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의 정치 성향을 극우라 규정한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백과. [사진=위키백과]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다언어판 인터넷 백과사전'이라 스스로를 설명하는 위키백과가 국내의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를 극우라 규정짓고 있다. 그런데 그 판단 근거를 반(反)더불어민주당·반여성주의라 설명하고 있을 뿐 '극우'라는 설득력 있는 논리를 내세우진 못하고 있다.

위키백과에서 '극우'라 평가받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2022년 3월 기준 국내 6위의 트래픽을 기록한 '에펨코리아'다. 이 곳은 주로 2030 젊은 남성들이 많이 이용하는 남초 커뮤니티로, 이용자가 많은 곳 답게 여러 일화나 소식들이 빠르게 올라와 기사화도 자주 된다.

이 커뮤니티에 대해 위키백과는 "정치적으로는 극우 성향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성주의에 적대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 "정치색을 띠지 않던 과거와는 달리 조국 사태 이후 정부, 민주당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비치고 있다" "2021년 기준 에펨코리아는 친야당(국민의힘) 성향으로 꼽히며, 여성징병제 청원에도 적극 참여했다" 정도로만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위키백과가 에펨코리아가 극우임을 설명하는 근거들(빨간줄). 하지만 이러한 근거들은 '극우'로 몰기엔 부족하단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진=위키백과]

 

여성주의는 곧 '페미니즘'을 뜻하는데, 한국에서 횡행한 여성주의는 급진적 페미니즘 즉 여성이 남성보다 우위에 서야 한다는 이론이 다수이기 때문에 좌파·우파를 막론하고 지탄의 대상이 됐다. 그렇기 때문에 에펨코리아가 반여성주의적 성향이란 점이 '극우'의 근거는 될 수 없단 지적이다.

또 친여 성향이라 해서 '극우'라고 하는 것 또한 매도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젊은이들이 주축을 이루는 에펨코리아의 특성 상 전체적으로는 '반민주' '반이재명' 등 보수적 성향이면서도 '반윤석열' '친이준석'이라는, 보수가 개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누구든 참여가 가능한 위키백과의 특성 상, 에펨코리아 항목을 쓴 사람이 친야 성향 혹은 좌파 네티즌이라고 합리적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왼쪽에 있는 사람은 자신보다 약간이라도 오른쪽에 있는 타인인 무조건 '극우'로 몰 가능성이 있단 점에서 위키백과의 서술이 공정하지 못할 수 있단 비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5년 국정교과서 논란이 불거졌을 때 한 종편 토론에 출연했던 유시민 작가는 국정교과서 찬성 패널들에 "너무 오른쪽에 계시니 모든 사람들이 왼쪽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는데, 에펨코리아 항목을 작성한 당사자가 너무 왼쪽에 있으니 모두가 오른쪽으로 보인다고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에펨코리아의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익명 커뮤니티의 특성 상 특정 국적의 외국인, 외국인노동자, 성소수자 등에 대한 지나친 막말과 비하, 혐오 발언들이 거리낌없이 나올 때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격 발언들은 합리적이고 중용적인 반박과 반론들로 중화될 때도 있다. 또 이러한 몰지각한 발언들이 에펨코리아에서만 나오는 것도 아니다. 대표적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몰이해는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온라인에서 표출되는 것이 사실이며, 주변국 중국과 일본에 대한 혐오감정, 종교 중에서는 이슬람에 대한 비판도 좌우를 가리지 않고 제기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역시 에펨코리아가 극우라는 주장에 대한 근거가 될 수는 없단 지적이다.

전통적으로 '극우'는 파시즘과 같은 반동적 전체주의, 배타적 민족주의, 반이민 정서, 타국인에 대한 무분별한 혐오,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키백과가 에펨코리아를 '극우'라 규정하려면 에펨코리아의 어떤 점들이 이러한 특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단지 '반민주' '반여성주의'만을 설명하면서 극우라 지칭한다면, 이를 보는 네티즌이 '극우'의 개념에 대한 오해와 오개념을 가질 수 있단 점이 문제다. 그저 야당을 반대하고 래디컬 여성주의를 반대했을 뿐인데 극우로 '낙인'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좌파에 의한 '극우 낙인찍기'가 늘 일어나는 한국에서 이러한 서술은 문제가 많단 지적이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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