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오드리 탕 대만 디지털 담당 장관 트위터 캡처)

영국 장관이 대만 장관을 만나 중국이 격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톰 투건하트 영국 보안 담당 장관이 지난 14일 현지를 방문한 탕펑(영어명 오드리 탕) 대만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장관급)을 만났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해당 회동이 상호 안보 이익에 관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영국의 하급(주니어) 장관들은 대만의 상대방들과 대화하지만, 고위(시니어) 장관들은 대만 관리들을 만나지 않는 게 관례였다고 한다. 이번 회동은 이같은 영국의 기존 외교 정책을 깨는 것이라 주목을 받고 있다. 

투건하트 장관은 영국 내각의 정식 구성원은 아니지만 테러, 안보 위협, 경제 범죄 대응에 책임이 있는 안보 장관으로서 내각 회의에 참석한다. 특히 투건하트 장관은 2년 전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인권 유린에 대한 주장을 제기해 중국 정부로부터 제재까지 받은 인물이다. 

로이터는 "두 장관 간 만남의 민감성은 여러 관리와 부처가 회의에서 어떤 것이 논의됐는지에 대한 말하길 꺼리는 것으로 입증됐다"며 영국과 대만 양측 모두 해당 회의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 의원들이 결성한 '대중국 의회 간 연합체'(IPAC)의 루크 드 풀포드 이사는 내각 회의에 참석하는 영국 장관이 대만 장관을 만난 것은 자신이 아는 한 처음이라고 주목했다. 그는 로이터에 "이는 대단히 환영할 일이며 올바른 메시지를 전달한다"면서 "영국 보안 장관이 다른 부처의 압력을 제치고 이제 모든 장관이 따를 수 있는 새로운 선례를 만든 것을 축하받아야 한다"고 평가했다.

탕 장관은 15일 자신의 트위터에 곧 출간될 <새로운 기술국가: 우리의 디지털 꿈이 사회적 악몽이 되는 방식과 그것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제목의 책을 읽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2019년 투건하트 장관과 나눈 대화를 기반으로 하는 책으로 탕 장관은 트위터에 "톰 투건하트로부터의 배움은 이득을 준다. 이 장관의 디지털 통찰력에 대해 읽기를 기대한다. 또한 대만과 영국의 관계 심화와 더 많은 기술적 협력을 기대한다"고 적었다.

영국은 대만에 사실상 대사관 격인 대표사무소를 두고 있을 뿐, 공식적으로는 중국과만 수교했다. 하지만 영국은 대만과 한층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는 중이다. 중국의 강력한 반발 가운데서도 그레그 핸즈 영국 국제통상부 부장관은 지난해 11월 대만을 찾아 차이잉원 대만 총통 등을 만났다. 핸즈 부장관은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취임 한 달 만에 대만을 찾은 영국 고위 관리였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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