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로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소환했다. 박 전 특검은 권순일 전 대법관과 더불어 '50억 클럽' 의혹에서의 핵심 인물로 취재진을 피해 검찰청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이날 오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 혐의를 받는 박 전 특검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박 전 특검은 대장동 로비 의혹과 관련해 지난 2021년 11월 26일과 지난해 1월 5일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지난해 정권이 바뀐 뒤 검찰 인사로 개편된 대장동 2기 수사팀의 출석 조사를 받는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검찰은 박 전 특검에게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편의를 봐준 뒤 금품을 수수하기로 약정한 혐의 전반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우리은행의 대장동 컨소시엄 참여 등 청탁 대가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로부터 200억원 상당의 땅과 상가 등을 받기로 한 것을 의심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출자자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2015년 3월 심사부 반대로 최종 불참했고, 대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는 참여하겠다며 1천500억원의 여신의향서를 냈다. 성남의뜰 컨소시엄은 민간 사업자 평가 항목 중 '자금 조달' 부분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검찰은 우리은행이 컨소시엄에는 불참하기로 하면서 박 전 특검 측이 받기로 약속한 대가의 규모가 20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박 전 특검과 함께 검찰과 특검에서 근무하며 '측근'으로 알려진 양재식 변호사가 이 과정에서 양측을 조율하는 '실무'를 담당했다고 보고 공범 혐의로 입건했다. 양 변호사는 지난 12일 소환조사를 받았다. 소위 '정영학 녹취록'에는 정영학 회계사가 남욱 변호사에게 "우리은행, 저는 진짜 진정한 신의 한수는 양 변호사님이에요. 양 변호사님이에요. 정말"이라고 말하고, 남 변호사가 "이건 진짜"라고 호응하는 대목이 나온다.

검찰은 50억원이 박 전 특검에게 실제로 일부 지급됐다고 보고 자금 흐름도 추적하고 있다. 박 전 특검은 2015년 7월∼2016년 11월 화천대유자산관리 고문을 지내며 급여 명목으로 2억5천500만원을 받았고, 딸도 화천대유에서 11억원을 빌렸다. 딸 박모씨는 화천대유가 소유한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역시 박 전 특검이 받기로 한 금품과 연관성이 있는지 조사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특검은 2015년 4월 화천대유 측에 약 5억원을 이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화천대유가 5억원을 사업협약체결 보증금으로 썼는지, 박 전 특검이 5억원을 제공한 이유가 무엇인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정영학 녹취록'에는 "우리 법인 만들 때 돈 들어온 것도 박영수 고검장(전 특검) 통해서 들어온 돈이다. OO(박 전 특검 인척 이씨)이 통해서. 그것은 해줘야 된다. 무슨 말인지 알지"라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언급이 나온다.

박 전 특검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을 조사한 후 구속영장 청구도 검토할 방침이다.

박 전 특검은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해 이전 대장동 수사팀에 두차례 소환조사를 받은 것 외로도 이른바 '가짜 수산업자'에게 포르쉐 렌터카 등을 빌린 혐의로 2021년 8월 경찰, 2022년 10월 검찰에서 한차례씩 소환조사를 받은 바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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