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품전
'장서각에서 찾은 조선의 명품'
국가‧시‧도 지정 문화재 49종 53점
'장조 태봉도', '안중근 유묵' 등 최초 공개
동의보감 등 유물 14점 추가 영상도
코로나 팬데믹후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미술 작품의 온라인 전시 단점은 '현장 교감'의 감동을 맛볼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온라인 전시에는 그같은 단점을 상쇄해줄 큰 강점이 있다.
한국 회화사에서 유례가 드문 걸작으로 꼽히는 이인문(1745~1921)의 '강산무진도'는 가로만 8m(세로 43.8cm, 가로 856.0cm)가 넘는 대작이다.
만약 이 작품을 미술관에서서 감상한다면 작품과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끝없이 펼쳐진 강과 산 밖에 안보인다.
그러나 이 작품이 온라인 상에 '고화질'로 전시될 경우 클릭해 확대본을 볼 수 있어 산과 강 계곡 사이에서 흐리게 윤곽만 보이던 사람들의 표정까지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산수화'처럼 보이던 이 그림이 사실은 '풍속화'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또 그제서야 이인문이 이 작품에 쏟아 부은 '예술혼'과 공감할 수 있다.
유명한 화가들의 미술작품처럼 박물관에서 먼 발치에서만 지켜 봤던 고서화 등 우리 문화재를 온라인으로 확대해 인물 초상의 터럭까지 관찰하고, 글씨나 그림의 배경 정도로만 여겨온, 비단이나 한지의 결에 숨은 역사성까지 감상할 수 있는 온라인 전시가 열린다.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안병우) 장서각에서는 오는 7일부터 장서각 소장 유물 가운데 국가‧시‧도 문화재로 지정된 자료를 총 망라한 온라인 특별전 ‘장서각에서 찾은 조선의 명품’을 개최한다.
'장서각 온라인 전시관(ejsg.aks.ac.kr)'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2년 전 장서각 전시실에서 개최해 큰 호응을 얻은 '특별전-장서각에서 찾은 조선의 명품' 전보다 더 많은 우리 문화유산이 온라인을 통해 공개된다.
이번 전시에는 작년에 보물로 지정된 '태봉도' 3점과 '안중근 유묵' 1점 등 새로운 자료가 다수 추가됐다. 전시되는 자료만도 장서각이 소장 중인 국가‧시‧도 지정 문화재 총 49종 53점에 이른다.
1부 '조선왕조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다'에서는 조선왕조실록과 조선왕조의궤, 영조와 정조 등 국왕의 어필, 군영과 사적을 그린 기록화, 가로 길이가 무려 24m에 달하는 국보 '이십공신회맹축-보사공신녹훈후', 고종 연간 러시아 연해주 일대를 그린 '아국여지도' 등을 고화질 이미지로 감상할 수 있다.
특히 2022년 보물로 새롭게 지정된 태봉도 3점 중 '장조 태봉도'와 '헌종 태봉도'는 이번 전시를 통해 국민들에게 최초 공개된다.
장조는 '사도세자'를 지칭하며 태봉도(胎封圖)는 임금이 태실을 만들어 태(태아를 싸고 있는 조직인 태반과 탯줄)를 안치한 태실의 형상과 그 주변 지형을 그린 것이다.
2부 '조선의 공신과 명가의 역사를 보존하다'에서는 유서 깊은 명가와 단체에서 장서각에 기탁한 자료 중 지정문화재로 등록된 공신교서와 공신화상을 중심으로 각종 고문서, 필첩, 전적 등을 소개한다.
세계 유일의 원나라 법전 '지정조격'과 '기묘제현수필' 등 잘 알려진 자료들과 함께 2017년 한국학중앙연구원에 기탁된 후 2022년 보물로 지정된 '안중근 유묵 역시 최초 공개된다.
3부 '민간의 희귀 전적을 구입하다'에서는 전문적 안목을 지닌 애서가로부터 구입한 자료 중 지정문화재로 지정된 다양한 불교 경전을 공개한다.
조선 전기 7차례의 대외정벌사를 기록한 장서각 유일본 '국조정토록'과 '직지심체요절'을 저본으로 간행한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온라인 전시만의 강점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장서각 기탁 자료들의 보존 처리 과정과 관련 자료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설명한 내용이 AI 음성과 함께 업로드 된다.
또한 '동의보감', '월중도' 등 장서각 대표 자료 14점을 다각도로 촬영한 영상도 함께 제공되어 입체적으로 자료를 감상할 수 있다.
구자현 연구원은 "가로 길이 24m의 초대형 작품인 국보 '이십공신회맹축-보사공신녹훈후'는 40메가 이상의 용량으로 업로드 돼 있어 확대할 경우 글씨의 품격과 바탕인 비단의 결과 조직까지 감상할 수 있다"며 이번 온라인 전시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이십공신회맹축 보사공신녹훈후(二十功臣會盟軸 - 保社功臣錄勳後)는 1680년(숙종 6년) 8월 30일에 개국공신 이래 여러 공신과 그 자손들을 모아 회맹제(會盟祭)를 거행한 후 작성한 회맹축이다.
여기서 '회맹제(會盟祭)'란 공훈이 있는 사람의 이름을 책에 써 올릴 때 임금과 신하가 모여서 서로 맹세하던 일을 지칭하며 '회맹축'의 축(軸)은 족자 형식의 자료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종이나 비단 한 장으로 만들어진 자료 한쪽 끝에 말기 편하도록 끼워 놓은 것을 축이라고 하고, 그 축을 이용하여 완성된 자료들을 종류를 통칭하는 말이다.
이경택 기자 ktlee@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