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양 바닷가에서 벼락을 맞은 30대 남성 A씨가 병원 치료를 받던 중 결국 숨졌다. 해당 남성은 서핑 후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갑자기 내리친 낙뢰(벼락)를 미처 피하지 못해 변을 당했다. 낙뢰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함에 따라, 낙뢰의 원인과 대법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강원도 양양 해변에서 서핑 후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던 30대가 갑자기 내리친 낙뢰를 피하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 [사진=채널A 캡처]
강원도 양양 해변에서 서핑 후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던 30대가 갑자기 내리친 낙뢰를 피하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 [사진=채널A 캡처]

11일 강원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33분쯤 양양군 강현면 전진리 설악해변에서 A(34)씨 등 6명이 벼락이 내리친 뒤 쓰러졌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진 A씨는 11일 오전 4시 10분쯤 사망했다. 그는 충북 청주에서 서핑을 위해 양양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 근처에 있던 B(43)씨 등 20~40대 부상자 5명도 낙뢰를 맞고 이송됐다. 이들은 가슴 통증과 감각이상, 근육통 등을 호소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A씨 등 5명은 서핑을 마치고 해변에 앉아 쉬고 있다 낙뢰를 맞았다.

우산을 쓰고 있던 20대 1명은 낙뢰 사고 후 쓰러져 파도에 휩쓸리기도 했다. 강원소방본부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무릎이 바닷물에 잠길 정도의 해변에 앉아 있다 순식간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해안가 인근 펜션에 가장 먼저 번개가 내리쳐 번쩍한 뒤 해변으로 튀었다”며 “쓰러진 사람 몸에서 연기가 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① 낙뢰는 무엇?

낙뢰는 적란운(thunderstorm cloud)에서 주로 발생한다. 적란운은 수직 방향으로 높게 발달한 구름으로, 그 높이가 무려 10 ㎞ 이상 되는 것도 있다. 공기 중에 습도가 높은 여름철에 잘 나타나며, 거대한 뭉게구름 모양을 하고 있다.

적란운의 성질 중 하나는 벼락(하늘에서 땅으로 치는 번개)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벼락은 공기 중에서 일어나는 방전 현상(전기를 잃어 버림)인데, 적란운은 수직으로 길게 만들어져 있어서 구름 위쪽은 (+)전하를, 지표면과 가까운 아래쪽은 (-)전하를 띤다. 특히 적란운은 아래쪽과 위쪽의 기온 차이가 많이 나고 습한 환경에서 잘 형성되는데, 습한 환경에서는 공기의 흐름이 불안정해진다. 공기가 불안정해지면 위아래 전하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전류가 만들어져 벼락이 치게 된다.

수직 방향으로 높게 발달한 적란운은 천둥과 번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Pixabay]
수직 방향으로 높게 발달한 적란운은 천둥과 번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Pixabay]

전기를 띤 입자가 땅으로 떨어져 전기를 방출할 때 주변 대기가 급격히 팽창하면서 천둥과 번개가 발생한다. 폭발음은 천둥이고, 강한 빛이 번개에 해당한다. 번개의 25% 정도가 벼락이 된다.

벼락은 비가 세차게 내리거나 대기 하층이 습할 때 발생하기 쉽다. 공기 중 수분이 구름 속 전기 입자를 땅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대기가 건조하면 전기는 내려가지 않는다.

낙뢰가 지나가는 곳의 전압은 약 1억 볼트 이상이고, 온도는 태양 표면보다 4배나 뜨거운 2만 7000도나 돼, 사람이 맞으면 80%가 즉사한다. 심장마비 등 장기 손상으로 대부분 사망하게 된다.

② 낙뢰 피해는 언제 어디서 발생?

낙뢰 피해는 매년 발생하지만, 특히 낙뢰가 집중되는 여름철(6~8월)에 사고 발생 위험이 높다는 것이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기상 이변이 뚜렷해지면서 낙뢰 발생 빈도도 잦아지고 있다. 기상청이 발간한 ‘2022 낙뢰연보’를 보면, 지난해까지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10만8,719회의 낙뢰가 발생했고, 79%(8만5,943건)가 여름철인 6~8월에 집중됐다.

반기성 케이웨더 센터장은 "우리나라 강수 패턴 자체가 아열대성 기후로 변해가고 있다. 이런 패턴일수록 순식간에 불안정한 대기가 만들어지고 소낙성 강수가 쏟아지고 국지적인 천둥 번개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통상 7, 8월에 주로 나타나지만 최근에는 6월에 빈도가 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올 여름은 불안정한 대기 상황으로 천둥·번개·낙뢰를 동반한 국지성 호우와 우박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사고처럼 피서철에 해변을 찾을 분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뚫려 있는 곳, 공개되어 있는 벌판이나 해변가에서는 높은 건물이 없는 상태에서 젖은 해변을 따라 전류가 빠르게 흐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낙뢰 사고는 주로 여름철에 산지와 주변에 높은 구조물이 없는 평지에서 인명 사고로 이어진다. 해변이나 해수면 역시 ‘습한 평지’로 위험지대에 속한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장소도 낙뢰를 막을 높은 구조물이 없는 평지여서 인명 피해가 더 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람이 피뢰침 역할을 대신했다는 의미이다.

