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문석 전 민주당 경남 통영고성지역위원장은 잦은 방송출연으로 잘 알려진 사람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화를 재현하겠다”면서 민주당의 험지인 고향에서 지난 2020년 21대 총선을 포함, 두 번의 국회의원 선거와 경남지사 선거에 출마해 낙선했다.

최근 경남지역 정가에서는 이런 양문석 전 위원장의 돌발행동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5일 그는 자신의 SNS에 “민주당에 치명적인 반개혁세력인 ‘수박’의 뿌리를 뽑아버리겠다. 수박 자체를 깨뜨려 버리겠다”며 “당원과 싸우는 민주당 소속 3선 국회의원 전해철(경기 안산상록갑)과 싸우러 간다”고 경기도 출마를 선언했다.

친명(친이재명)계인 자신이 이재명 대표 체제를 흔드는 비명계인 전 의원을 ‘응징’하기 위해 지역구를 옮기겠다는 것이다.

최근 양이원영 의원 등 친명계 비례대표 의원들이 비명계 현역 지역구를 파고드는 움직임과 같은 맥락이다. 친명계 비례대표 김의겸 의원은 고향인 전북 군산 출마를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양 전 위원장은 지난 4월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로서 한계가 드러났다”며 위원장 직을 사퇴한 바 있다.

그가 수박으로 지목한 전해철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대표적인 친노 친문인사다. 노무현 청와대에서 그와 함께 근무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그를 행안부장관에 임명하기도 했다.

전해철 의원은 지난 2018년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경선에서 이재명 대표와 맞붙어 치열한 네거티브 폭로전을 벌이면서 친명계의 길을 걷게 된다.

당시 전해철 의원측은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가 ‘혜경궁김씨’라는 SNS 계정을 통해 자신과 세월호 희생자들을 모욕했다는, ‘혜경궁김씨 사건’ 및 이 대표의 형수욕설 사건을 제기하는 등 극한갈등을 빚었다.

전해철 의원은 지난해 이재명 대표가 대선에서 패배하자 마자 당 대표에 출마하는 것을 두고 “염치가 없다”는 취지로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

양뮨석 전 위원장의 안산행을 바라보는 정치권, 특히 경남지역 민주당원들의 시선은 곱지않다. 그나마 인지도를 쌓은 지역 민주당 내 유력 인사가 당선이 용이한 수도권으로 옮기기 위해 당내 계파갈등을 악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경기도 안산시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국회의원 선거구 4곳을 모두 석권한 초강세 지역이다. 국회의원 활동 중 거액의 코인투기를 한 사실이 드러나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도 지난 총선에서 38살의 나이에 안산 단원을에 공천을 받아 당선된 바 있다.

문제는 지난 2월 있었던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반란표 소동이후 이른바 ‘개딸’등 극렬 친명계 당원들에 의해 ‘수박’으로 지목된 30여명의 민주당 의원들 상당수가 전해철 의원과 같은 공천위협을 받고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인 인연으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이낙연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경기 남부 지역의 한 현역의원의 경우 최근 자신의 지역구에서 일부 당원들이 “수박을 격멸해야 한다”며 공천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고위 당직자를 지낸 경기 북부의 또다른 현역의원의 경우도 지난번 이재명 체포동의안 때 찬성표를 던졌다는 소문이 번지자 지역구에 한 친명계 인사가 사무실을 내고 도전장을 던진 상태다.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사건연루 등 전방위 사법리스크로 시작돼 김남국 의원 코인파동으로 심화되고 있는 민주당내 갈등이 이처럼 공천전쟁으로 비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천안함 자푝발언의 이래경씨를 당 혁신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했던 큰 이유가 비명계 축출을 위한 것이었다는 뒷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공천은 국회의원 뱃지, 정치생명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최근 민주당의 내홍양상은 분당사태까지 초래할 수 있는 악성으로 진단된다.

이재명 대표측은 이래경 사태 이후 민주당 혁신위원장 대안으로 김부겸 전 총리, 유인태 전 의원 등 계파색이 없는 온건한 이미지의 인물 발탁설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를 ‘쥐고 흔드는’ 당내 친명계 인사들의 주된 정서 또한 개딸 같은 극력 당원들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김 전 총리나 유인태 전 의원의 혁신위원장 영입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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