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대화 삐걱거리면 노동당 '조직지도부' 검열…숙청돼도 김정은 모른체 할것"
'김정은의 비핵화'엔 완전 불신…증언록 "이미 2018년 '핵보유 평화 조성시기' 정해"
"핵무기 일부 숨겨놔도 위협 안된다? 비핵화 포장 핵보유국화 전략에 말려드는 발상"

북한 정권의 고위급 외교관 출신 탈북민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사진=연합뉴스)
북한 정권의 고위급 외교관 출신 탈북민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사진=연합뉴스)

'탈북 엘리트'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미북간 협상 전면에 나선 김영철 북한 조선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에 대해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지만, 나중에 숙청될 운명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태영호 전 공사는 4일자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영철은 지금 본인의 능력에 넘치는 일을 하고 있다. 정치군인에 불과한 그에게 북-미 외교와 남북관계 총책이라는 지금 자리는 분에 넘친다"며 이같이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대화가 잘 될 때는 모르지만 어느 순간 삐걱거리면 곧바로 당 '조직지도부'가 검열에 들어간다. 핵문제의 기술적인 부분을 잘 모르는 김정은과 김영철이 잘못 내린 결정이 많을 텐데, 김정은 지시에 따른 것이라도 책임은 김영철이 지게 된다"며 "최고지도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고 김정은은 뒷짐 지고 모른 체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태 전 공사는 최근 출간한 저서 '태영호 증언 : 3층 서기실의 암호'를 통해 '내부자'의 입장에서 조선노동당 조직의 실질적인 의사결정 과정및 숙청사(史)를 낱낱이 폭로한 바 있다. 

실제로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대남협상의 전면에 나섰던 최승철(통일전선부 부부장)과 뒷선에서 지휘했던 한시해(전 유엔 주재 대사)와 권희경(전 주러시아 대사), 이명박 정부 시절 남북 관계에 발을 들였던 류경(국가보위부 부부장)도 총살을 당했다는 배경을 저서는 밝히고 있다.

태 전 공사는 이와 같은 관점에서 김영철 총살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현 상황을 외무상이자 대미협상 베테랑인 리용호(현 외무상)가 끌고 나간다면 상당히 오래 가겠지만 김영철이 운전하고 있어 언제 갑자기 멈춰설 지 모르겠다"고도 지적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현장에 국제 전문가들을 초대하겠다고 밝혔다가 '없던 일'로 만든 것이 대표적인 "삑사리" 사례일 수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태 전 공사는 김영철이 미국 워싱턴에 발을 들이기 전날인 1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김정은을 만나더라도 그의 비핵화 진정성을 제대로 파악하면서 천천히 가더라도 한걸음 한걸음 잘 확인하고 가야 후회하지 않는다. 주변 보좌관들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고 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고 동아일보는 전했다.

동아일보는 "다시 말할 필요도 없이 그는 김정은의 비핵화 진정성을 믿지 않는다"고도 보도했다.

태 전 공사의 저서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2016년 5월 제7차 노동당대회에서 2017년까지를 '핵무력 완성 시기'로, 2018년부터는 '핵보유를 위한 평화환경의 조성 시기'로 정했다. 

핵보유국이 되는 과정은 인도와 파키스탄 모델을 따르기로 했다. 단기간에 핵과 미사일 발사 시험을 마무리 짓고 동결 선언을 한 다음 평화 공세를 벌여 자연스럽게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되는 것이다.

태 전 공사는 "일부 전문가라는 사람들에 의해 알려지고 해석되는 북한의 생각과 모습은 '진짜 북한'과 너무 차이가 난다"며 "(북한이) 몇 개 숨겨놓은 핵무기는 정치적 레버리지가 되지 못해 한국이나 일본에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애써 자위한다. 이런 주장은 결국 비핵화로 포장된 핵보유국이 되려는 김정은의 전략에 말려드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태 전 공사는 지난다 말 증언록을 읽고 전화를 걸어온 5촌 아저씨 A씨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기적처럼 남한에서 혈육을 찾고, 그를 통해 자신의 어린 시절과 아버지의 모습이 담긴 사진까지 얻었다고 한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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