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20%와 상위 20%의 소비지출 규모 4배...‘양극화’ 강조한 언론보도
‘소비지출액’ 단순 비교...소비지출에 영향 주는 다양한 요인은 무시돼
소득수준 外 평균 가구주 연령·가구원 수에서 비롯된 지출 차이 커
가구주 61.2세 vs 49.9세 가구에서 교육지출비 10배 차이 난다면 양극화?
단순 대립구도 강조하고, 통계수치에 숨겨진 裏面 무시한 보도 경계해야

‘양극화’와 ‘빈부격차’를 강조한 언론 보도는 매년 이루어진다. 그러나 언론이 ‘양극화’의 근거로 인용한 통계수치에는 다양한 사회적 요인들이 무시되기도 하며, 오히려 ‘양극화’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담은 언론보도는 계층간 갈등만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언론이 인용한 단편적인 통계수치들로만은 표현되지 않는 이면(裏面)을 읽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지난달 30일,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는 <가계소비도 양극화...하위 20% 115만원 vs 상위 20% 433만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가계별 소득(2016년 경상소득 기준)에 따라 소비지출 규모는 극과 극이었다”며 월(月)소득 대비 가계별 소비지출 규모가 4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후 연합뉴스TV, YTN, 동아일보, 세계일보 등 다양한 매체에서 비슷한 내용이 쏟아졌다. 받아쓴 내용이 그대로 담겨있기도 했으며, 이외에도 <100만원 벌어 110만원 지출…저소득가구 ‘아껴써도 적자’>(한겨레신문), <5가구 중 1가구는 월 100만원도 못 벌고 110만원 지출을 하며 ‘만성적자’>(한국일보)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소득 하위20%의 ‘만성 적자’를 부각하는 보도도 이어졌다.

그러나 언론에서 인용한, 이와같은 단순 수치 비교는 오히려 사회에 대한 이해도를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지출액을 단순 비교했을 뿐, 소비지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이 무시됐다는 것이다.

우선 가구주(家口主)의 사회활동 시기와 가구원 수의 차이가 고려되지 않았다. 통계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2017년 가계동향조사(지출부문) 결과’에 따르면 월평균 100만원 미만 가구(소득 하위 18.2% 가구, 소득1분위)의 평균 가구원수는 1.46명이고, 가구주 평균 연령은 61.2세이다. 61.2세인 경우 가장이 은퇴 이후 자녀들이 출가했을 확률이 높으며, 실제로 평균 가구원수도 1.46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소득 600만원 이상(소득 상위 18.3% 가구, 소득5분위)의 가구주 평균 연령은 49.9세로 사회적 활동이 왕성한 시기이며, 가구원수도 3.3명으로 자녀에 대한 소비지출이 큰 시기로 풀이된다.
 

통계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2017년 가계동향조사(지출부문) 결과>의 '소득구간별 소비지출'

소비지출액의 세부적인 차이를 보면 평균 가구주 연령·가구원 수에서 비롯된 지출 구조의 차이가 더 두드러진다.

평균 가구원 수가 1.46명이며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소득1분위 가구의 식료품·비주류음료의 소비지출액은 23만1천5백원이다. 반면 평균 가구원수가 3.3명이며 소득이 600만원 이상인 소득5분위 가구의 식료품·비주류음료의 소비지출액은 50만9천원 가량이다. 가구원 수가 2배 가량 차이나는 만큼,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비 또한 2배 가량 차이가 나는 양상이다.

교육비에서는 평균적으로 소득1분위 가구의 경우 4만5천원을 지출하고 있으며, 소득5분위의 경우에는 43만5천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교육비 지출액의 차이는 자녀 교육비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소득5분위의 경우 가구주 평균 연령이 49.9세로 자녀 교육비에 투자할 곳이 많은 데 반해 소득1분위의 경우 가구주 평균 연령이 61.2세로 자녀들이 졸업한 이후 교육비 부담이 줄어들고, 자녀들이 독립했을 확률도 높다.

이러한 가구주 연령과 가구원 수의 차이에 따른 교육비 지출액의 차이를 무시한 채, 소득1분위 가구와 소득5분위 가구의 교육비 지출 규모가 10배 차이가 난다고 단순 대비해서 표현하기에는 무리한 모습이다. 그러나 <가계소비도 양극화...하위 20% 115만원 vs 상위 20% 433만원>라는 보도가 이루어진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5일, 연합뉴스는 <'배움'도 빈부격차…고소득가구 학원비, 빈곤층의 27배>라는 보도를 이어가기도 했다.
 

노인층의 특성이나 소득구조의 차이가 배제된 점이 한계라는 지적도 받는다. ‘양극화’의 근거로 인용된 통계수치는 지난해 경상소득을 기준으로 한만큼, 연금이나 국가지원금을 미포함하여 소득 수준을 단정짓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상위 20%의 소득구조에서는 맞벌이 등의 가능성도 배제됐다.

통계청이 제시한 자료는 현황 파악에 유의미한 점도 있다. 그러나 언론에서 이같은 자료를 무비판적으로, 여러 사회·경제적 특수성과 평균 수치에 숨겨진 다양한 요인을 무시한채 보도하는 것은 오히려 계층 간 갈등과 상실감, 대립구도만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언론이 ‘양극화’나 ‘빈부격차’라는 표현을 남발할 경우 국민들로 하여금 복잡한 사회경제 실상을 단순히 대립구도로만 이해하는 오판을 유도하고, 이에 따라 국정방향도 오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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