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과거 주몽골대사였을 때 공자학원 행사에 참석했던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국 내에서 최근 자국에 대한 안보 위협이라는 점을 들어 '공자 학원(孔子學院, Confucius Institute)'을 퇴출시키는 데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공자 학원은 세계 여러 나라들에서 중국 문화를 전파하는 데 있어 첨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중 양국이 '정찰풍선' 논란에 이어 쿠바 '비밀 도청기지' 의혹으로 갈등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공자학원 퇴출까지 이뤄지게 돼 긴장감이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 논란까지 겹쳐 한국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미 의회에 따르면 지난 7일 하원에 설치됐던 '미국과 중국공산당 간 전략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 소속인 짐 뱅크스(공화당) 의원은 공자학원을 유치하는 국제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자금 지원 금지 방침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발의했다.

이날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동일한 내용의 법안을 동시에 발의했다. 루비오 의원은 대중 강경파로 분류되는 인사다.

이로써 올해 미국 상·하원에 접수된 공자학원 견제 법안은 총 6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갤러거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지난 1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뉴욕 소재 알프레드 대학이 공자 학원을 계속 유치하면서 국방부 연구자금을 받는 것은 국방수권법(NDAA) 위반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NDAA 조항은 지난 2021년 개정됐는데, 그에 따르면 오는 10월 1일 이후부터는 공자학원이 있는 대학엔 국방부 예산이 투입이 금지된다.

알프레드 대학은 공자학원을 유치하고 있으면서도 민감한 극초음속 무기 관련 연구 관련해 미 국방부에게서 2027년까지 총 1350만달러(한화 약 173억원)의 보조금을 받도록 계약돼 있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더해 알프레드 대학은 중국 우한에 있는 중국지질대학과 연구 협약을 체결 중으로, 중국지질대학은 중국 군사 방어와 관련된 기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갤러거 위원장은 이에 대해 "쉽게 말해 중국 인민해방군을 위해 유사 연구를 수행하는 중국 대학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미국 대학이 첨단 극초음속 무기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데에 국방부 자금이 지원되는 것"이라면서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 밝혔다.

갤러거 위원장은 "중국 공산당이 공자 학원을 통해 '소프트파워'를 펼치는 것이 비밀은 아니다"라면서도 "이제는 공산당이 미국을 상대로 사용될 수 있는 '하드 파워' 무기를 만드는 데에도 이들 기관이 사용된다는 것에 대한 조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이크 갤러거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렇듯 미국 정치권 내에서는 중국의 공자 학원이 추후 미국의 국가안보에 직접적인 해악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청문회가 지난달 24일 어거스트 플루거 의원(공화당)의 주도로 열렸는데, 그 주제는 '중국 공산당의 위협'이었다. 이 자리에서도 미국 내의 어느 정도 합의된 인식이 확인됐다.

질 머피 미 연방수사국(FBI) 부국장보는 청문회에서 "연구를 훔치기 위한 목적으로 악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공자학원이 미국 대학의 연구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중국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지적 재산과 민감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미국 내 대학, 연구원, 학계 등에서 다양하고 계층화된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연방수사국이 중국의 방첩활동과 관련해 2000건 이상의 조사를 현재 진행 중이라 밝히기도 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미국에 있는 공자학원은 지난 2017년엔 118곳이었다가 지난해 말 기준 7곳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자학원은 미국 외 다른 국가들에서도 골칫거리가 되는 모양새다. 일례로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가 지난달 대만을 방문해 '영국은 중국 공산당의 후원을 받는 공자학원을 즉시 폐쇄하고, 홍콩과 대만이 운영하는 문화센터로 대체하라'라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면 나중에 후회한다"는 협박성 발언을 해 한중관계에 파장을 일으킨 싱하이밍 대사 역시 공자학원의 '전도사'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그는 주몽골대사였을 때 공자 학원 관련 행사를 여러 차례 주도했고, 주한대사로 부임한 후에도 한국 내에 있는 공자학원 20여 곳을 돌며 격려한 적이 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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