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게임 디아블로 3의 출시 직전 장기간의 게임을 대비한 한 게이머의 책상. 에너지드링크를 포함해 게임을 하면서 먹을 수 있는 과자와 컵라면 등이 '완비'돼 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미국의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야심작 디아블로 4가 2일 오전 8시부터 얼리 엑세스 플레이가 가능해진 가운데, 온라인에선 한 유저의 "핫식스 빨지마라(먹지 마라), 분명히 경고했다"는 글이 화제다.

2일 오전 7시 5분경 온라인에 올라온 이 글은 "핫식스 몬스터 도핑 이런건 급식, 학식 때나 가능했던 거지 니들 나이에 그러다가 잘못하면 진짜 골로 간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어 "45세 김모씨 자택에서 핫식스 마시며 디아블로 하다가 사망, 이런 죽음으로 인생 마감하고 싶지 않으면 핫식스 빨지 마라"고 재차 설명했다.

또 "인간사료(인) 과자, 라면 이런 것도 먹지 마라. 탄단지(탄수화물+단백질+지방) 골고루 챙겨먹고 간식은 삶은 계란 먹어라"라며 "종합비타민제 챙겨먹고 보조제로 밀크시슬 챙겨먹어라. 디아블로 한 시간 할 때마다 5분 이상 스트레칭 해라. 잠은 6시간 이상 자라. 자세 바르게 펴고 해라"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충고하기도 했다.

2일 오전 7시경 어느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건강 주의해 게임하라'는 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익명의 글 작성자가 이렇게 '건강하게 게임 즐기는 법'을 설파하는 이유는 디아블로를 즐기는 주 연령층이 더 이상 '팔팔한' 20대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서다.

악마를 사냥하는 게임인 디아블로 시리즈는 1996년 1편, 2000년 2편, 2012년 3편이 나온 것에서도 알 수 있듯 90년대에 10대-20대였던 사람들이 주 팬층을 이루고 있다. 즉 올해 출시되는 디아블로 4를 즐기는 사람들은 최소 30대에서 40대, 50대까지도 연령대가 높아진다.

이에 이 글을 본 사람들은 적극 공감을 표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이와 관련해 "나이먹고 체감되는 게 체력 회복인 것 같다"며 "(20대 때는) 비행기 타고 와도 괜찮았고 시차적응도 빨리 적응하고, 레드불 마시고 밤새도 다음날 좀 자고 다시 낮밤 바꾸고 쉬면 됐다"며 "나이 먹으니 그게 잘 안된다"고 세월의 야속함을 탓하는 댓글을 달았다.

글에서 나오는 핫식스나 댓글에 등장하는 레드불은 카페인이 다량 들어간 에너지 드링크로, 일종의 각성제로 사용된다. 이에 대학생들은 시험 전날 밤을 새기 위해 마시기도 한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각성' 효능이 있는 만큼 추후 가해지는 신체적 부담감이 크다는 부작용이 있다. 디아블로 시리즈를 즐기는 유저들이 나이가 든 만큼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며 억지로 게임을 장시간 하기보다는 몸에 좋은 음식을 먹으며 적당히 게임을 '즐기라는' 웃픈 충고인 셈이다.

특히 누구보다 먼저, 빠르게 앞서나가려고 하는 한국 게이머들에게 유효한 충고이기도 해 네티즌들 사이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단 평가다. 

특히 핵앤슬래시 게임이면서 '파밍(아이템 획득)'을 위한 사냥이 강제되는 디아블로의 특성상 부지불식간에 플레이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데, 더 이상 예전의 자신이 아님을 인정하고 현실과 타협하라는 좋은 취지의 글이란 것이다.

이에 더해 10년 전 디아블로 3 출시를 대비하던 때의 사진도 올라와 소소한 웃음을 주기도 한다. 디아블로 3 로그인 화면이 띄워진 모니터 앞엔 핫식스를 비롯해 밤새 먹을 수 있는 과자와 컵라면 등이 수북이 쌓여있는 모습이다. 네티즌들은 이에 대해 "이제는 돈 주고 하라고 해도 못할 과거의 모습"이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호텔에서 열린 블리자드코리아의 신작 게임 디아블로4 출시 기자 간담회에서 조 셜리 디아블로4 게임 디렉터가 게임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2일부터는 얼리 엑세스판을 구매한 유저만이 플레이가 가능하며 6일부터 정식 출시된다. [사진=연합뉴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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