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망언 논란과 관련해 한중 상호주의에 입각한 제도 개선을 후속대책으로 지시해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싱하이밍 대사의 부적절한 처신에 우리 국민이 불쾌해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중 간에) 상호주의에 맞도록 제도 개선을 노력해달라”고 국무위원들에게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한중 상호주의에 맞는 제도 개선'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한중 상호주의에 맞는 제도 개선'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는 한국인이 결과적으로 역차별을 받거나 중국인이 상대적으로 이익을 보도록 방치된 제도를 손보라는 주문이다. 그만큼 상호주의에 맞지 않는 제도가 적지 않다는 의미이다.

우선 지방선거 투표권이나 건강보험 적용 등에서 양국 간에 상호주의에 위배되는 분야에 대한 입법 조치가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① 외국인 투표권 제도 개정해야= 중국인 유권자 10만여명, 민주당 지지층으로 고착화?

우선 투표권의 경우 한국인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구조이다. 중국은 영주권자에게 선거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한국인이 영주권을 얻어도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관대하다. 영주권자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한다. 중국인은 한국 영주권을 취득한 뒤 3년이 지나면 지방선거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기준 우리나라의 외국인 유권자는 12만여명인데 그 중 78.9%인 약 10만 명이 중국인이다. 한국 내 외국인 투표권 제도의 최대 수혜자는 중국인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싱하이밍 대사와 만나서 싱 대사의 내정간섭 발언을 방치하거나 유도하는 행태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싱 대사가 외교관 자격이 없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같은 대립구도 속에서 영주권을 가진 중국인들은 지방선거에서 당연히 민주당 후보를 지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싱 대사 후임으로 온 중국대사가 한국의 외교주권을 침해하는 발언을 하고, 이를 민주당이 옹호하는 태도를 취한다면 중국인 표는 민주당에 쏠릴 수밖에 없다. 이처럼한국의 지방선거 표심을 좌우하는 변수로 ‘중국의 이익’이 포함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국민의힘은 최소 5년 이상 지속적으로 한국에 거주한 영주권자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역시 상호주의에 맞지 않는다. 중국 국민은 영주권을 갖고 있어도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는 게 상호주의에 부합하는 것이다.

② 중국인은 한국에서 5년 동안 2조 4000억원 건보 혜택

건강보험 혜택의 형평성 상실도 시급하게 손봐야 할 과제로 꼽힌다.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당연히 중국의 건강보험 혜택을 볼 수 없다. 한국은 건강보험에서도 상호주의를 깨고 중국인들에게 건강보험을 적용해준다.

2015~2019년까지 최근 5년 동안 중국인들이 지원받은 건강보험료는 2조 464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외국인 가입자의 건보 재정 수지는 2013년부터 꾸준히 흑자를 기록한 반면, 중국인의 경우는 유일하게 여전히 적자다. 2021년 기준 10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가 2019년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해 6개월 이상 국내에 거주해야 건보 가입 자격을 얻도록 하는 등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에게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주지 않는 중국 국민에게 한국인과 동일한 사회보장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한국인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높다.

③ 한국인은 부동산 규제 3종 세트에 손발 묶였는데, 중국인은 날개 달고 투기 중

부동산 취득도 완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한국인은 중국에 가서 땅 한 평도 살 수 없다. 한국인이 중국에서 개인적으로 토지나 아파트를 자유롭게 매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국에 설립된 법인의 명의로는 부동산 취득이 가능하지만, 상당히 까다로운 승인 절차와 수속이 뒤따라야 한다. 중국은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토지의 사적 소유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며, 특수한 일부를 제외하고는 토지의 영구 취득이 불가능하다.

중국 토지의 소유권은 국가에게 있다. 개인은 토지사용권만 가진다. 사용 연한은 아파트 70년, 공장용지 50년, 상업용지 40년 등이다. 정부 재량으로 사용 연한은 연장될 수 있다. 이는 고무줄 잣대이다. 아파트는 물권법으로 보호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이 중국에서 아파트를 매입하려면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고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중국 장기 거주, 세금 납부 실적, 매입 가능한 아파트 제한, 중국인에 비해 어려운 담보대출, 까다로운 등기 수속 등이 한국인이 겪어야 하는 불이익이다. 사실상 한국인이 아파트를 구입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규제하는 셈이다. 때문에 중국의 부동산 폭등기에 투자에 합류해 이익을 챙긴 한국인은 거의 없다.

반면에 중국인에게 한국은 ‘부동산 투기 천국’이다. 한국에서 강남 아파트 수백채를 사도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한국인은 손발이 묶여 있는데 중국인은 날개를 달고 아파트에 투자할 수 있다.

한국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은 3종 세트이다.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의 대출 규제를 철저하게 적용받는다.

즉 LTV는 주택가격의 40% 이내로 대출금액을 제한하고, DTI는 연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따져서 제한한다. DSR은 대출신청자의 기존 대출금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미결제액, 자동차할부금까지 따져서 총 부채액을 산정하고 주택자금 대출액을 줄인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이 같은 3종 세트를 엄격하게 적용함으로써, 일반적인 한국인이 서울과 경기 등의 수도권지역에서 아파트를 구매하기란 몹시도 어려운 일이었다. 문재인 정부 때 아파트 가격이 폭등했지만, 현금 동원 능력이 큰 자산가들만의 잔치였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9일 개최된 학술회의에서 한중 관계에 대해 "대한민국의 신장된 국력에 걸맞게,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당당한 외교를 통해 건강한 한중관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9일 개최된 학술회의에서 한중 관계에 대해 "대한민국의 신장된 국력에 걸맞게,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당당한 외교를 통해 건강한 한중관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그 잔치에 뛰어들었던 외국인 2명 중 한 명 이상은 중국인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부동산 가격 폭등이 절정에 달했던 2020년 외국인 부동산 거래량 중에서 중국인 비중은 절반이 넘는 51.3%에 달했다.

중국인의 국내 주택매입을 중국 수준으로 규제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마련돼야

주택 보유자 중 중국인 비중은 최근 분명하게 집계됐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2년 말 기준 외국인의 토지·주택 보유통계에 따르면 토지는 미국인이, 주택은 중국인이 집중적으로 매입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주택소유 통계는 국정과제에 따라 처음으로 공표됐다.

외국인 8만1626명이 소유한 주택은 모두 8만3512가구이고 그중 중국인이 4만4889가구로 전체 외국인의 53.8%를 차지했다. 미국(1만9923가구), 캐나다(5810가구), 대만(3271가구), 호주(1740가구) 등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6만1498가구.73.6%)에 쏠렸다.

미국, 캐나다, 호주 국민 등이 우리나라 주택을 매입하는 것은 상호주의에 맞는다. 하지만 중국인이 우리나라 주택을 자유롭게 매입하는 것은 상호주의에 위배된다.

국가 간 외교의 기본 원리인 상호주의란 국가 간에 등가(等價)인 것을 교환하거나 동일한 행동을 취하는 행위이다. 중국에서 규정한 한국인들의 현지 부동산 취득 난이도에 맞춰 중국인들의 한국 부동산 취득 조건을 재조정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오만불손한 싱 대사 망언 논란을 계기로 마련돼야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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