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뜨 뻬쩨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이 열리고 있는 동안 사이드라인 뉴스가운데 전 오스트리아 외무장관 카린 크나이슬Karin Kneissl이 러시아의 새로운 씽크탱크를 이끌게 됐다는 내용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녀는 상뜨 뻬쩨르부르크 국립대학에 부설된 The Geopolitical Observatory for Russia’s Key Issues 러시아 핵심이슈를 위한 지정학적 관측소(GORKI)를 지휘하게 됐다고 러시아 매체 RT가 보도했다. 

이 연구소는 서아시아 연구와 에너지문제에 중점을 둔다고 한다. 그리고 중동문제에도 정통한 카린 크나이슬은 연구소에서 20여명의 석학들과 함께 하는 것으로 보도됐다. 프랑스 Geoprogma의 수장인 캐롤라인 갈락터로스Caroline Galacteros, 노르웨이 남동대학의 정치학자 글렌 디센Glenn Diesen, 그리고 여러 저명한 러시아 학자들도 여기에 참여한다. 

연구소 출범과 관련해 상뜨 뻬쩨르국립대학 총장 니콜라이 크로파체프Nilolai Kropachev는 러시아가 동방으로의 전환을 추구하고 있는 시기에 지적 무기고에 새로운 무기를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정학적 연구토대가 상당히 단단하다. 

러시아 국영매체 RT에 출연한 크나이슬 

 

집단서방을 제외한 나머지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킨 상뜨 뻬제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의 슬로건은 크게 두가지다. 동방으로의 눈길과 러시아 내륙의 경제발전이다. 

동방으로 향한다는 것은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와 전략적 제휴를 공고히 한다는 것이고 내륙 경제발전은 시베리아, 북극항로등 그동안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러시아의 잠재력을 발굴해 끌어 올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륙 발전의 가장 큰 요소가운데 하나가 바로 국제남북교토통회랑의 활성화다. 

그런데 이는 필연적으로 이란, 터키, 아랍등의 에너지 협력과도 이어진다. 그런 점에서 카린 크나이슬 전 오스트리아 외무장관은 매우 적절한 인재영입이다. 외국의 전 외무장관을 자국 씽크탱크의 수장으로 초청한 러시아의 매력은 실로 강력하다. 참고로 한국도 국제적 시야를 넓히기 위해서는 러시아 국책연구기관에 인재를 파견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한국의 국제적 시야는 거의 영미권에 제한돼 있다. 그러니 국제적 사안을 볼때도 우리의 시각이 아닌 앵글로 색슨의 눈으로 보는데 익숙해져 있다. 학계에서도 대부분 미국학자들의 이론이나 저작물들을 주로 인용한다. 러시아를 포함한 범슬라브권과 북유럽으로 눈을 돌리면 완전히 다른 학문적 시각을 접할 수 있다. 

오랫동안 중동과 에너지 문제, 그리고 러시아 정치에 천착해온 카린 크나이슬은 앵글로 색슨을 대체하는 시각을 제공해 준다. 1965년생인 카린 크나이슬은 후세인 요르단 왕의 조종사로 일한 부친을 따라 유년시절의 일부를 요르단 암만에서 지냈다. 그리고 비엔나 대학,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 요르단 대학등에서 법학과 동양어, 국제관계등을 공부했다. 일간지 Die Presse, Neue Zurcher Zeitung, 러시아 RT에도 필진으로 기고하면서 언론인으로도 활약했다. 그녀는 모국어인 독일어 외에 아랍어,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도 유창하며 히브리어, 헝가리어, 이태리어도 해득할 수 있다. 

카린 크나이슬의 G.O.R.K.I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오스트리아 외무장관을 역임한 카린 크나이슬은 유럽연합을 날카롭게 비판해 왔으며 난민 이주에 대해서도 극히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녀는 블리디미르 푸틴 대통령과도 각별하다. 2018년 8월 그녀가 결혼했을 때 푸틴 대통령은 꽃다발을 들고와 결혼을 축하했으며 춤도 같이 추기도 했다. 이 때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는 러시아의 영향력이 알프스산간에 침투했다는 비방성 기사를 썼다. 결혼식 하객으로 푸틴 대통령이 오스트리아를 찾은 것을 가지고 악담을 퍼부은 것이었다. 그때부터 집단 서방은 그녀를 크렘린 옹호자로 간주하기 시작했고 우크라이나전 발발 직전 러시아 매체 RT에 서구의 전쟁 히스테리 증상을 주제로 글을 쓰는 바람에 유럽에서 백안시당했다. 

카린 크나이슬은 2021년부터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녜프찌Rosneft의 이사로 임명됐다. 물론 푸틴과의 친분도 있겠지만 그녀가 에너지 문제 전문가이기 때문에 영입된 것이다. 또 몰래 임명된 것도 아니고 공개적으로 직책을 맡아 정당하게 보수를 받았지만 러소포비아에 광분한 이들은 그녀를 매도하고 심지어는 살해협박까지 했다. 결국 그녀는 2022년 로스녜프찌 이사직을 내려놨다. 그리고는 협박에 공포를 느껴 레바논으로 이민했다. 전직 외무장관이 정치적 난민이 된 셈이었다. 

크나이슬의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가해 춤을 추는 푸틴 대통령

 

카린 크나이슬이 조국을 떠나 레바논을 전전하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그녀가 억울하게 박해받고 취소됐다면서 분노하기도 했다. 그러다 이번에 러시아가 그녀를 신설 씽크탱크 The Geopolitical Observatory for Russia’s Key Issues의 수장으로 영입했다. 에너지 문제에 정통한 그녀의 식견을 높이 산 것이다. 카린 크나이셀은 세계 경제가 상호의존적이며 석유의 경우 서쪽으로 흐르지 않으면 남쪽, 북쪽, 동쪽으로 쉽게 흐를 수 있으며 그런 현상은 이미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박상후 객원 칼럼니스트(언론인 · 前 MBC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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