스타가 되고 있다.

한 장관의 딱 부러지는 논리와 겸손하면서도 예의바른 말투 등은 정치적 행동이 아닌,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의 지극히 일상적인 행위일 뿐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엉터리(사실관계), 억지라는 비정상적 행동들이 오히려 그를 빛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원희룡 장관 또한 민주당의 상습적인 괴담정치에 대해 양평고속도로 백지화 선언이라는 초강수로 맞섬으로써 한동훈식 ‘사이다 펀치’를 날리려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인 것이다.

하지만 원희룡장관의 양평 고속도로 백지화는 해프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국책사업을 야당의 딴죽걸기 때문에 ‘없던 일“로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요컨대, 원희룡 장관이 작심하고 날린 펀치가 그의 향후 대권정치에 오히려 부담이 될 가능성만 높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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