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캐롤라이나대, 하버드대 상대
헌법소원에 대법원 위헌 판결 내려 
"인종 아닌 경험따라 대우해야"
흑인·히스패닉계 타격 전망
바이든 대통령 "정상적 대법원 아냐"비판
정부 계약 고용 등에 대한 
소수인종 우대정책도 제동 걸릴 듯
"한인학생 명문대 입학 유리해지나"
한인 사회도 촉각 곤두세워

소수인종 우대정책 찬성 시위. [AP연합]

"바이든 "정상적 대법원 아냐."(조 바이든 대통령) 
"미국을 위해 좋은 날."(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미국 대학 입학에서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인 이른바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대해 연방 대법원이 위헌 판결을 내렸다.이번 판결로 '소수를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의 한축이 무너졌다.이는 미국의 정치 사회 환경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미 대선 후보들이 서로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국민 여론도 반으로 갈라지는 등 파장도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연방 대법원은 29일(현지시간)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이하 SFA)이 소수인종 우대 입학 제도로 백인과 아시아계 지원자를 차별했다며 노스캐롤라이나대와 하버드대를 상대로 각각 제기한 헌법소원을 각각 6대 3 및 6대2로 위헌 결정했다.

미국 대학교 입시에서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인 이른바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이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장인 존 로버츠 대법관은 다수 의견에서 "너무 오랫동안 대학들은 개인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기술이나 학습 등이 아니라 피부색이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려왔다"면서 "우리 헌정사는 그런 선택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학생들은 인종이 아니라 개개인의 경험에 따라 대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이 지난 1978년 이후 40여년간 유지해온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이번 판결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서로 반대 의견을 내놓으며 향후 대선 가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판결이 나오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소수인종 우대 입학을 위헌이라고 본 연방대법원 판결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수 십 년의 판례와 중대한 진보를 되돌리는 것”이라며 "대법원이 판결할 수는 있지만 미국이 상징하는 것을 바꿀 수 없다"며 미국을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겠다는 이상을 가진 나라'라고 규정했다. 

반면 ABC뉴스와 더힐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의 판결이 나온 이후 자신의 SNS에  "미국을 위해 좋은 날"이라며 "비범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과 성공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사람들이 마침내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적었다.

사실 이번 결정에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달아 3명의 대법관을 임명한 후 '보수 쏠림' 구도가 된 연방대법원의 구도와 무관치 않다. 

전체 대법관 9명 가운데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포함해 6명이 보수 성향, 나머지 3명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 보수 우위 구조로 재편된 대법원은 지난해 연방 차원의 낙태권 폐기에 대해서도 위헌 결정을 내렸다. 

미 대법원의 이번 판단은 미국 대학 입시 정책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다른 분야의 인종 다양성 고려 정책들도 도전을 받을 가능성이 커 미국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1960년대에 등장한 소수인종 우대정책은 대학입학이나 고용, 국가계약 등에 있어 흑인이나 소수인종 또는 여자들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이를 지지하는 측은 오늘날 미국사회에서의 인종차별은 사람들의 태도는 개선됐어도 형태만 바뀌었지 아직도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소수인종 우대정책은 다민족․다인종 국가로 이루어진 복잡한 미국사회에서 사회통합을 유지하는데 일정한 기여를 해온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이 정책은 역차별이나 다름없고, 정부계약이나 고용 또는 대학입학시에 인종을 계약조건의 요소로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해 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이번 판결로 대학의 입시 제도가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며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이는 소수자들의 사회 참여 기회를 제한하고 고용 시장에서 인종 고려를 제한하는 등 광범위한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여론도 이번 판결로 반으로 갈라섰다. 소송 주도단체 SFA의 에드워드 블럼 대표는 "그동안 차별적인 입학 관행이 미국의 시민권법을 해쳤다. 대입에서 인종적 선호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모든 미국인이 축하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인 사회도 이번 결정이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이번 판결로 소수인종 우대정책의 주요 수혜자로 꼽힌 흑인과 히스패닉계 학생들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내 입시 전문가들은 한인 학생들이 우수한 학업 성적에도 불구하고 흑인·히스패닉 등에게 주어지는 인종 우대 점수에 밀려 진학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보기 때문에 당장은 입시에서 다소 유리해지는 측면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현지 한 통계에 따르면 명문대 가운데 소수 인종 보호 정책을 쓰지 않는 아시안 학생 비율이 40%에 이른다. 그러나 소수 인종 보호정책을 쓰는 하버드 대학은 아시안 학생 비율이 20%에 불과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인들의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한 오렌지카운티 어바인시의 엘리트학원 김원아 원장도 "아시아계 학생들에게는 아주 작은 자리라도 더 늘어나는 플러스 요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특히 과학기술·공학·의료 등 분야에서 인종 다양성보다 실력이 고려되는 것은 우리에게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 는 이날 컬럼을 통해 미국 대법원이 소수 인종 우대 입학에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은 하버드대의 '아시아계 차별'이라는 자충수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아 주목받고 있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프렌치는 '하버드가 어퍼머티브 액션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그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다수 의견서에서 학업 성적 하위 40%인 흑인 학생의 하버드 입학 확률이 상위 10%의 아시아계보다 높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고 전했다.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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