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한동훈 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함으로써 내년 총선 준비에 돌입한 모양새다. 추 전 장관은 최근 한 장관이 휴대폰을 분실해 경찰 강력계 형사들이 수색에 나선 것을 두고 “경찰을 국민의 생명·재산을 지키는 전문 집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검사의 수족으로 보는 것”이라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5일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6·25전쟁 제73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휴대폰을 분실했다. [사진=YTN 캡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5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6·25전쟁 제73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휴대폰을 분실했다. [사진=YTN 캡처]

추 전 장관은 27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한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어나더 브라더’다. 그 인식이 똑같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러니까 (검사와 경찰은) ‘레벨이 달라’ 이렇게 보는 것”이라며 “그냥 집에 종 부리듯이 ‘핸드폰 수색해’ 그러면 하는 것처럼 시늉을 해야지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추 전 장관은 “권력이 총구에서 나온다고 그러는데 권력이 일국의 검사 대통령, 일국의 검사 장관 나으리한테 나온다는 것을 이미 경찰이 알고 있다”며 “이 정도 사안이면 경찰청장이 옷을 벗음으로써 경찰 전체의 직업적인 자존심, ‘국민을 위한 봉사자다’라는 결기를 한번 보여야 하는 사안이다. 심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동훈 장관 측, 장충체육관에서 휴대폰 분실했다고 신고해

지난 25일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6·25전쟁 제73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던 한 장관은 휴대폰을 분실했고, 한 장관 측으로부터 “휴대전화를 분실했다”는 신고 접수를 받은 중부경찰서는 강력4팀을 투입해 장충체육관을 수색했다. 절도 등 범죄 가능성을 우려해 경찰관들이 현장을 방문했으나, 한 장관의 휴대전화를 습득한 재향군인 관계자가 경찰에 분실물 접수를 하면서 상황은 마무리됐다.

이를 두고 민주당 내에서는 “정상이 아니다”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강력범죄에 맞서야 할 강력계 형사가 휴대전화 분실물을 찾는 데 투입되었다니 기가 막힌다”며 “강력계 형사가 분실물 수색에 투입된 전례가 있기는 한가? 언제부터 휴대전화 분실이 강력범죄였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권 실세 중의 실세, '소통령'으로 통하는 한 장관의 휴대전화가 아니었다면 강력계 형사들이 투입되었을 리 만무하다. 실세 장관 한 마디에 경찰이 심부름꾼으로 전락하는 모습은 ‘검찰 독재’를 향해 달려가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해서 참담하다”고 힐난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 검찰을 수족으로 여겨... 이제 와서 딴소리?

김수경 한신대 교수는 28일 채널A에서 “추 전 장관은 ‘한동훈 장관이 검찰이 경찰을 수족으로 보는 것 같다’고 얘기했는데, 다른 모든 사람이 그렇게 얘기해도 추 전 장관은 그렇게 얘기할 수 없다”고 저격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장관 재직 시절이던 3년 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수족'으로 여기는 듯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사진=채널A 캡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장관 재직 시절이던 3년 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수족'으로 여기는 듯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사진은 3년 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발언 모습. [사진=채널A 캡처]

추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 시절에 책상을 탕탕 치면서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서 “법무부 장관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것이지. 지휘랍시고 해 가지고 일을 꼬이게 만든다”고 했던 사실을 거론한 것이다. 당시 추 전 장관의 인식은 ‘검찰을 자기의 수족’처럼 여겼는데, 그런 사람이 이제 와서 경찰에 휴대폰 분실을 신고했다는 것만으로 경찰을 수족처럼 보고 있다고 얘기하는 게 아이러니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한 장관 휴대폰 분실 사건의 핵심은 ‘경찰이 검찰의 수족이라거나, 검찰이 법무부 장관의 수족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추 전 장관이 한 장관을 비판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 김 교수의 분석이다.

한동훈 때려야 뉴스에 나오는 민주당 정치인 많아...추미애도 마찬가지?

김 교수는 “민주당 정치인들은 본인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한동훈 장관을 때려라는 공식이 존재하는 것 같다”면서 “한 장관 없으면 정치를 못하는 사람이 민주당 내부에서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함께 출연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역시 추 전 장관이 한 장관을 공격한 것을 두고 “한동훈 장관을 공격한 이유는 뉴스가 되니까, 뉴스에 나오고 싶으니까, 이렇게 생각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추 전 장관을 향해 “회색 안경을 끼면 모든 세상이 회색으로 보인다”면서 “추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얼마나 큰 권력을 누렸는지 모르지만, 본인의 세상으로 해석한 게 아닌가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27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한동훈 장관을 비판했다. [사진=채널A 캡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27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한동훈 장관의 휴대폰 분실 사건을 두고  비판했다. [사진=채널A 캡처]

연이어 조 의원은 한 장관을 겨냥해 “아무리 법무부 장관 측이 신고했다고 해도 강력범을 잡아야 될 강력계 형사를 여기에 갑자기 투입했다는 것은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 씁쓸함을 자아내게 한다”며 “일반 시민들처럼 물건 잃어버린 절차를 거쳐서 찾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경찰로서 좀 과한 대응이 아니냐”는 비판적인 여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휴대폰을 누가 가져갔다면 점유이탈물횡령죄를 적용할 수 있었기에 형사당직팀(강력4팀) 출동한 것”이라며 “습득자가 다른 경찰서에 분실물 접수한 것을 확인했고 불법영득의사가 없었기에 별 문제 없이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어 “통상 휴대폰이 현장에서 없어졌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당직팀이 출동한다”고 덧붙였다.

한 장관 휴대폰 분실에 강력4팀이 출동한 이유는?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일요일인 25일의 당직팀이 강력4팀이었기 때문에 출동했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최은정 중부경찰서장은 “내가 출동 명령 내렸다”며 “일반 시민도 잃어버린 장소를 특정해 신고하면 당직팀이 수사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당시 출동한 당직팀인 강력4팀 소속 형사들은 CCTV 분석을 통해 재향군인회 관계자 A씨가 휴대폰을 가져간 사실을 확인했다. 확인 결과 A씨는 휴대폰을 습득한 후 인근 경찰서에 한 장관의 휴대폰을 분실물로 신고했다.

이에 경찰은 A씨가 별다른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상황을 종결했고, 휴대폰을 돌려받은 한 장관은 A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감사 인사를 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