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초 방역 당국은 ‘결막염 등 눈병 증세를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XBB.1.16의 검출률이 5.7%로 6주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임숙영 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지난 3일 청주 오송 질병청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XBB.1.16의 눈병 증세 관련 질문을 받고 "WHO 공식 발표 결과 현재까지 안과 질환과 관련된 연구라든가 공식 보고는 없다"며 "결막염은 기존 코로나19 증상 중 하나"라고 답변했다.

방역 당국은 눈병을 동반한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방역 당국은 눈병을 동반한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방역 당국, 눈병 동반한 코로나 변이 심각성 인식 못해...돌파감염 및 재감염 우려도 커

‘기존 코로나19 증상 중 하나’라는 임 단장의 발언은 ‘코로19 오미크론 변이에 의한 눈병’이 대수롭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게다가 마스크를 벗어던진 국민들에게 코로나 19는 이미 관심 밖이었고, 임 단장의 이 발언에 주목하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현실은 임 단장의 발언과 크게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 단장의 지난 3일 발언보다 앞선 지난달 26일 코로나19 관련 기사는 ‘봄철 눈병인 줄 알았더니 코로나’라는 내용으로 XBB.1.16에 대해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

‘아크투루스’(Arcturus)라는 불리는 XBB.1.16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로, 지난 1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이의 특징은 전파력이 강하고, 기존 변이에서 볼 수 없었던 ‘눈병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침 재채기 발열 같은 전형적인 코로나 증상 외에 결막염·안구충혈·눈 가려움증 등이 발견된다는 점이 특징이라는 것이다. 이 변이의 전염성은 오미크론 최신 하위였던 XBB.1.5 보다 1.17∼1.27배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1년 11월에 처음 발견된 오미크론 변이는 기존의 주요 변이 (알파, 베타, 델타, 감마)를 모두 가지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가 재감염을 거듭하며 기존의 변이를 모두 공유하는 방향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이가 거듭될수록 면역 회피 특성(백신 무력화 가능성)도 더 커지며, 돌파감염과 재감염을 일으킬 가능성도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아크투루스는 눈병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좀더 관심을 가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눈이 가려우면서 기침을 하고 목이 아프다면 오미크론 변이에 의한 눈병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데노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결막염과 아크투루스에 의한 결막염 증상에 거의 차이가 없고, 치료도 비슷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난달 23일 연합뉴스TV에 출연한 백순영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는 “아데노바이러스에 의한 결막염과 코로나에 의한 결막염의 증상이 거의 겹치기 때문에. 치료 방침은 같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다만 아데노바이러스는 환경 중에 많고 접촉이나 수인성에 의한 것이 많고, 특히 아데노바이러스 41번일 경우 접촉에 의한 감염이 강할 수 있고, 설사 증상이나 식중독 증상이 특징적이라고 설명했다.

백순영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는 “아데노바이러스에 의한 결막염과 코로나에 의한 결막염의 증상이 거의 겹쳐서 혼동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백순영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는 “아데노바이러스에 의한 결막염과 코로나에 의한 결막염의 증상이 거의 겹쳐서 혼동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50대 전문직 여성, 첫 방문한 이빈인후과에서 제대로 치료 못받아

지난해 5월경 오미크론 변이에 한 번 감염된 50대 전문직 여성 A씨는 최근 목이 아프고 기침을 해서 대수롭지 않게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았다가, 6일 후 ‘바이러스성 결막염’으로 크게 고생을 했다.

처음 방문했던 이비인후과에서 ‘코로나19 진단키트’로 코로나 검사를 했지만 ‘미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방심한 탓이라고 한다. A씨는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이비인후과 의사가 ‘미확진이더라도 워낙 코로나19 변이가 많으니, 눈병이 동반되는지 체크해 볼 것’을 당부했더라면 고생하지 않았을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A씨가 전한 아크투루스의 특징과 증상 등을 구술정리한다.

단순 목감기라고 생각, 이비인후과 의사는 “코로나도 독감도 아니다” 진단

지난 19일 아침부터 기침이 심하고 목이 아파서, 동네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의사는 ‘코로나 검사’를 먼저 권했고, 결과는 ‘미확진’이었다. 열이 나지 않으니 독감도 아니고, 코로나도 아니고 ‘단순 목감기’라는 의사의 진료에 안심했다. 게다가 눈이 가려운 증상이 없어서 더욱 안심했다. 4일치 약을 처방받고 22일까지 약을 복용했지만, 별 차도가 없이 오히려 더 몸살 기운이 심해졌다.

