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선행매매로 58억원의 차익을 거둔 혐의로 기소된 유튜버 김모씨가 여전히 유튜브 유료회원을 대상으로 종목 추천을 하고 있는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김씨는 기소 이후 ‘건강상의 이유’를 들며 직접 방송을 진행하는 대신 자신이 설립한 유사투자자문업체인 R사 직원 K씨로 하여금 대신 진행을 하게 했다.

유사투자자문업자 (PG). [일러스트=연합뉴스]
유사투자자문업자 (PG). [일러스트=연합뉴스]

국회 정무위,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주식 리딩방 개설 제재하는 법안 통과시켜

27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법안소위에서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주식 리딩방 개설을 제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김씨 사례에서 보듯 실제로 유사투자자문업체의 피해를 얼마나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남겨진 상태이다.

정무위는 27일 법안심사1소위원회를 열고 홍성국·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병합심사 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온라인 양방향 채널 영업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온라인 양방향 채널은 주가조작범이 개인투자자를 구슬려 자신들이 선행매매한 주식을 매수하도록 권유하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됐다. ‘선행매매’란 주식 리딩방, 주식방송 등 운영자가 특정 종목의 주식을 미리 매수한 뒤, 보유 사실을 숨기고 이용자들에게 고가 매수를 추천한 뒤 물량을 매도해 시세차익을 얻는 사기적 부정거래 수법을 말한다.

기존 자본시장법은 유사투자자문업자가 1대1 채널을 통해 영업하는 것만 금지해온 탓에 금융당국이 일일이 리딩방을 확인하지 않고선 처벌이 불가능했다. 개정안이 국회에서 최종 통과되면 당국에 등록을 마치고, 투자전문인력을 보유한 투자자문사만 양방향 채널을 개설할 수 있다.

27일 통과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당초 소위에 상정된 50개 법안 가운데 마지막 순번에 배치돼 다음 국회 회기로 넘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정무위 내부에서 급증하는 리딩방 피해를 처벌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자, 여야 간사는 일곱 번째 안건으로 앞당겨 처리했다. 최근 선행매매 혐의로 주식리딩방·유튜브 운영자가 무더기 구속되는 일이 생기면서, 정부 내부에서도 법안 통과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던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투자자문업자는 금융투자업자로서 적합성 원칙, 설명 의무 및 손해배상책임, 광고 규제 등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 규제를 적용받는다. 그러나 유사투자자문업은 당국 신고와 최소한의 교육 외에는 진입 조건에 제약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이 그간 법 테두리 밖에서 불법 리딩방을 우후죽순 만들면서 투자자 피해의 온상이 되고 있었다. 코로나19발 주식 투자 열풍 이후 업체가 급증하면서,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관련 민원은 2018년 905건에서 지난해 3070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슈퍼개미’ 김씨는 5개 종목 추천으로 58억원 차익 남긴 혐의 받아

지난 22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채희만 부장검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 4건을 수사해 양모(30)씨와 김모(28)씨 등 2명을 구속기소하고, 안모(30)씨 등 4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리 매수해 보유한 특정 종목을 주식 리딩방 회원이나 주식 유튜브 구독자에게 추천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매도하는 선행매매 수법으로 부당이득을 올린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는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1부 채희만 부장검사 직무대리가 22일 청사 브리핑룸에서 '불법 주식 리딩방' 불공정거래 행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1부 채희만 부장검사 직무대리가 22일 청사 브리핑룸에서 '불법 주식 리딩방' 불공정거래 행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가운데 ‘슈퍼개미’로 불린 김모(54·불구속)씨는 2021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유튜브 채널에서 5개 종목을 추천하고 58억원의 차익을 남긴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유튜브 영상을 모두 비공개로 전환하면서 유튜브 활동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현재도 구독자는 51만6000명에 달하고, 이중 유료회원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료 멤버십 회원은 결제 금액에 따라 월 1만2000원, 월 3만원으로 나뉜다. 김모씨를 대신해 방송을 K씨가 진행하고 있다. K씨는 매일 장 시작 10분 전인 오전 8시50분부터 1시간 가량 시황 방송을 진행하면서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의견을 밝히고 매수를 추천하고 있다. 방송은 직원 K씨가 대신 하지만 사실상 김씨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1년 6월 3만원 초반대인 한 주식 종목에 대해 '매도할 때가 아니다, 4만원 이상까지 봐도 된다', '솔직히 6만원, 7만원 가도 아무 문제가 없는 회사다'고 매수 추천하는 등 자신이 미리 매수해 둔 종목을 주식방송에서 반복적으로 추천했다.

특히 김씨는 주식 리딩업체를 직접 운영하면서 다른 직원들의 이해상충 주식거래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문책했다고 한다. 반면 자신의 거래사실을 숨기기 위해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사용해 선행매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본인이 CFD 계좌를 이용해 주식을 매도함에 따라 외국인이 매도하는 듯한 모습이 보이자 시청자들에게 '외국인들이 매도해 짜증난다'면서 본인의 매도 사실을 은폐했다.

검찰은 이들이 보유한 재산에 대해 추징보전 절차를 밟아 부당이득을 환수할 방침이다. 또한 ‘단기 고수익 보장’ 등 허위 광고를 내세운 주식 리딩방이 불공정 거래에 악용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무료 주식 리딩은 유료 회원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일 가능성이 크고, 무료 리딩을 따라 거래할 경우 선행매매 범죄의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식 리딩방의 피해 유형은 크게 3가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이와 관련해 28일 CBS라디오에 출연한 박세익 체슬리 투자자문 대표는 “저한테도 ‘박세익’이라는 제 이름을 사칭하는 문자가 많이 날아올 정도로 리딩방의 피해가 크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리딩방은 크게 3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첫째는 정식 투자자문사 대신 OO컨설팅 이라는 이름으로 투자자를 모집해 불법 일임행위를 하는 것이다. 둘째는 재능기부 하듯 무료 또는 유료 리딩방을 개설하는 행위이다. 세 번째는 유명인을 사칭해서 보이스피싱처럼 접근하는 스타일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카카오톡에도 주식 리딩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우리가 쓰는 카카오톡에서도 주식 리딩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첫 번째는 지난번 SG증권 사태에서 이름이 알려진 ‘라덕연’ 스타일로, 주로 펀드매니저 자격증을 따지 못한 사람들이 불법 일임매매를 많이 하는 유형이다. 두 번째가 가장 흔한 주식 리딩방 스타일인데, 대부분 사기이고 엉터리라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실제로 (주식으로) 돈을 많이 번 사람은 아주 조용히 지낸다”면서 “본인이 슈퍼개미인양 주식을 정말 잘하는 사람이면 자기 돈으로 자기가 벌면 되지, 그 회원들한테 몇 만원 몇십만원씩 돈을 받겠냐?”고 강조했다.

세 번째 유형인 ‘유명인 사칭 리딩방’도 최근 피해액이 엄청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대표를 사칭한 사람들로 인해 박 대표 회사에 연락온 피해 금액만 해도 4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유명인을 사칭하는 유형 중에는 ‘처음부터 본인이 사놓고 꼬드겨서 올리면 팔려고 하는 스타일’이 있고, ‘본인이 정말 실력이 있다고 착각하는 유형’도 있다는 것이 박 대표의 분석이다.

박 대표는 “저희 회사는 연평균 수익률을 15%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 식의 합리적인 목표 수익률을 제시하지 않고, 무조건 본인이 하는 회원방에 가입하면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전부 엉터리로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 대표는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을 추천하는 경우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 종목은 몇몇 사람들에서 몇십 명만 사도 주가가 크게 올라가기 때문에 걸러서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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