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지난 15일 나온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의 현대자동차 노조원에 대한 손해배상사건 판결에 대해 일제히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대법원 3부는 불법파업에 참여한 현대자동차 노조원 4명에 대해 2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연대해서 물어내라는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16일 대법원 '파업 손해배상 책임 개별 산정' 판결의 주심인 노정희 대법관을 향해 “법관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16일 대법원 '파업 손해배상 책임 개별 산정' 판결의 주심인 노정희 대법관을 향해 “법관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이번 판결이 사실상 ‘노란봉투법’을 발효시킨 판례가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노동조합의 불법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에 제한을 두려는 노란봉투법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반면, 정부 여당은 노조의 불법파업을 부추기는 입법이라면서 강력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이 국회에서 단독 처리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친민주당 인사인 김명수 대법원장이 발탁한 노정희 대법관이 주심인 대법원 3부가 노란봉투법을 발효시킨 것과 다름없는 판결을 내렸다는 게 국민의힘 지도부의 판단이다.

김기현 대표, “가해자와 피해자 구분조차 못하는 노정희는 법관 자격 없다” 맹공

김기현 대표는 1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파업 손해배상 책임 개별산정’ 판결의 주심 노정희 대법관을 향해 “공동 불법행위의 책임을 노동조합과 노조원이 연대해서 지도록 규정한 민법의 대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은 물론이고 죄 없는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한 합리적 권리행사를 가로막고 오히려 불법행위를 한 가해자를 보호해 그 책임을 면제·경감시키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라며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더 두텁게 보호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되는 반(反)정의”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엉터리 판례에 따르면, 폭력을 당해 맞고 있는 피해자가 자신을 때리는 A는 어떻게 때렸고, B는 어디를 때렸고, C는 무엇으로 때렸는지를 현장에서 정확히 녹화해 두지 않으며 피해배상조차 받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이런 법이 어디 있을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김 대표는 “공동불법행위의 기본법리조차 모르고 가해자와 피해자 구분조차 못하는 노정희 대법관은 법관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발탁한 주심 노정희 대법관, ‘소쿠리 투표’ 때 사과도 제대로 안해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지난 대선 사전투표 부실관리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히며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2022.4.18.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지난 대선 사전투표 부실관리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히며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2022.4.18.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김 대표는 노 대법관이 중앙선관위원장을 맡아 있던 지난해 20대 대선 당시 ‘소쿠리 투표’를 야기했던 장본인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근조차 하지 않았던 ‘무책임의 대명사’였다는 사실도 꼬집었다. 노 선관위원장은 사전투표가 있었던 2022년 3월 5일과 6일에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위원장은 2022년 3월 8일 담화문을 발표하고 일부 사과내용을 담았으나 본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데 역점을 뒀다.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김 대표는 “우·국·민(우리법·국제인권법·민변)으로 가득 채워진 대법원의 정치 편향으로 인해 퇴행을 거듭하고 있는 사법부를 하루빨리 정상화시켜야 하다”고 강조했다. 노정희 대법관은 진보성향 판사들의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윤재옥 원내대표, “파업 과격화로 산업현장 생산성 저하, 해외투자 위축 등 우려”

윤재옥 원내대표도 1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자신을 포함해 몇몇 대법관의 교체를 앞두고 노란봉투법 알박기 판결을 한 것"이라면서 "대법원은 노란봉투법을 판례로 뒷받침하며 국회의 쟁점 법안을 임의로 입법화하는 결과를 빚었다"고 지적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번 판결로 기업 활동은 큰 제약을 받고, 균형 있는 노사관계 구축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파업 과격화로 노사관계가 악화되면 산업현장의 생산성이 저하되고 국내 기업에 대한 해외투자가 줄어드는 악영향이 도미노처럼 일어날 것이란 우려까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노란봉투판결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이철규 사무총장은 "오로지 김명수 사법부의 책임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각각 비판했다.