직장일로 바빠 병원을 더 가보지 못했는데, 24일 아침부터 한쪽 눈이 침침해지고 눈곱이 많이 꼈다. 코로나가 아니라니, ‘감기 끝에 눈이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안과를 가볼 틈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퇴근 무렵 갑자기 오른쪽 눈에 자갈이 굴러가는 극심한 통증과 함께 눈곱이 너무 많이 껴서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였다. 눈이 충혈되면서 눈물도 났지만 병원이 진료를 끝낸 시간이라, 하는 수없이 다음날 아침까지 기다렸다. 코로나는 아니라니 ‘좀 참았다가 내일 가지 뭐’라는 판단이었다.

7일째 되는 날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악화돼

25일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 왼쪽 눈까지 뜰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전 반차를 내고 안과부터 갔다. 안과 의사 역시 ‘코로나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없이, “감기 앓으셨어요?”라고 질문했고, 그렇다고 하니 “감기 바이러스가 눈으로 가서 그런 거니, 항생제와 소염제 점안액 처방해 드릴게요”라며 간단히 진료를 끝냈다. 의사는 코로나로 인한 눈병인지 아데노바이러스에 의한 눈병인지 설명이 없었다. 증상만으로는 의사도 감별할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진단은 약국의 약사가 내려줬다. “요즘 코로나가 눈으로 오는 경우가 많으니, 시간 맞춰 눈에 약을 잘 넣으세요”라고 했다. “19일 방문한 이비인후과에서 코로나 검사했는데 미확진이었다”고 하자, 약사는 “워낙 변이가 많아서, 기존의 진단키트로는 확인 불가능해요. 감기다 싶으면 코로나라고 보면 돼요”라는 답을 들려줬다.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워낙 많아서 기존의 진단키트로는 확인이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워낙 많아서 기존의 진단키트로는 확인이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사진=연합뉴스]

‘눈병을 동반한 코로나’가 유행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작년에 코로나를 한번 앓았던 터라, ‘재감염의 가능성을 무시’한 게 불찰이었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한 눈병’ 관련 기사를 보면 대부분 눈이 가려운 증상과 기침이나 목의 통증이 한꺼번에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코로나 눈병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 것도 문제였다. 어제 아침 눈의 상태가 조금 안 좋았을 때 바로 안과를 방문했더라면, 이렇게 심한 고통을 느끼지는 않았을 텐데라는 후회감이 밀려들었다.

동네 이비인후과 의사가 제대로 진료를 못했다는 판단에, 이번에는 내과를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과 의사는 목과 코를 보더니 “코 상태가 심각합니다. 아무래도 이비인후과를 다시 가셔야겠네요”라며 “저희 병원에는 접수를 안 한 것으로 할 테니, 길 건너 진료 잘하는 이비인후과로 가세요”라고 쿨하게 안내를 했다.

진료 잘하는 이비인후과 의사 만나서 치료 받고 회복중

이비인후과 의사가 이번에는 제대로 진료를 했다. “코와 눈과 입이 전부 연결돼 있으니, 코 뒷부분의 바이러스가 눈으로 가서 결막염을 일으켰다”며 “코로나도 약을 먹으면서 회복되기를 기다리듯, 코의 상태와 눈의 결막염도 시간을 두고 낫기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인지 아닌지의 여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며, 증상에 맞춰 제대로 치료를 해서 낫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사실상 코로나 변이가 워낙 많기 때문에, 일반적인 진료로는 코로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안과 의사도 코로나 눈병이라는 말 대신 “감기 바이러스가 눈으로 가서 결막염이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을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첫 번째 이비인후과에서 한 코로나19 검사 결과지를 너무 믿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지금까지도 코로나 확진자가 발표되고 있지만, 진단키트에서 검출되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더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기 환자’는 ‘코로나 환자’로 등치시켜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든다. ‘위드코로나’ 시대를 슬기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내 건강을 내가 지키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눈과 코 그리고 입(목)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잘 받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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