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도 베이징 톈안먼 모습. 2023.6.4 (연합뉴스)
중국 수도 베이징 톈안먼 모습. 2023.6.4 (연합뉴스)

중국이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반(反)간첩법 개정안은 중국 내 탈북민 구출 활동을 아예 봉쇄할 수 있는 악법 중 악법이라고 탈북 지원단체들과 브로커들이 말했다. 대북 정보 유입 활동과 북중 국경 상황 파악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두리하나선교회 천기원 목사는 6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탈북민 지원 등 한국 기독교인들의 중국 내 선교 활동에 매우 부정적인 중국 정부가 반간첩법 시행을 계기로 관련 활동을 고강도로 압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천 목사는 중국에서 탈북민들을 돕다가 2001년 당국에 체포돼 8개월 간 옥고를 치렀다.

천 목사는 최근까지 중국 동북 3성에서 현지 브로커 등이 탈북민들을 돕다가 체포되면 뇌물을 주고 풀려나거나 벌금형 또는 1~2년의 형량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면서 그러나 간첩죄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중국의 반간첩법은 간첩 행위에 대해 기밀 정보뿐 아니라 국가안보와 국익 저해 등으로 적용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특히 ‘안보’와 ‘국익’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광범위해 언제든 간첩죄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사안이 엄중할 경우 무기징역과 사형까지도 가능하다고 명시해 탈북민 구출에 직접 관여하는 브로커들 사이에선 “중개비가 목숨값이 됐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고 VOA는 전했다.

탈북 브로커 A씨는 5일 VOA에 “중국 당국이 탈북민 구출을 미중관계 악화와 직결시켜 정치적으로 이용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지난 2003년 중국에서 탈북민을 돕다가 체포돼 형법 318조 불법 월경 조직죄로 거의 5년을 복역한 한국계 미국인 스티브 김 ‘318 파트너스’ 대표는 중국이 미국인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은 대표적 사례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는 자신이 체포됐을 당시 미국이 대만이 무기를 판매한 이유로 미중관계가 매우 좋지 않았다며 중국 수사관으로부터 자신이 보복 대상이 됐다는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고 VOA에 전했다.

또한 김 대표는 당시 자신과 같은 감옥에서 복역한 항 싱가포르계 기독교인은 조선족과 대북 인도주의 지원 활동을 하다가 간첩 누명을 쓰고 수감됐다며, 반간첩법 시행으로 많은 선교사들이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갈렙선교회 김성은 목사는 탈북민을 돕는 한국인들과 조력자들이 중국 당국의 정치적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VOA에 “중국이 한국의 윤석열 정부는 대놓고 무시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본보기로 탈북민들을 돕는 한국인들을 간첩 활동 혐의로 체포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본보기 처벌’은 북한과 중국이 공유하는 공산주의의 전형적인 특징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현재 중국에 억류돼 북송 위기에 처한 2천여 명의 탈북민들은 향후 북한에서 본보기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중국에서는 반간첩법으로 탈북민들을 돕는 사람들이 본보기 처벌을 당한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선교단체 관계자들은 중국 시진핑 정권이 간첩죄를 적용해 ‘기독교 길들이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김성은 목사는 VOA에 “반간첩법은 악법 중의 악법”이라며 코로나19로 오른 구출 비용이 탈북민 구출 위험 부담으로 더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탈북 단체들에 따르면 중국 동북 3성에서 동남아 지역까지 이동하는 중개 비용은 코로나 이전에는 2천 달러 안팎이었지만 이후 1만 5천 달러 안팎으로 대여섯 배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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