노정희 대법관이 주심인 대법원 3부, 개별 노동자의 불법파업 손해배상 책임에 ‘면죄부’ 발부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가 15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 4명을 상대로 현대자동차가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냈다. 이는 불법파업에 참여한 노동자 개인에게 회사측이 생산 차질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일괄적으로 요구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노동자 개인이 행한 불법행위의 정도를 개별적으로 따져서 책임 정도를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이나 실행행위에 관여한 정도는 조합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개별 조합원에 대한 책임 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측이 노동자 개인에게 불법파업에 가담한 정도를 따져서 손해배상을 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설령 그런 계산을 해서 손배소를 제기한다고 해도 법정에서 노동자측이 그 계산이 잘못됐다고 따질 경우 불법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노동자가 일정 부분 책임진다는 취지를 살리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대법원은 "노동조합원으로서는 쟁의행위가 다수결에 의해 결정돼 방침이 정해진 이상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의심이 간다고 해도 노동조합의 지시에 불응하기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면서 "급박한 쟁의행위 상황에서 조합원에게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일일이 판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근로자의 단결권을 약화할 우려가 있다"라고 판단했다. 이는 불법파업 여부를 개별 노동자가 판단하기 어렵다고 명시한 것이다. 즉 사측이 불법파업의 책임을 개별 노동자에게 물을 수 없다는 논리인 것이다.

대법원은 "이런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노동조합과 개별 조합원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은 노동조합에게만 물을 수 있다고 못을 박은 셈이다. 이 같은 판결 내용들은 개별 노동자에 대해서는 불법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면죄부를 발부해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법원 3부 불법파업 노동자를 위한 ‘이중 안전장치’ 제공해

이번 판례를 통해, 노동자가 불법파업에 참여해도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거나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이중 안전장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첫째, 급박한 쟁의행위 국면에서 개별 노조원은 행위의 불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통해 개별 노조원의 손해배상책임에 대해 원칙적으로 면책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둘째, 개별 노조원이 불법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지게 될 경우에도 ‘손해 발생에 기여한 정도’를 산정해야 한다. 복잡하고도 긴박한 쟁의 사태 속에서 특정 노조원이 불법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 등에 기여한 정도를 수리적으로 산출하는 작업이란 다분히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하기 마련이다. 객관적으로 그 정도를 산출하기란 지극히 어렵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통해 사측이 노동조합이 아닌 개별 노조원에게 손해배상을 묻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현대차가 지난 2010년 11월부터 25일 동안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가 울산공장 1·2라인 점거 농성을 벌여, 조업 중단 등의 손해를 입었다며 파업 참여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던 건에 관한 것이다.

1심과 2심에서는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 4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 회사의 청구액 전액인 20억을 '연대하여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1인 당 5억원의 손해배상금을 물어내야 하는 것이다. 불법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 개인도 파업을 결정한 노동조합과 똑같이 배상 책임을 져야한다는 취지의 판결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함으로써 고등법원은 4명의 노동자에 대해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손해배상액을 결정해야 되는 것이다.

국회 환노위의 노란봉투법 해당 내용은 대법원 3부의 판결 구조와 정확하게 일치해

한마디로 이번 대법원 3부의 파기환송 결정은 쟁의행위로 인한 노동조합과 노조원의 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의 입법 목적과 거의 일치하는 내용이다.

지난 5월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마련한 노란봉투법은 “법원이 조합원 등의 쟁의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그 손해에 대하여 각 배상 의무자별로 각각의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범위를 정하도록 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에서 "김명수 대법원은 미래 세대에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김명수 체제의 대법원이 불법 파업을 조장해 국민 피해만 가중할 이른바 '노란봉투법'에 힘을 보탰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에서 "김명수 대법원은 미래 세대에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김명수 체제의 대법원이 불법 파업을 조장해 국민 피해만 가중할 이른바 '노란봉투법'에 힘을 보탰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이 조항은 두 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다. 첫째, 법원이 조합원의 쟁의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이다. 법원이 조합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회사측의 소송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셈이다. 둘째, 법원이 조합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다고 해도 개별 조합원은 노조 내 지위와 역할, 손해발생 기여도 등을 따져서 책임을 지게 된다.

이 같은 노란봉투법의 해당 조항을 구성하는 두 가지 요소는 노정희 대법관이 주심인 대법원 3부의 현대차 판결의 구성 요소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국회에서 여야가 노란봉투법을 둘러싸고 치열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뽑은 노정희 대법관이 노란봉투법 알박기 판례를 남겼다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비판은 ‘사실 폭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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