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배우 신영균(95) 씨가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에 서울 강동구 고덕동 땅 4000평(약 1만3223㎡)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기부 의사를 밝힌 신 씨는 5일 중앙일보에 "회의에 참석해보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뜻깊은 일이 제대로 추진되는 것 같아 너무나 다행스럽고, 참석한 내가 자랑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여태껏 살면서 대한민국의 건국 대통령이 아직 기념관 하나 없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대통령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 씨는 고향이 황해도 평산으로 이 대통령과 동향이다. 최근 발족한 '이승만대통령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추진위)의 위원으로도 위촉됐다. 신 씨는 "어릴 때부터 고향에서 '독립운동가 이승만'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듣고 자라 자랑스럽게 생각했었다"며 "훗날 내가 성인이 된 후 이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직접 뵌 적도 있다. 개인적으로도 참 좋은 인상으로 남은 존경하는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신 씨는 서울대 치의학과를 나와 치과의사로 일하다가 1960년 조긍하 감독의 영화 '과부'로 데뷔했다. 이후 300여편 영화에 출연했다. '연산군'(1961), '열녀문'(1962), '빨간 마후라'(1964), '미워도 다시 한번' 시리즈 등이 대표작으로 1960~70년대 한국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제15·16대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현재 국민의힘 상임고문이기도 하다.
신 씨는 동시대 연예계 명사들 가운데서도 자산 관리에 탁월한 것으로 손꼽힌다. 말년엔 이렇게 일군 자산을 흔쾌히 기부해 큰 주목을 받았다. 2010년 사재 500억원을 문화예술계에 출연, '신영균 예술문화재단'(이사장 안성기)을 설립했다. 2013년엔 모교 서울대에 100억원 상당 제주도 토지를 기부해 '신영균·서울대 발전기금'을 만들었다. 2016년엔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에 10억원, 지난해엔 모교인 서울대 치대에 10억원을 기부했다.
추진위는 이 대통령 기념관 설립 부지로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서울 중구), 이승만 연구원(서울 종로구), 낙산공원(서울 종로구) 인근 등 3곳을 검토했다. 신 회장의 강동구 땅 기부 제안으로 후보지가 늘어나게 됐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