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전 법무무 장관이 연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한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다. 급기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폭로전에 끌어들였다. 2020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윤갈등’을 벌이던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자신을 해임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6월 14일 페이스북에서 7년 전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과의 추억을 소환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6월 14일 페이스북에서 7년 전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과의 추억을 소환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존재감 없이 지내던 추미애, 내년 총선 앞두고 ‘친명’ 자처하면서 ‘공천전쟁’ 시작

정철승 변호사는 “추 전 장관이 ‘문 전 대통령은 기회주의자’라고 했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주장했다. 추 전 장관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지난 20여일간의 행보를 통해 ‘문 전 대통령이 추윤갈등 당시 잘못 대응했다는 책임론’을 강도높게 제기하고 있다.

나아가 이낙연 전 대표가 재보궐선거를 이유로 자신의 퇴임을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자신이 경질당함으로써 윤석열 총장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책임이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표에 있다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셈이다.

존재감 없이 지내던 추 전 장관이 돌발적으로 문 전 대통령과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해 과격한 공격을 가하고 있는 것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줄서기’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추 전 장관은 서울 광진을에서 다섯 차례 당선된 5선 의원이다. 현재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고민정 의원의 지역구이다. 추 전 장관이 내년 총선에서 친문계인 고 의원 대신에 친명인 자신을 공천해달라는 메시지를 이 대표 측에게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친명계와 친문계, 친낙계 사이에서 치열한 물밑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추 전 장관이 친명계를 자처하면서 ‘공천전쟁’을 시작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6월 14일 이재명과의 7년전 추억 올리기= 강자였던 추미애가 약자였던 이재명을 지원한 과거사 소환

추 전장관의 이번 발언은 치밀하게 계산된 행보로 풀이된다. 문 전 대통령 등에 대한 폭로전에 나서기 보름 전에 이재명 대표와의 7년전 추억을 소환시켰다는 게 그 근거이다. 지난 6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뜬금없이 ‘7년전 내 추억보기’라면서 2016년 6월 14일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광화문에서 농성할 때 격려 방문했던 동영상을 올렸다.

“지방분권을 무시한 박근혜 정부에 반발해 광화문에서 농성중인 이재명 시장을 표창원, 손혜원 의원님과 함께 격려 방문중인 현장 생중계입니다”라는 설명도 달아놓았다. 추 전 장관은 당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였다. 힘있는 야당 대표였던 자신이 정치 변방에 있던 이재명 시장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표명했던 과거사를 상기시킨 것이다.

동영상은 10여분 분량이다. 꽤 오랫동안 농성장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기록물인 셈이다. 누가 봐도 강자였던 추미애가 약자였던 이재명을 지원했다는 메시지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6월 30일 ‘오마이TV’ 발언= 추미애 경질은 문재인 작품, ‘촛불 국민에 대한 역모’ 일어나게 해

추 전 장관은 이 동영상을 올린 지 보름 만인 지난달 30일 유튜브 채널 '오마이TV'에 출연해 2020년 12월에 법무부 장관직을 그만 둔 배경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저도 진실을 말할 수 없는 것이 답답했다”면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저에게 물러나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당 30일 오마이TV에 출연해 자신이 법무부 장관직을 그만둔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당 30일 오마이TV에 출연해 자신이 법무부 장관직을 그만둔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당시 노영민 청와대)비서실장을 통해 연락받았다. 중간에 농간이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날 자르려면 국무총리를 통해 해임 건의를 해주면 좋겠다, 자의로 물러나지 않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사퇴 권고를 받은 날 검찰총장 징계 관련 보고차 대통령을 만난 것에 대해서도 “저를 유임시켜야 수습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서 갔지만 결론은 똑같았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노영민 실장을 통해 사퇴 요구를 받고 ‘농간’이라고 판단해 문 대통령을 만났지만 사퇴 요구가 문 대통령의 의중임을 확인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추 전 장관은 문 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월 2일 취임했으나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끝없이 ‘추윤갈등’을 빚다가 같은 해 12월 16일 문 대통령에게 윤 총장 징계 제청을 한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권고 사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문 전 대통령이 자신을 경질한 것에 대해 격한 표현을 동원해 비난했다는 점이다. 추 전 장관은 “검찰총장은 '내가 가는 길에 쾌도난마처럼 달리는 것만 남았지 어떤 장애물도 없다'고 생각할 것 아니겠나”라면서 “검찰 국가의 탄생을 아무도 못 막는다. 촛불 국민에 대한 역모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이라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경질이 ‘촛불 국민에 대한 역모’의 길을 터주었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통해 문 전 대통령을 강도높게 비난한 셈이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30일 KBS 라디오에서 “본인이 본인의 뜻으로 당시에 장관을 그만둔다고 해놓고 지금 와서 문 대통령이 그만두라고 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추 전 장관과 공천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생긴 고민정 의원은 지난 3일 CBS 라디오에서 “할 이야기들도 많이 있지만 말을 보태게 되면 내부 싸움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좀 많이 든다. 말을 보태지는 않겠다”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7월 3일 페이스북= 추미애를 해임시켜 촛불국민을 실망시킨 장본인이 문재인임을 재차 강조

