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의선 회장의 현대자동차 그룹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서실 출신 인사들을 고위 임원으로 영입하는 등 대관(對官)업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과거 삼성의 비서실과 구조조정본부(구조본), 미래전략실로 이어지는 그룹 컨크롤타워 조직에서 정점에 달했던 대기업들의 대관, 즉 정보수집 및 로비업무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축소, 위축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이재용 회장이 구속되는 등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삼성은 미래전략실을 폐지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경우 문재인 정부에서도 기존의 대관역량을 축소하지 않았고, 윤석열 정부 들어 대관역량을 오히려 강화하는 모습이다.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이같은 행보를 두가지 관점에서 해석한다. 첫째, 삼성과는 달리 아직 시작도 하지않은 정의선 회장으로의 3세승계 작업에 따른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정의선 회장은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의 와병으로 2018년 수석부회장으로 경영을 총괄해온 이래 2020년 10월에는 회장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의 주요 계열사 지분 상속 및 가족간 계열사 지분정리 등 승계작업은 시작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삼성 이재용 회장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및 선친 이건희 회장의 별세에 따른 상속으로 승계절차를 사실상 완료한 것과 비교되는 상황이다.

이와함께 최근 현대차그룹 및 정의선 회장을 겨냥한 검찰수사가 현대차그룹의 대관역량 강화의 또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현대자동차는 같은 사건으로 KT와 함께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의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3월 한 시민 단체가 구현모 전 KT 대표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하면서 현대차 또한 수사대상이 됐다 구 전 KT 대표의 친형이 운영하던 자동차용 소프트웨어 업체를 2021년 현대차가 281억원에 인수하자, 약 1년 뒤 KT 자회사인 KT클라우드가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동서가 운영하는 차량용 클라우드 업체를 206억원에 매입하는 ‘보은성 거래’가 이뤄졌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고발 내용이다.

해당 거래의 규모나 등장하는 인물로 미루어 구 전 대표 뿐 아니라 현대차에서도 정의선 회장 등 최고위층의 개입이 의심되는 사건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2015년 공정거래·조세조사부로 만들어졌는데, 초대 부장이 한동훈 현 법무장관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중앙지검장이던 2017년 조세범죄조사부가 분리되면서 지금의 공정거래조사부가 됐다. 현재 공정거래조사부장은 이정섭 부장검사인데, 한 장관이 중앙지검 3차장이던 시절 공정거래조사부 부부장을 지냈다. 이정섭 부장은 지난 2021년 수원지검 부장검사로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을 수사하기도 했다.

공정거래조사부의 원래 업무는 공정거래 사범 등에 대한 수사인데 최근 대기업 총수 구속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면서 공정거래가 윤석열 정부 재계사정의 키워드로 등장했다.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을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조 회장은 이 정부 들어 대기업 오너로 구속된 첫 사례다.

또 삼성생명이 콘도 업체 아난티가 갖고 있던 서울 송파구 500억원대 땅과 건물을 거의 두 배 가격인 970억원대에 사는 과정에 횡령·배임 등이 벌어졌다는 의혹도 수사중이다. 아난티 그룹은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와 관련,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된 투자컨설팅업체 대표 라덕연(42) 대표와도 연관돼 있어 파장이 주목된다.

앞서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해 말 롯데칠성음료가 자회사인 MJA와인에 자사 직원 26명을 보내 회계 처리, 매장 관리, 용역비 관리, 판매 마감 등 MJA와인의 고유 업무를 대신 수행하도록 부당지원한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MJA와인은 백화점 와인 매장을 다른 와인 소매업체들과 공동임차한 후 모회사인 롯데칠성음료로부터 와인을 공급받아 판매한 회사다. 검찰은 2012년부터 2019년까지 MJA와인의 적자가 이어지고 영업이익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모기업인 롯데칠성음료의 지원이 없었다면 MJA와인이 시장에서 퇴출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앞서 공정거래조사부는 조달청 발주 철근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로 현대제철·동국제강·대한제강·한국철강·와이케이스틸·환영철강공업·한국제강 등 7개 제강사 임직원 7명에 대해 무더기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공정거래조사부가 대기업 사정의 주역으로 부각되면서 검찰내에서는 이 부서에 근무하기를 희망하는 검사가 늘어나는가 하면 대형 로펌들은 검찰 간부 출신 등 인력을 증원해 대기업 고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지난해 금융위, 금감원, 한국거래소, 검찰 등에서 불공정거래 관련 업무 경험자를 영입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TF’를 구성했고 법무법인 세종도 ‘공정거래 형사대응 TF’를 운영중이다.

법무법인 율촌은 ‘공정거래형사TF’를 만들어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나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등 공정거래법 위반 또는 하도급법 위반 등 형사사건(검찰, 법원 단계) 대응을 수행하고 있고,법무법인 화우는 전문 변호사 40여명과 한철수 전 공정위 사무처장 등 전문가들로 ‘공정거래그룹’을 구성했다. <계속>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