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29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했다.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으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2021년 9월로부터, 구속영장 청구에 1년 9개월이 걸린 셈이다.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해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2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해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2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은 박 전 특검을 두 차례 소환하는 데 그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끈 주역에 대한 예우 차원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정권 교체 후에도 수사에 속도가 나지 않자, 국민들의 시선은 따가워졌다. 50억 클럽 의혹의 정점에 있는 박 전 특검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수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옥죄는 검찰의 칼끝은 더욱 예리해질 전망이다.

50억 클럽의 실체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국민적 공분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분출될 것으로 관측된다.

박영수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50억 클럽과 박 전 특검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윤석열 대통령과 박 전 특검의 인연을 의심하며 ‘윤 대통령이 박 전 특검을 과거에 상관으로 모셨기 때문에 봐주는 거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했다. 윤 대통령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수사팀장으로 임명한 박 전 특검에 대한 부담 때문에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의심이었다.

다욱이 ‘50억 클럽’의 일원인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1심에서 이와 관련해 무죄를 선고받자 이런 의심은 증폭됐다. ‘박영수를 봐주기 위해서 곽상도에 대해서 50억 부분을 부실 수사한 것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대장동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한 것은 지난 3월부터다. 국회가 여야 합의로 ‘50억 클럽’ 특검법을 통과시키면서 처음으로 수사다운 수사를 한 것이다. 이후 “박 전 특검 측이 대장동 사업을 돕는 대가로 200억원 상당의 땅과 상가 건물 등을 요구했다”는 김만배씨의 진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2021년 9월, 최초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김씨는 박 전 특검에 대한 ‘대가성’을 부인했다. 김씨는 “대가성은 없었고, 그냥 제가 좋아하는 형님들인데, 정신적 심리적으로 많이 조언해주시는 분들”이라고 밝혔다.

50억 클럽 특검법 상정과 맞물려 김만배의 결정적 증언이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이어져

그런데 김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박 전 특검에게 대장동 사업 편의제공 대가로 거금을 건네기로 한 약속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수 200억 약정설’은 남욱 변호사가 앞서 검찰에서 진술했던 내용으로, 두 사람의 진술이 일치하자 검찰이 박 전 특검 구속영장 청구서에 200억 약정 관련 혐의를 담을 수 있었다.

검찰이 박영수 전 특검의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었던 데는 대장동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만배시의 진술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사진=채널A 캡처]
검찰이 박영수 전 특검의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었던 데는 대장동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만배시의 진술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사진=채널A 캡처]

국회 특검법 통과와 김만배씨의 진술이 맞물려 박 전 특검은 2021년과 지난해 두 차례 피의자 조사 후 1년 9개월 만인 지난 22일 검찰 조사를 받았고, 나흘 만에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로써 윤석열 대통령이 박 전 특검에 대해 ‘방탄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 확인됐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특검과 윤 대통령의 인연보다, 박 전 특검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인연이 더 각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역대 12차례 특검 중 ‘최고의 특검’으로 꼽히며 승승장구하게 된 첫 출발은 김대중 대통령 때 청와대에서 사정비서관으로 근무하게 되면서부터라는 것이다.

박지원의 추천으로 특검 발탁, 민주당 쪽과의 인연이 더 깊어

지난 27일 유튜브 어벤저스 전략회의에서 문화일보 이현종 논설위원은 “박영수 전 특검의 아버지가 목포에서 향판을 했다. 당시 목포가 지역구이던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의 인연이 깊다”고 설명했다. 2016년 말 특검으로 발탁된 데에도 박 전 원장의 추천이 결정적이었다는 설명이다.

박 전 특검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대검 중수부장 등 검찰 고위직을 지내며 굵직한 사건을 파헤치며 '강력통·특수통' 검사로 꼽혔다. SK 분식회계·대우그룹 경영 비리·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 같은 굵직한 재계 비리를 잇달아 수사하며 ‘재계의 저승사자’라는 명성을 얻었다.

2009년 서울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난 박 전 특검은 변호사로 태광의 박연차 회장을 변호해 ‘이중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검찰 재직 당시 ‘재계의 저승사자’라는 별명과 달리, 검찰을 떠난 뒤로는 오직 ‘돈’만 추구하는 변호사가 됐다는 비난이었다.

이후 대장동 일당과 어울리면서 200억원을 약정받았고, 우리은행 대출의향서 발급 대가로 5억원을 받았다.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서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뒤따랐다. 더욱이 포항의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휘말리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수산업자를 사칭한 김모씨로부터 포르쉐 렌터카를 무상으로 받고 336만원을 받아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검찰의 구속영장에 따르면 박 전 특검이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우리은행의 컨소시엄 참여 및 PF대출용 여신의향서 발급 청탁 대가로 2014년 11~12월 대장동 토지보상 자문수수료, 대장동 상가 시행이익 등 200억 원 상당의 이익 및 단독주택 2채를 제공받기로 약속했다고 적시됐다.

검찰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최소 200억원의 대가를 받기로 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진=Jtbc 캡처]
검찰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최소 200억원의 대가를 받기로 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진=Jtbc 캡처]

모두 2016년 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으로 화려하게 복귀하기 전의 일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검찰 고위직 출신으로 검찰의 상징적 인물인 만큼, 누구보도 자기 관리에 만전을 기했어야 하는 사람이 일확천금을 노린 부동산 개발업자와 결탁해 이런 갖가지 의혹에 휩싸였다는 것 자체가 공분을 불러일으킨다.

박영수, 법원 출석하면서 의혹 부인... 엄정한 사법적 판단이 뒤따라야

박 전 특검은 29일 오전 오전 9시40분께 법원에 출석하면서 "먼저 여러가지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어서 죄송하다"며 "재판부에 사실을 성실하고 진실하게 진술하겠다. 진실은 곧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장동 민간개발업자들을 위해 우리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한 적 없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다. 구속영장에 적시된 사실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박 전 특검이 휴대전화를 부수고 사무실 컴퓨터 기록이나 서류 등을 삭제·폐기해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증거 인멸 우려를 강조해 영장을 발부받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반면 박 전 특검 측은 휴대전화 관련 증거인멸 의혹은 구속영장 심사 때 소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 전 특검이 최근 조사에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한 만큼 영장실질심사에서 치열한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경가법상 수재는 수수 또는 약속한 금액이 1억 원 이상이면 최고 무기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중죄에 해당된다. 따라서 검찰이 박 전 특검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얼마나 확보했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이 미적거린다면. 윤 대통령과의 인연이 또다시 의심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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