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비핵화보다 종전선언·평화협정 등 부수적인 과정에 집중하며 과거 실패 되풀이하고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가져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보여주고 있다(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가져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보여주고 있다(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선전전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미국의 전직 공직자들이 지적했다.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철 북한 노동장 부위원장겸 통일전선부 부장을 백악관으로 부르고 함께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는 것은 북한정권의 선전에 승리를 안겨주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직 공직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보다 종전선언 등 부수적인 과정에 집중해 과거의 실패를 따라가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4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이 너무 빨리 움직여 미국을 상자 안에 넣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차 석좌는 “중국은 최대 압박을 약화시키기 위해 제재를 완화하고 평화협정 체결은 한국과 중국이 북한의 사회 기반시설 확충에 대한 기금 지원을 서두르게 할 것”이라며 “이 모든 것은 북한의 비핵화없이 진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상자 안에 갇힌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우려스럽다”며 “협상이 잘 안 돼서 다시 대북제재로 돌아가려 해도 한국도 중국을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한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인 한국의 천안함을 폭침시켜 46명을 살해하도록 감독했고 악명 높은 정치범 수용소를 운영하며 소니사의 해킹을 주도했던 김영철의 옆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환하게 웃고 있는 것이 매우 부적절하다는 CNN, BBC 기자들의 비난에 공감을 표시하는 한편 이들의 비판 기사와 트윗을 리트윗했다.

일부 전직 공직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프로파간다 즉 정치선전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VOA는 “과거 미국의 전·현직 지도자들이 적대국 지도자를 만났을 때는 표정과 행동 하나하나에 매우 신중을 기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과 만나 환하게 웃는 등 우려스러운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워싱턴포스트’ 신문에 “데이트가 너무 빠르다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이런 우려를 나타냈다. 북한은 이런 외부에 보여주기 식 행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모든 것을 얻었다는 설명이었다.

빌 리처드슨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함께 웃으며 찍은 사진은 북한 내부에 두 지도자가 동등하다는 것을 선전하며 배포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VOA는 전했다. 실제로 북한의 관영 조선중앙통신에는 김정은이 시진핑, 문재인, 폼페이오 국무부장관 등과 만나 악수를 하는 시진이 가장 앞면에 게재됐다.

워싱턴포스트(WP)신문은 과거 북한에 억류됐던 여기자 구출을 위해 평양에서 김정일을 만났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수행원들에게 웃지 말라고 주의를 줬으며 2016년 쿠바를 방문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장에서 함께 손을 치켜 올리며 승리를 과시하려는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의 제의를 뿌리쳤다고 지적했다. 이들 전직 대통령들은 상대방의 정치적 선전에 이용당하는 것을 경계해 이런 조치를 취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우려를 낳고 있다고 VOA는 전했다.

대니얼 러센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WP에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를 뉴욕의 부동산 거래로 생각하고 있다”며 “현안보다 개인적 친분과 신뢰부터 쌓아 자신의 카리스마로 상대를 유화적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직 공직자들이 최근의 진행 상황을 보면 비핵화에 집중하기보다 종전 선언과 평화 협정 등 부수적인 것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는 실패로 귀결됐던 과거의 행보와 아주 비슷하다고 경고했다고 VOA는 전했다.

러셀 전 차관보와 차 석좌는 “클린턴과 부시 전 대통령이 실패했던 전례를 트럼프 대통령이 따르고 있다”며 “지금 하는 것들이 과거에 이미 시도했던 일이라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이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