낙뢰를 막을 높은 건물이 없는 바닷가에서는 젖은 해변을 따라 전류가 흐를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채널A 캡처]
낙뢰를 막을 높은 건물이 없는 바닷가에서는 젖은 해변을 따라 전류가 흐를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채널A 캡처]

③ 낙뢰를 만났을 때 대피요령은?= ‘30-30 규칙’ 지키고 짧은 보폭으로 달려라

땅에 갑자기 떨어지는 벼락에는 맞설 방법이 없다. 무조건 피해야 한다. 기상청이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나 ‘대기 불안정에 의한 비’를 예보했다면 바깥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낙뢰 예보 시에는 등산, 골프, 낚시 활동을 가급적 자제하고, 부득이 외출 시에는 우산보다는 비옷을 준비해야 한다.

벼락이 칠 때는 ‘30-30 규칙’을 지키는 것이 좋다. 번개가 치고 30초 내 천둥이 울리면 즉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고, 추가적으로 천둥소리가 없다면 이후 30분이 지난 뒤 움직여야 한다. 번개가 치고 30초 이내에 천둥이 울렸다면 매우 가까운 곳에서 번개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번개가 번쩍이고 6~7초 후 천둥이 들렸다면 약 2㎞ 거리에서 번개가 친다는 뜻이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이 지난해 발표한 ‘낙뢰 위험 예방 행동 요령’에 따르면, 수상활동 중 낙뢰를 만났다면 즉시 물에서 나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하며, 부득이하게 배를 타고 있다면 돛대 같은 높은 구조물에서 최대한 떨어져 가능한 배의 깊은 곳에서 웅크리고 있는 게 좋다.

천둥 번개가 칠 때 뾰족한 구조물에서 되도록 멀리 떨어져야 하는 이유는, 전기를 띤 입자가 빨리 이동하려고 뾰족한 물건에 먼저 닿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같은 원리로 우산·등산스틱·골프채 등 긴 물건은 몸에서 떨어뜨리고, 머리 위로 드는 행동도 삼가야 한다.

지난 10일 낙뢰 사고가 발생한 양양 바닷가에서는 우산을 쓰고 있던 20대가 낙뢰 사고 후 쓰러져 파도에 휩쓸리기도 했다. [사진=채널A 캡처]
지난 10일 낙뢰 사고가 발생한 양양 바닷가에서는 우산을 쓰고 있던 20대가 낙뢰 사고 후 쓰러져 파도에 휩쓸리기도 했다. [사진=채널A 캡처]

전기연구원은 낙뢰가 발생하는 날을 가정한 실험에서 지면보다 높게 있거나 우산을 머리 위로 들고 있는 마네킹이 벼락을 더 많이 맞았다고 밝혔다. 따라서 낙뢰를 피하려면 천둥 번개가 칠 때, 나무나 가로등‧ 전봇대처럼 높고 뾰족한 곳을 피하고 건물 안에 머물러야 한다.

가까운 건물 안으로 피할 때는 최대한 몸을 낮추고, 한쪽 발만 땅에 대거나 짧은 보폭으로 달리는 것이 좋다. 보폭이 길면 두 발 사이에서 전위 차가 발생해 몸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벼락이 목장에 떨어지면 앞뒷발 간격이 큰 소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운전 중이라면 안전한 곳에 자동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리지 말아야 한다. 자동차에 내려친 낙뢰는 부도체인 내부를 거치지 않고 순식간에 전기가 통하는 금속제 차체 외부를 거쳐 곧바로 타이어를 통해 땅으로 흡수되기 때문에, 자동차 안은 안전한 편이다.

반면 지붕이 열린 자동차나 오토바이, 자전거, 트랙터, 골프 카트, 콤바인 등은 타지 말아야 한다. 낙뢰가 바로 사람에게 떨어질 수도 있고, 플라스틱이나 나무 소재는 낙뢰를 맞으면 통과하지 않고 안에서 열을 받아 폭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나 정자는 벼락을 차단하지 못하고 오히려 벼락에 맞기 쉬우므로 그 아래로 피해서는 안 된다.

피뢰 설비가 없는 헛간과 나무 또는 돌로 된 오두막이나 버스 정류장과 같이 부분 개방된 피난처는 벽면에서 되도록 멀리 떨어진 중앙에서 웅크린 자세로 피해야 한다. 개방된 공간에서는 다리는 모으고 손은 귀를 덮고 머리를 땅에 가깝게 두고 웅크려 앉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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