추 전 장관은 지난 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자신의 법무장관직 해임이 촛불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는 논리를 확대재생산했다. 그는 “저에게 ‘사직’의 의미는 촛불국민에 대한 사명를 다 하지 않고 약속과 대의를 저버린다는 것이었다”면서 “그래서 ‘사직’을 거부했고 사직서를 쓸 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2020년 12월 16일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의결이 새벽에 이루어지고 아침에 출근 직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사직서를 내달라고 전화를 받았으나 명확하게 거절했다”면서 “오후에 제가 들고 간 징계의결서가 대통령 서명으로 집행된 직후 바로 대통령의 ‘물러나달라’는 말씀으로 제 거취는 그 순간 임명권자가 해임한 것이므로 저의 사직서가 필요없어져 버렸다. 그럼에도 저녁 때까지 청와대는 사의 표명을 내라고 촉구했으나 따를 수가 없었다”고 세밀하게 설명했다.

“대신 저녁 8시경 촛불국민에 대한 저의 마음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것으로 제 심경을 전했다”면서 “저를 다 갈아 넣었던 1년이었기에 산산조각 나더라도 제 속에 있는 DNA는 누구도 파멸시킬 수 없다는 심경을 담아 실망하실 촛불국민께 드리는 헌정시였다”고 강조했다. 촛불국민을 실망시킨 장본인이 문 전 대통령이라는 점을 재확인한 셈이다.

3일 오후 KBS발언= 문재인의 잘못된 선택은 이낙연 때문이라고 주장...전원책, “이재명 줄서기”

추 전 장관은 3일 오후 KBS ‘더라이브’에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재보궐 선거 때문에 나의 퇴장을 요구했다”면서 “이 전 대표는 그렇게 하면 안 됐다”고 폭로했다.

지난 3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KBS '더라이브'에 출연해 자신의 법무부 장관 사퇴 배경에는 이낙연 전 대표의 요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사진=KBS 캡처]
지난 3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KBS '더라이브'에 출연해 자신의 법무부 장관 사퇴 배경에는 이낙연 전 대표의 요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사진=KBS 캡처]

또 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사퇴를 밀어붙인 것도 사실상 이 전대표의 요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추 전 장관은 “그날은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의결서를 들고 간 날이었다. 대통령께서 제가 보고하니까 보시고 서명을 하시고 그런 다음에 ‘여기까지 너무 수고가 많았다. 그런데 수고한 장관이 물러나야 되겠다’는 취지의 말씀을 했다”고 밝혔다.

“제대로 책무를 이행한 사람한테는 물러나라. 또 잘못한 사람한테는 아무 소리 안 하면 어떻게 되겠나? ‘저에게 힘을 실어주십시오’라고 했더니 ‘당이 요구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일련의 폭로 발언을 통해 문 전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을 이끌어낸 인물이 이 전 대표라는 결론을 도출한 셈이다.

전원책 변호사는 지난 3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 사이의) 이 전쟁판에서 ‘나는 이제 이 대표에게 줄 서겠어, 나는 이제 줄 설 거야’(라는 뜻)”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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